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36>42장 생존경쟁 [4]

오늘의 쉼터 2016. 5. 6. 11:53

<436>42생존경쟁 [4]


(870) 42장 생존경쟁 - 7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렸으므로 유병선이 꺼내 보았다.

발신자 번호를 본 유병선의 시선이 벽시계로 옮겨졌다.

오후 8시 10분 전이다.

잠깐 망설이던 유병선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예, 유병선입니다.” 

앞쪽 소파에 앉아있던 안종관이 머리를 들었다.

그때 유병선이 핸드폰에 대고 몇 번 대답하더니 말했다. 

“잠깐 기다려 보시겠습니까? 내 전화로 다시 연락드리지요.”

핸드폰을 귀에서 뗀 유병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종관이 다시 시선을 내렸으므로 머리꼭지에 대고 말했다.  

“바꿔드려야겠군.” 

“누구요?” 

안종관이 묻자 유병선이 옷차림을 갖추면서 말했다.  

“이미연 극단장.” 

“아아.” 

“장관께 인사를 드린다는 거요. 기분 전환으로 통화시켜 드려야지.”

“괜찮을까요?” 

“내 채홍사 행위를 물으신 거요?” 

“글쎄, 그 여자가 좀….” 

“난 연산군 시절의 채홍사들이 충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 참.” 

쓴웃음을 지은 안종관에게 유병선이 정색했다.  

“장관께선 3억 원을 투자하셨어요. 보람을 느끼게 해드려야겠습니다.”

“그러다 진짜 간신 되실라.” 

“임금한테 몇백억 받은 간신 보았어요?” 

“아유, 내가 말을 말아야지.” 

안종관이 다시 내일 발표문을 펼쳤을 때 유병선은 응접실을 나갔다.

2층에 서동수가 있는 것이다.

성북동 안가의 아래층은 측근들의 숙소였고 서동수는 2층을 쓴다.

응접실에서 TV를 보던 서동수에게 유병선이 말했다.


“장관님, 이미연 극단장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데 받아 보시지요.”

“이 시간에?”

서동수가 벽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지만 웃음 띤 얼굴이다.

“유실장이 온 것을 보니까 받으라는 것 같구먼.”

유병선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정색했다.  

“장관께서 사비로 3억 원을 내신 것을 모른 척하고 넘긴다면 한마디로 막힌 여자지요.”

“유실장은 예상하고 있었나?” 

“8시 5분 전입니다. 적당한 시간입니다.” 

“남자들한테 몸 주고 돈 뜯어간 여자야. 어떻게 생각했어?”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존댓말을 쓰는 걸 들으니 이미 내 여자로 점지했군 그래.” 

“부담이 없으신 분입니다.” 

“매음하기에 말인가?” 

“매음이 아닙니다. 빌렸습니다. 그런 분 성품이 오히려 단순하고 깨끗합니다.”

“그런가?” 

“안 부장은 제가 채홍사 노릇을 잘한다고 칭찬했습니다.” 

“정말인가?”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때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곳으로 부르지.” 

“경호원 시켜 모시고 오겠습니다.” 

머리를 숙여 보인 유병선이 몸을 돌렸을 때 서동수가 등에 대고 말했다.

“그래, 만나는 게 낫지. 나도 예상하고 있었어.” 

주춤했던 유병선이 다시 발을 떼었을 때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야 그쪽도 개운하겠지.” 





(871) 42장 생존경쟁 - 8



“응. 어서 와.” 

소파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이미연을 맞았다.

오후 9시 20분. 이미연은 2층으로 혼자 올라왔다.

“안녕하셨어요?” 

낮게 인사한 이미연의 얼굴이 붉어져 있다. 

“앉아. 술 한잔 줄까?” 

자리를 권하면서 서동수가 묻자 이미연이 머리만 끄덕였다.

탁자 위에는 이미 술과 안주가 차려져 있는 것이다.

서동수가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나도 오늘 계속 술 마셨어. 낮부터 말이야. 소주 괜찮지?” 

“네. 주세요.” 

잔을 건넨 서동수가 제 잔을 잡더니 같이 마시자는 듯이 들어 보였다.

“자, 마시자고.” 

서동수가 한 입에 소주를 삼키고는 이미연을 보았다.

술을 삼키는 이미연의 목이 탱탱해졌다.

파마한 긴 머리가 어깨를 덮었고 옅게 화장을 한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 있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흡인력이 느껴진다.

반짝이는 눈동자, 쌍꺼풀이 없지만 선명한 눈,

곧은 콧날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데다 입술은 얇고 다부지다. 

“남자들은 다 정리했어?” 

다시 잔에 술을 채우면서 서동수가 묻자 이미연이 또렷하게 대답했다.

“네. 다 끝냈어요.” 

“계산도?” 

“네.” 

“잘했다.” 

“고맙습니다.” 

그때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미연의 얼굴이 더 빨개졌지만 시선은 금방 비껴지지 않는다.

“지난번에 말했지만 나도 무절제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어.”

다시 술잔을 든 서동수가 소파에 등을 붙이고는 이미연을 보았다.

이미연이 오늘은 투피스 정장 차림이다.

미끈한 다리가 무릎 위부터 드러나 있다.


“한때였지. 나 스스로 정리를 하고 다시 시작했지만 넌 그럴 형편이 못 되는 것 같더구나.”

“막다른 곳까지 갔었어요.”

시선을 내린 이미연이 말을 이었다.

“자포자기할 것 같아서 겁이 났어요.”

“절제력이 부족하나?” 

“네. 인내심도 부족해요.” 

“다 잘할 수는 없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미연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새 인생을 살게 해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이미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옷 갈아입을 수 있을까요?” 

“저기 왼쪽 방에 옷장이 있다. 아무것이나 입어도 돼.” 

“감사합니다.” 

발을 떼는 이미연이 옆을 지날 때 서동수가 손을 잡았다.

이미연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자고 가려고 왔니?” 

“네.” 

바짝 다가선 이미연한테서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엉덩이가 얼굴 옆에 붙여진 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손을 뻗쳐 이미연의 엉덩이를 쓸었다. 

“하긴 그것이 자연스럽지.” 

그때 이미연의 손이 서동수의 어깨에 얹어졌다. 

“그럼요. 제가 드릴 것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그러지 마라. 내가 네 몸을 산 것처럼 들린다. 이제 네 연극 이야기를 하자.”

서동수가 이미연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8>42장 생존경쟁 [6]  (0) 2016.05.17
<437>42장 생존경쟁 [5]  (0) 2016.05.12
<435>42장 생존경쟁 [3]  (0) 2016.05.05
<434>42장 생존경쟁 [2]  (0) 2016.05.05
<433>42장 생존경쟁 [1]  (0) 201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