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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42장 생존경쟁 [1]

오늘의 쉼터 2016. 5. 5. 15:22

<433>42생존경쟁 [1]


(864) 42장 생존경쟁 - 1



방 안에 둘이 남았을 때 서동수가 이미연을 보았다. 

“유라시아그룹과 계약이 무산됐다는 말을 듣고 조사했던 거요.”

이미연은 시선을 내린 채 이제는 탁자만 보았다.

곧 연방대통령 후보로 나설 서동수가 바로 옆쪽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단둘이, 거기에다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물론 그 내용이 허접하긴 하다.

그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그 내용을 듣고 극단 일을 우리 한랜드 정부에서 맡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중도적인 위치에 있는 이미연 씨에 대해서 조사한 거요.” 

이미연은 탁자를 응시한 채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한쪽에서 은근한 기대감이 솟아나고 있다.

가능성이 있으니 불렀지 않겠는가? 내가 사채업자하고 경찰서까지 간 것도 다 아는 상황이다.

그때 서동수가 물었다.  

“불쾌한가?” 

“아, 아닙니다.” 

놀란 이미연이 머리를 들었다.

서동수와 시선이 마주쳤고 다음 순간 이미연의 얼굴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이미연이 시선을 내렸을 때 서동수가 다시 물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사채업자 외에도 채무가 더 있던데.

만나는 남자들한테서도 돈을 빌렸더군. 맞지?” 

서동수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거침이 없다.

어느덧 반말을 썼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이미연이 머리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낭비벽 때문인가?” 

“허영심, 무절제한 사생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

“고치려고 노력은 해보았나?” 

“1년쯤 전부터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살려고 했나?” 

“언젠가는 기회가 오리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제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요.”

“그렇군.” 

서동수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이미연의 솔직한 대답에 이해가 가면서도 환멸이 느껴진다.

바로 이런 유형을 구제불능이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궁창에 쑤셔박혀 가라앉는다.

그렇게 종말을 맞는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물었다.  

“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나?” 

그때 이미연이 머리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지금이 바로 그런 경우가 될까? 지금까지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기회 말이야.”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럼 지금 생각해봐.” 

이미연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시선을 내린 이미연이 말을 이었다.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지요.” 

“…….” 

“극단 일은 자신이 있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 

“제 생활을 지켜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달라진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말을 그친 이미연이 숨을 골랐다. 진심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놓고 참회한 적이 없다.

이렇게 약속한 적도 없는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곧 스피커에서 유병선의 목소리가 울렸다.

“예, 장관님.”

“이미연 씨하고 극단 계약을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미연 씨가 빌려 쓴 돈을 지급하도록.” 

서동수가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이미연 씨가 아마 각서도 써줄 거야.” 



(865) 42장 생존경쟁 - 2



요시무라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미국에 너무 의존해 왔습니다. 원인은 그것에 있습니다.”

앞쪽에 앉은 아베와 고노는 표정 없는 얼굴로 대답하지 않는다.

오전 10시 반,

총리 관저의 회의실에 셋이 모였다.

이제는 자민당 평의원 신분이 되어 있는 전(前) 총리 아베와 재무상 고노가 요시무라를 찾아온 것이다. 요시무라가 불렀기 때문인데 셋은 자주 이렇게 극비 회동을 한다.

그것은 아직도 아베와 고노 파벌이 자민당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 요시무라는 아베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

군국주의의 부활에 거부감을 느낀 한·중의 반발을 피하려고 아베는 오카다에 이어 요시무라를 총리로

밀었지만 성향은 같다.

단명 총리가 계속되고 있다. 요시무라가 말을 이었다.

“미국이 한국과 밀착하면서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는데 이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직 시간이 있어요.” 

경제에 민감한 고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셋 중 가장 연장자인 고노가 말을 이었다.

“일·미 동맹이 깨지는 것도 아니고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가 철수한다는 계획도 없어요.

총리는 의연하게 대처하세요.” 

그때 아베가 머리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대세론(大勢論)이 유행하는 모양인데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오.

그놈들은 곧 저희끼리 치고받다가 주저앉을 겁니다.” 

쓴웃음을 지은 아베가 찻잔을 들었다. 

“그건 한국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요.

한국이 깜짝 성장한 것은 군사혁명 후의 30년간뿐이었지 않습니까? 그 후로 어떻게 되었나 보세요.” 

요시무라는 자민당 내 온건파에 속한다.

그러나 아베의 대(對) 한국관에는 공감하고 있었으므로 머리를 끄덕였다. 

“압니다. 대한연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서로 사생결단식으로 싸우고 있지요.

이제 북한까지 두 패로 나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 무슨 대세론이고 무슨 한로드란 말이오? 서동수가 백 명이 있어도 한국은 분열됩니다.”

아베가 자신 있게 말했고 고노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

들은 미국 정부에서 서동수와 은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도 아는 것이다.

비공식 라인이었지만 언제라도 공식화시킬 수 있는 전략이다.

그렇다고 미국은 일본을 포기하지 않는다.

일본은 일본대로 놔두고 대한연방으로 뻗어 나가는 한국과도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 불안감을 느낀 요시무라가 둘을 불러 자문하고 있다.

그때 아베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한국을 무시하고 있다고 일부 한국인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그 사람들은 아직도 이유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지.” 

고노가 나섰다가 곧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우리가 그 친구들 역사를 많이 고쳤지만 말이오.”


고노와 마주 보고 웃은 아베가 말을 이었다.

“1000년 전 한국의 고려 시대부터 한반도는 우리 일본의 창고 역할이었지요.

1년에도 수백 번 일본해를 건너가 식량을 가져오고 종을 잡아와 팔거나 부려 먹었지요.”

고노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 한국에 일본인 피가 절반은 섞여 있을 거요.

히데요시 공(公)의 대군이 7년간 조선을 유린할 때 성한 여자가 없었지.” 

다시 아베가 말을 받는다. 

“1000년간 식민지나 마찬가지였던 한반도요.

그러니 우리 DNA에 한국인의 인식이 어떻게 박혀 있겠습니까? 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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