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41장 대물 [10]
(860) 41장 대물 - 19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벽시계를 본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탁자 위의 보드카도 반쯤 비워졌고 벌써 밤 11시 반이다.
따라 일어선 하선옥에게 서동수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난 여자하고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서 탈이야.”
“저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하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하선옥은 반팔 셔츠에 면바지를 입었는데 날씬한 몸매가 다 드러났다.
서동수가 앞에 선 하선옥을 보았다.
“지금도 나하고 김동일하고 연방 대통령 선거에서 붙으면 내가 진다는 사람들이 많아. 하 박사 의견은?”
“신빙성이 있습니다.”
하선옥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남한 사람이 연방 대통령이 되면 일제가 조선 식민지를 통치했던 것처럼 북한 인민을 종으로
부릴 것이라는 소문이 그럴듯한 사례까지 붙어서 유포되고 있거든요.”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한 걸음 다가섰다.
이제 하선옥과는 반걸음 사이여서 손만 뻗으면 허리를 안을 수 있다.
서동수도 보고를 받은 유언비어다.
북한 민생당이 조직적으로 퍼뜨렸고 그럴듯한 사례는 한국 민족당이 조작해서 보여준다.
손발이 맞는다. 하선옥이 말을 이었다.
“또한 1년 남은 연방 대통령 선거 전에 국내외에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도 모릅니다.”
그 변수는 수십 가지다.
일본과 중국의 견제는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이며 민족당은 당의 명운을 걸고 저지할 것이다.
서동수가 연방 대통령이 되면 민족당은 사멸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이 연방으로 통일돼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를 이어받은 인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민족당은 내부 구성원은 물론 당령, 당명까지 바꾸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때 서동수가 팔을 뻗어 하선옥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하 박사.”
하반신이 붙었고 서동수가 부르자 하선옥이 상체를 조금 젖힌 모습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하반신이 더 밀착되는 순간 하선옥의 얼굴이 붉어졌다.
서동수의 단단해진 남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선은 떼지 않는다.
“통일이 되면 드러나게 될 반역자들이 있어. 그들이 필사적으로 방해할 거야.”
“그렇군요.”
하선옥의 두 손이 서동수의 가슴에 포개졌다.
“반역의 증거들이 드러나겠군요.”
“북한 측에서 협조해줄 테니 깜짝 놀랄 만한 거물 반역자도 밝혀지겠지.”
“필사적으로 나오겠군요.”
그때 서동수가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놈들이 내 목숨을 노리고 있어.”
놀란 하선옥이 숨을 들이켰고 눈을 크게 떴다.
“그것이 놈들한테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 그렇지 않아?”
“그, 그것이 사실인가요?”
서동수가 하선옥의 검은 눈동자에 박힌 제 얼굴을 보았다.
하선옥에게 오기 전에 국정원 요원들을 만나고 온 것이다.
그들에게서 들은 것이다.
“오늘 밤 자고 갈까?”
대답 대신 서동수가 묻자 어깨를 조금 올렸던 하선옥이 머리를 끄덕였다.
시선도 떼지 않는다.
“전 준비됐어요.”
“무슨 준비라는 거야?”
놀란 듯 서동수가 물었더니 하선옥이 눈을 흘기면서 허리를 비틀었다.
그 순간 서동수의 남성이 하선옥의 다리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861) 41장 대물 - 20
다음 날 오전,
장관실에 들어와 보고를 마치고 일어나던 유병선이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에서 전용 연극단을 만들어서 데려오려다가 무산됐다고 합니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자금난에 빠진 극단을 후원할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유병선이 ‘사람’ 극단 이야기를 했다.
유병선의 부하였던 고영일은 지금도 수시로 보고하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듣고만 있었으므로 싱거워진 유병선이 마무리를 했다.
“김 회장이 이제는 문화사업에도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유병선이 몸을 돌렸을 때 서동수가 물었다.
“그, 감독이란 여자 때문에 극단 초청이 무산된 것인가?”
“예, 감독 책임도 있지만 대표가 독단으로 일 처리를 했기 때문에 단원들이 집단 반발을 한 것이죠.”
“감독이 낭비가 심하고 사채까지 얻어서 명품을 사는 정신이상자라고 하지 않았어?”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유병선이 입맛을 다셨다.
“남자가 여럿인데, 그 남자들한테서도 돈을 빌려 탕진했다고 해서요.”
“그런 여자가 제대로 감독을 할 리가 없지.”
“하지만…….”
다시 입맛을 다신 유병선이 서동수를 보았다.
“소극단 감독으로 유일하게 대한민국 연극 감독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합니다.
배우들이 그래서 따르는 거죠.”
“골치 아프게 만드는 여자군.”
더 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외면한 서동수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에 서울로 갈 예정이다.
요즘은 1주일에 한 번꼴로 서울에 가서 정치인들을 만난다.
서동수가 문으로 다가가는 유병선에게 말했다.
“한랜드에서 그런 극단을 후원해주는 것도 좋겠군. 오늘 서울에 갔을 때 추진해 보도록.”
“알겠습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제가 말을 꺼낸 일이어서 유병선이 바로 대답했다.
“극단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니, 그 사이코 감독의 극단.”
서동수가 정정했다.
“남자한테 돈 뜯어내는 감독 말이야. 재능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예, 그것은 그렇지만…….”
“자세히 조사해 보도록.”
“예, 장관님.”
방을 나온 유병선이 이제는 혀를 차면서 후회했다.
가끔 지루한 보고 때 사건 사고를 끼워 넣어 분위기를 바꾸는 트릭이 필요하다.
오늘도 그런 경우였는데 귀찮은 일감을 맡게 된 것이다.
그 시간에 ‘사람’ 극단 대표 전윤희는 유라시아그룹 기획실 과장 박양수와 통화 중이다.
박양수는 이번에 기획실장 고영일을 수행한 직원이다.
박양수가 말했다.
“저기, 알고 계시겠지만 극단 단원들의 진정서 문제도 있고,
실제로도 ‘사람’ 극단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이 돼서요.”
박양수는 말은 느렸지만 정확했다.
전윤희는 어금니만 물었고 박양수의 말이 이어졌다.
“저희 실장께서 ‘사람’ 극단과의 계약은 무효화하겠다고 결정하셨습니다.
계약 조건에도 그렇게 돼 있으니 법적 하자도 없습니다.”
그러고는 통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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