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41장 대물 [8]
(856) 41장 대물 - 15
윤성의 남성이 갑자기 더 굵어진 느낌이 들었으므로 전윤희가 어깨를 움켜쥐었다.
말리려는 시늉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그 순간 윤성이 폭발했다.
“아앗.”
전윤희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이것도 무의식적 반응으로 버릇이 된 것이다.
다음 순간 윤성이 엎어지면서 몸이 두 배는 무거워진 것 같다.
늘어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몸이 뜨거웠지만 전윤희는 더 이상 윤성한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숨이 가쁜 데다 몸은 물속 깊은 곳에서 수압을 받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하다.
더구나 뜨거운 샘 속에 든 윤성의 남성이 급격히 시들어가고 있는 것에 짜증이 난다.
전윤희가 마침내 윤성의 어깨를 밀었다.
“나 숨 막혀.”
윤성이 몸을 굴려 옆으로 누우면서 긴 숨을 뱉었다.
“어때? 좋았어?”
윤성이 버릇처럼 묻자 전윤희가 가쁜 숨을 고르면서 대답했다.
“응, 오늘은 너무 긴 것 같아.”
“그래?”
비꼬는 것도 모르고 윤성이 벌쭉 웃었다.
윤성은 자동차 정비공장의 상무다.
아버지가 공장 사장인 터라 10년쯤 후면 정비공장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알몸으로 누운 윤성이 천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랜드 언제 간다고 했지?”
“8일 남았어.”
“그럼 그 안에 우리 어머니 만나고 가지 않을래?”
“어머니?”
머리를 돌린 전윤희가 윤성을 보았다. 결혼 때문이다.
지난번 인사를 했고 결혼식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요즘 너무 바빠서, 더구나 미연이도 감독을 그만뒀고….”
전윤희가 윤성에게 몸을 돌려 가슴에 볼을 붙였다.
“한랜드에 기반을 잡고 와서 어머니 보면 안 될까? 한두 달쯤 걸릴 건데.”
“그럼 그렇게 하지 뭐, 바쁜데 끌고 가는 것도 그렇다.”
“미안해.”
“아냐.”
윤성이 전윤희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선배 소개로 만난 윤성과는 3년째 교제하고 있다.
뜨뜻미지근한 관계였지만 결혼까지 약속하게 되었던 윤성이다.
“그런데 왜 이미연 씨가 감독을 그만두는 거야? 엊그제만 해도 같이 간다고 좋아하더니?”
“응, 걔가 부채가 많아서. 내가 지난번에 이야기했잖아?”
“아, 사채업자한테 빌렸다는 돈?”
“그것뿐만이 아냐.”
전윤희가 팔을 뻗어 윤성의 남성을 쥐었다.
“만나는 남자들한테도 돈을 빌렸어. 내가 알기로도 세 명이 넘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야?”
“허영이지. 사치품 사고, 걘 명품백이 10개도 넘어.
지금은 다 전당포에 맡겼지만 그런데도 또 산다고….”
“…….”
“병이야. 마약 중독 같아서 끊기가 어렵다고 제 입으로 말하더라니까?”
“그래서 사채업자가 못 가게 한 거야?”
“따라간다고 하고 난리를 치니까 자진해서 그만둔다고 한 거지.
유라시아 그룹에서 알면 바로 잘릴 테니까.”
“도대체 채무가 얼마나 되는 거야?”
“자기가 그거 알아서 뭐하게?”
주무르던 윤성의 남성이 단단해졌으므로 전윤희가 몸 위에 오르면서 물었다.
오후 10시,
둘은 단골인 논현동의 극동모텔에 들어와 있다.
곧 방 안에서 신음이 울렸다.
(857) 41장 대물 - 16
“응, 준비 다 했어?”
휴대전화를 귀에 붙인 전윤희가 부드럽게 물었다.
오전 11시,
오늘은 한랜드에서 입을 파카와 부츠를 사려고 외출 준비를 하다가 이민기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이민기는 ‘사람’ 극단의 간판스타로 연극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네, 그런데요….”
이민기의 굵은 목소리가 수화기를 울렸다.
달콤한 목소리다.
나이가 세 살 연하지만 전윤희는 한때 이민기를 애인으로 삼을까 고민했었다.
그때 이민기에게 애인이 생겨서 포기했지만 그만큼 매력있는 놈이다.
“그래? 무슨 일? 가불이라면 며칠 기다려. 가기 전에 자금이 나올 것 같으니까.”
들뜬 전윤희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많이는 못 줘. 유라시아그룹 쪽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대표님, 저희들은 못 갑니다.”
불쑥 이민기가 말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기까지 2초쯤이 걸렸다.
“응? 못 가? 무슨 말이야?”
“감독을 바꾸셨다면서요?”
“응, 그래서?”
“저희들은 기계 부속이 아닙니다. 감독을 바꾼다면 저희들 하고 상의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봐, 이민기 씨.”
이제 전윤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솔직히 지금까지 참았지만 대표님의 독단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뭐라고? 말 다 했어?”
“전 이 감독이 없으면 한랜드 못 갑니다. 계약기간도 정하지 않았으니까 날 끌고 가지 못할 겁니다.”
“과대망상증에 빠진 것 같군.”
마침내 전윤희도 눈을 치켜떴다.
“연극을 이민기 씨 혼자서 하나? 이민기 씨 대신할 사람도 많아.”
“그러시겠죠. 그러니 하루아침에 감독을 자르고 조감독을 내세웠겠죠.”
“안 간다면 할 수 없지.”
“저만 안 가는 게 아닙니다.”
숨을 죽인 전윤희가 몸을 굳혔고 이민기의 말이 이어졌다.
“안미나, 최정윤, 조수환도 같이 안 갑니다. 이제 내 대역도 없어졌죠?”
“…….”
“그리고 무대감독 양기선, 분장 오미경, 단원 박문수, 조희성도 조금 전에 우리하고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서약했습니다.”
그러면 주·조연은 다 빠졌고 분장에다 주요 단원까지 제외되었다.
남은 건 엑스트라급 대여섯 명뿐이다.
극단 ‘사람’은 해체된 것이나 같다.
“아니, 정말, 도대체….”
갈라진 목소리로 전윤희가 신음하듯 말했다.
두 눈이 충혈되었고 입끝이 떨렸다.
그때 이민기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우리가 유라시아그룹 쪽에 진정서를 내기로 했습니다. 그쪽도 알아야 될 테니까요.”
“이봐, 이민기!”
전윤희가 다급하게 불렀지만 이민기는 통화를 끝냈다.
“이, 개자식.”
눈을 치켜뜬 전윤희가 아직까지도 한 손에 들고 있던 빗을 내동댕이쳤다.
“이, 나쁜 년!”
저절로 전윤희의 입에서 욕이 쏟아졌다.
이미연을 욕한 것이다.
모두 이미연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 분명했다.
심호흡을 세 번이나 하고 난 전윤희가 다시 휴대전화를 들고 윤상희의 번호를 눌렀다가
신호음이 세 번 울렸을 때 껐다.
윤상희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큰일났다.
진정서가 간다면 유라시아그룹은 계약을 취소할 가능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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