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41장 대물 [6]
(852) 41장 대물 - 11
북한 민생당을 배후 지원하고 있는 한국 민족당 의원이 김동일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도 남북연방에 대비하여 공산당 대신 민생당으로 조직을 바꾸고 정비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생당 총재는 김동일이 맡고 있다.
그 민생당 총재 김동일이 임창훈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이제 임 의원께서도 상황을 짐작하셨겠지요.
김 위원장은 한민족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리신 것입니다.
남북연방이 되고 한랜드까지 이어지는 대한연방은 모두 김 위원장의 공적이 될 겁니다.”
진기섭 등 셋은 숨을 죽였다.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창훈의 뒤에는 김동일이 있다. 그때 임창훈이 말했다.
“솔직히 민족당에서 김동일 위원장의 요청을 거절할 의원이 있겠습니까?
저도 지금까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지만 위원장님의 전화를 받고 나서 제 위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넷은 임창훈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일그러진 웃음이다.
“예, 우리는 김 위원장님을 뿌리로 여기고 있었지요.
이번 선거도 1945년 해방된 후에 남북한 공동선거를 하기 전과 상황이 같습니다.”
그렇다. 결국 공동선거는 무산되고 남북한 단독정부가 들어서면서 분단 70년이 되었다.
어깨를 늘어뜨린 임창훈이 서동수를 보았다.
“한국당은 자만하고 있는데 만일…….”
호흡을 가눈 임창훈이 말을 이었다.
“서 장관께서 무슨 일을 당하셨을 때 정세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뭐라고요?”
진기섭이 되물었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오성호 등도 대번에 얼굴이 굳어졌다.
서동수도 쓴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입을 열지 않는다.
그때 임창훈이 말을 이었다.
“남북한이 상승기류를 탔지만 아직도 강대국의 견제를 받는 현실이고 그 핵은 장관님이시지요.
그런데 그 핵이 유고 시에는 하루아침에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다시 70년 전 해방 직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서동수도 침묵했다.
임창훈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게 된 건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임창훈은 민족당의 정책위 소속으로 두뇌 그룹이다.
한국당 측이 정세를 낙관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대한연방은 한민족의 꿈이 되었다.
아시아 대륙의 동북방 반도에서 열강에 부대껴오기만 했던 한민족이 아시아를 관통해서
유럽까지 진출한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하다. 분단 70년의 후유증이 남북한의 순조로운 연방을 가로막고 있다.
남쪽의 민족당이 그 중심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내가 여러 번 말했지만 다 포용할 거요. 그러나 용서하지 못할 인간들도 있기 마련이지.”
서동수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난 내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따라서 대의에 어긋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처단할 겁니다.”
처단이란 단어가 섬뜩한지 넷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하는 대업이다.
임창훈은 서동수의 유고까지 거론하는 상황인 것이다.
임창훈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웃었다.
“그런 각오를 하셔야 될 것입니다. 이런 대업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입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그제야 진기섭이 임창훈에게 인사를 했다.
임창훈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진기섭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대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었지 않습니까?”
김동일의 의지가 이렇게 만들었다.
단 한 사람의 의지가 한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853) 41장 대물 - 12
“대표님, 기다리셨어요?”
앞자리에 앉은 윤상희가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면서 물었다.
오후 4시 50분,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나왔는데도 전윤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소공동의 커피숍 안이다.
머리만 끄덕인 전윤희가 윤상희를 봤다.
윤상희는 ‘사람’의 조감독으로 이미연과 6년 동안 함께 일했다.
이미연의 분신과 같다.
“준비 잘되고 있어?”
전윤희가 묻자 윤상희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럼요. 문제없어요.”
열흘 후에 한랜드로 떠나는 것이다.
윤상희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한랜드 최초의 극단이 되다니 꿈만 같아요. 더구나…….”
윤상희가 말을 그쳤지만 뒷말을 전윤희가 이을 수 있다.
유라시아 그룹으로부터 전액 지원을 받아 극단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시티에 주택이 제공될 뿐만 아니라 월급과 공연 수당까지 받게 됐으니 이런 행운이 없다. 지
금까지 수백 개의 극단이 창단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그때 전윤희가 윤상희를 봤다.
“너, 이미연이 대신 감독 맡을 수 있지?”
“네?”
놀란 윤상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윤상희다.
눈을 똑바로 뜨고 되물었다.
“대표님, 무슨 일 있어요?”
“이미연이 그만둬야겠어. 그래서 그래.”
“왜요?”
“나하고 안 맞아.”
“어머나.”
“나하고 안 맞으면 할 수 없지. 그 이유까지 너한테 말할 필요는 없고.”
“…….”
“네가 이미연한테 이유를 물어봐도 상관없어. 어쨌든 너, 어떡할래?”
“뭘요?”
“나하고 같이 한랜드 갈래? 의리 지켜서 이미연하고 남을래?”
“무슨 의리요?”
“같이 일했잖아?”
“대표님도 참.”
“뭐가?”
“내가 조폭이에요?”
“무슨 말이야?”
“일하는데 무슨 의리가 필요해요. 내 일을 열심히 하면 되지.”
“간다는 거야?”
“그럼 제가 감독이 되는 건가요?”
“그래.”
의자에 등을 붙인 전윤희가 소리 죽여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네가 감독을 맡아.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보다 네가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
“열심히 할게요.”
“솔직히 지금까지 문제가 많았어. 감독 고집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단 말이야.
너도 알지?”
“알아요.”
“이젠 유라시아 극단으로 선정된 데다 수익 창출 기회가 많아졌어. 기회가 온 거야.”
전윤희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유라시아 그룹은 한랜드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그룹이야. 너도 알지?”
“그럼요.”
윤상희도 웃음 띤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
“도대체 어떻게 그 그룹에 선정되셨어요? 대표님의 로비력은 대단해요.”
“뭐 로비랄 건 없고, 노력 좀 했지.”
“모두 부러워해요. 그런데 감독님이 왜 그렇게 됐는지…….”
말을 그친 윤상희가 힐끗 전윤희의 눈치를 살피더니 결론을 냈다.
“다 제 복이죠, 뭐.”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29>41장 대물 [8] (0) | 2016.04.26 |
---|---|
<428>41장 대물 [7] (0) | 2016.04.26 |
<426>41장 대물 [5] (0) | 2016.04.25 |
<425>41장 대물 [4] (0) | 2016.04.25 |
<424>41장 대물 [3] (0) | 2016.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