소설방/서유기

<438>42장 생존경쟁 [6]

오늘의 쉼터 2016. 5. 17. 01:48


<438>42생존경쟁 [6]


(874) 42장 생존경쟁 - 11



다음 날 오전 11시가 됐을 때

한랜드 장관 비서실장이며 이른바 특성서(特聖徐)로 분류된 유병선이 TV 화면에 나타났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한랜드 장관을 대리해 특별성명을 발표한다는 예고가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모였다.

3개 공민영 방송과 종편까지 모두 방영을 했는데 시청률은 높은 편이다. 이

곳은 서울역 대합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지만 TV 앞에는 수백 명이 모여 있다.

이윽고 유병선이 똑바로 시청자들을 응시했다.

유병선의 지금 권위는 청와대 비서실장하고 엇비슷하다.

그때 유병선이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한랜드 장관 서동수의 비서실장으로 서동수 장관을 대리하여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호흡을 고른 유병선이 서류를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서동수 대신 낭독하는 것이어서 굳이 얼굴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 서동수 장관은 세간에 떠도는 성서(聖徐), 진서(眞徐), 친서(親徐) 등의 조직이

구성돼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는 새롭게 시작되는 대한연방을 내부에서 파괴하는 반역적 조직이라는 결론을 내리셨습니다.” 

머리를 든 유병선이 서울역 시청자들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친 시청자들은 숨을 삼켰다.

표현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따라서 서동수 장관은 앞으로 성서, 진서, 친서 그룹에 가담한 인사는 가차 없이 모든 공직 및

대한연방의 주요 업무에서 배제할 것임을 오늘 자로 천명하셨습니다.”

“그렇지.” 

곧 열차를 타려고 몸을 반쯤 돌린 중년 사내 하나가 커다랗게 말했다.

“잘한다.” 

앉아 있던 시청자가 동의했다.

다시 유병선의 목소리가 울렸다.


“장관의 말씀을 전합니다.

기존 성서, 진서, 친서 그룹에 가담했던 인사는 곧 가담자 명단과 모임 내용을 각 언론사에 제출하여

지금까지의 행적을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옳지.”

이제는 앉아 있던 서너 명이 한꺼번에 동의했다.

두어 명이 손뼉을 쳤다.

“대한연방에 서동수 세력이 존재하면 안 됩니다.

장관은 대한연방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의 대의로 통치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이번에는 십여 명이 소리쳤다.

박수도 십여 명이 했고 분위기가 떠들썩해졌다.

뻔한 이야기였고 거의 매일 듣는 말이었지만 이번에는 신선했다.

성서, 진서를 쳐낸다는 말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윽고 유병선이 연단을 떠났을 때 앉아 있던 사내 하나가 옆에 앉은 사내에게 물었다.

40대쯤의 둘은 친구 같다.

“어떠냐? 믿어볼까?” 

“쇼야.”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던 상대가 어깨를 들썩였다가 내렸다.

“하지만 신선하긴 해.” 

“뭐가?” 

“성서, 진서를 싹 없앤다는 선언이.” 

“그렇지, 쉬운 것 같아도 어렵지.” 

머리를 끄덕인 친구가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누구든 제 패거리를 몰고 다녔지 않아? 그것이 제 권력의 밑받침이 됐고 말이야.”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으면 못 하긴 해.” 

상대가 말했을 때 친구가 결론을 냈다. 

“마음을 비워야 저런 선언이 나오는 거야. 서동수는 여자 욕심밖에 없어.”




(875) 42장 생존경쟁 - 12



“어쩌자는 거야?” 

김영화가 묻자 김동일은 쓴웃음만 지었다.

제8호 초대소의 별실 안, 베란다 쪽 유리창을 통해 대동강이 보인다.

김영화의 검은 눈동자가 김동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갸름한 얼굴형에 오뚝 선 콧날, 야무지게 닫힌 입, 소파에 비스듬히 앉은 터라

늘씬한 다리 선이 드러났다.

 28세, 김동일의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그리고 김동일에게 직언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영화가 다시 묻는다. 

“다 떼어놓고 같이 간다는 거야?” 

김동일이 혼잣소리처럼 대답했다. 

“그렇지, 국민.” 

“국민하고?” 

“응, 남조선에서는 그래.” 

“뭐라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그거야 우리도 마찬가지지.” 

어깨를 늘어뜨린 김영화가 김동일을 보았다.

방 안에는 둘뿐이다.

둘은 방금 유병선의 성명 발표를 들은 것이다.

김영화가 입을 열었다. 

“오빠도 어차피 북조선에서 후보로 뽑힐 것 아냐?” 

“그야…….” 

“오빠가 소극적, 수동적으로 지내는 바람에 민생당원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알지?”

“적응해가는 과정이야.” 

소파에 등을 붙인 김동일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민생당은 새로운 당이지. 대한연방에서 북조선 인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거다.”

“본래 그런 의도는 아니었잖아?” 

김영화의 눈빛이 다시 강해졌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연방을 이끌어 나가려고 만든 것 아냐? 오빠가 대통령이 되고 말이야.”

“그야 그렇지.”


“그런데 왜 물러나?”

전에도 이런 분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김영화가 대놓고 묻기는 처음이다.

김영화의 시선을 받은 김동일이 빙그레 웃었다.

“너, 내가 요즘 얼마나 편하고 몸이 가벼운지 모를 거다.”

“그건 알아.”

김영화가 외면한 채 대답했다.

김동일은 근래에 체중이 20㎏ 가깝게 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웃는다.

전에는 사진 찍을 때만 웃었다.

김동일이 김영화의 옆모습을 보았다.

“영화야.” 

“왜?” 

“난 서 장관한테서 많이 배웠다.” 

“뭘? 여자 낚는 법?” 

“장난하지 말고.” 

“서동수 씨 만나서 그것밖에 배운 게 더 있어?” 

김영화의 시선을 받은 김동일이 정색했다. 

“난 사업으로 우리 인민들을 배불리 먹게 할 거야. 그것이 내가 할 일이야.”

“그 사이에 서동수는 연방대통령이 되고 말이지?” 

“5년이야.”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5년 후에는 나하고 서 장관 둘이 같이 사업을 하는 것이지.”

김동일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솔직히 불안했어. 안 그러냐? 그런데 서 장관이 나한테 길을 만들어 준 것이지.”

“…….” 

“내가 죽을 때까지 주석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너도 머리가 좋으니까 생각해봐라.”

그때 김영화가 길게 숨을 뱉었다. 

“오빠, 나도 회사 몇 개만 떼어줘.”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40>42장 생존경쟁 [8]  (0) 2016.05.25
<439>42장 생존경쟁 [7]  (0) 2016.05.18
<437>42장 생존경쟁 [5]  (0) 2016.05.12
<436>42장 생존경쟁 [4]  (0) 2016.05.06
<435>42장 생존경쟁 [3]  (0) 201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