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42장 생존경쟁 [3]
(868) 42장 생존경쟁 - 5
오후 5시,
이제는 셋이 둘러앉았다.
장충동의 요정 ‘국선집’ 방 안에는 서동수와 국정원 1차장 박병우, 그리고 안병관까지 셋이다.
앞에 놓인 상에는 산해진미가 쌓였지만 셋은 아직 젓가락도 들지 않았다.
상석에 앉은 서동수가 박병우를 보았다.
이번 만남은 박병우가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때 박병우가 말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순간 서동수와 안종관이 숨을 삼켰고 박병우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여당인 한국당은 그야말로 웰빙 정당입니다.
집권 2기 10년에 이어서 다시 서 장관께서 남한의 연방대통령 후보와 남북한 연방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자 벌써부터 권력 나눠 먹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박병우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갔다.
“장관께선 당 안팎 인사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으시지만, 이미 한국당 내부는 성서(聖徐), 진서(眞徐),
친서(親徐) 3개 조직이 구성됐고 나머지는 열심히 이 조직에 합류하려고 운동 중입니다.”
“이런.”
기가 막힌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안종관한테서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종관이 시선을 내린 것은 본인도 모르는 일이라는 증거다.
다시 박병우가 말했다.
“계파끼리 벌써부터 이간질과 모략, 밀어내기가 은밀하게 진행 중인데 현재 한국당 하부조직의
인사에 이 파벌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성골이 있어요?”
마침내 참지 못한 서동수가 물었다.
“진골은 또 뭡니까? 그 구분은 어떻게 되고 중심인물이 누굽니까?”
그러자 박병우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긴 숨을 뱉었다.
“성골은 오늘 점심때 만나신 정책위의장 진기섭 의원과 원내총무 오성호 의원이죠.
이 두 분은 장관께서 특별히 신임하고 계시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데다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언급까지 하셨지 않습니까?”
“…….”
“진골은 원내부총무 강동인 의원과 장관님의 고등학교 1년 후배가 되는 백세준 의원이지요.”
“백세준?”
“예, 지난 3월에 한랜드에서 만나셨을 때 헬기장 구석에서 두 분이 한참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지요?”
“그랬던가요?”
“그 장면이 TV에 나왔습니다.”
“난 못 봤는데.”
“한국 TV에 여러 번 재방됐지요.”
“그래서요?”
“무슨 말씀을 나눴느냐고 기자들이 물었는데 백 의원은 웃기만 했습니다.
그것이 백 의원을 진골로 만들었지요.”
“아, 기억난다.”
눈을 크게 뜬 서동수가 박병우를 보았다.
“그때 갑자기 내 어머니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다더군.
그래서 구석으로 갔더니 관절염 치료를 받으시는 병원 원장을 잘 안다고 하더구먼.
자기도 거기 다닌다면서 각별히 부탁을 했다길래 고맙다고 했지.”
그때 안종관이 외면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꼭 사기꾼의 치고 빠지기 수법이군요.”
“아아, 그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둔갑했을 겁니다.”
정색한 박병우가 말을 이었다.
“입 다물고 가만있어도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할 것이고요.
그래서 백세준이 졸지에 진서가 된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마침내 서동수가 눈을 치켜뜨자 박병우가 바로 말했다.
“권력 중독자가 되면 다른 건 안 보입니다.”
(869) 42장 생존경쟁 - 6
“나라가 어떻게 되든 당장 보이는 건 제 눈앞의 권력이겠지.”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한 모금에 소주를 삼켰다.
이곳은 성북동 안가. 박병우와 헤어진 서동수가 지금은 안가에서 술을 마시는 중이다.
앞에는 안종관과 비서실장 유병선이 앉아 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당신들은 뭐야? 특성서(特聖徐)인가?”
“나 참.”
입맛을 다신 유병선이 곧 길게 숨을 뱉었다.
“무슨, 성경책 특제도 아니고…….”
“성서보다는 우위지, 자네들이.”
서동수가 말을 받았더니 안종관이 정색했다.
“장관님, 이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 국민이 염증을 내고 그 표적은 장관님이 되십니다.”
“아니, 장관님이 왜?”
유병선이 눈을 치켜뜨고 안종관을 보았다.
“장관님이 그, 성경책 들고 다니는 놈들한테 무슨 힌트라도 주셨단 말이오?
그놈들이 멋대로 호가호위하는 것 아뇨?”
“주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안종관도 정색하고 유병선을 보았다.
“오해의 소지를 여러 번 만들어 주셨어요.”
“맞아.”
서동수가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둘은 입을 다물었다.
유병선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내 책임이야. 그들이 나한테 충성을 바친다고 그렇게 했겠지만 이러다간 다 망해.”
“맞습니다.”
안종관이 크게 머리를 끄덕였을 때 유병선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장관님, 국가를 경영하시려면 측근이 필요한 법입니다.
저희는 정치력도 부족하고 그들과 비교하면 하수(下手)올시다.”
안종관이 숨을 들이켰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성서파, 진서파를 다 제지하시면 운용할 세력이 없습니다.
친서파 몇 명과 함께 대한연방을 경영하실 겁니까?”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제 알겠다.”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래서 독재자, 불통 지도자가 만들어지는구나.”
제 말에 머리를 끄덕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유 실장의 말에 하자가 없어. 성서파, 진서파는 일단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최측근이 될 테니까.
내가 권력이 있는 한 말이지.”
“같이 대한연방을 세운 동지가 되기도 할 테니까요. 당연히 지분을 받아야겠지요.”
유병선이 맞장구를 쳤다.
다시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대한연방은 나, 또는 성서, 진서, 친서파의 습득물이 아냐. 주인은 남북한 주민이다.”
제 말이 우스운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욕심이 독재자를 낳고 불통 지도자를 만든다. 난 다 버린다.”
둘은 숨을 죽였고 서동수가 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말했다.
“난 소주 먹고 괜찮은 여자 만나서 오입하는 것으로 족해. 대한연방의 영광은
다 국민에게 뒤집어씌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내일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성서, 진서, 친서 대열에 낀 놈들은 파당주의자,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자로 간주한다고 하도록.”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7>42장 생존경쟁 [5] (0) | 2016.05.12 |
---|---|
<436>42장 생존경쟁 [4] (0) | 2016.05.06 |
<434>42장 생존경쟁 [2] (0) | 2016.05.05 |
<433>42장 생존경쟁 [1] (0) | 2016.05.05 |
<432>41장 대물 [11] (0) | 2016.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