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41장 대물 [7]
(854) 41장 대물 - 13
“언니, 감독 그만두셨어요?”
안미나가 묻자 이미연이 숨을 들이켰다.
“왜?”
“금방 윤상희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언니가 그만뒀다고 해서요.”
“윤상희가?”
“네, 윤상희가 감독을 맡았다고 하더군요. 조금 전 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
“언니가 그만뒀다는데, 맞아요?”
“응.”
“그럼 한랜드에 안 가세요?”
“그만뒀는데 내가 왜 가니?”
안미나가 가만있었으므로 이미연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말했다.
“너희들이나 잘 해봐. 한랜드는 기회의 땅 아니냐.”
“전 대표하고 문제가 있어요?”
“없어.”
“그럼 왜요?”
“몰라도 돼.”
이미연이 머리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영등포의 연립주택 안이다.
15평형 월셋집이어서 가구는 TV와 침대, 옷장 하나뿐이었고 청소도 안 해서 옷가지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창밖의 주택단지도 지저분했다.
안미나는 극단의 주연급 여배우다.
안미나가 극단의 간판과 같다.
지금까지 안미나는 이미연과 손발을 맞춰 왔다.
잘 맞는 짝이라는 소문도 났다.
그때 안미나가 물었다.
“언니, 전 대표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녜요?”
“뭘?”
“언니 아웃시키고 윤상희를 감독으로 하면 줄줄 끌려갈 거라고 믿고 있을까요?”
“내가 어떻게 아니?”
“물론 다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간다고는 했어요.”
“가야지. 이런 기회가 없어, 솔직히.”
“나하고 정윤이, 민기, 수환이가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뭐?”
이맛살을 찌푸린 이미연이 다시 창밖을 보았다.
부연 스모그에 덮인 주택단지 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다시 안미나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넷이 말을 맞췄어요. 언니가 한랜드에 안 가면 우리도 안 간다고.”
“야, 그만둬.”
핸드폰을 고쳐 쥔 이미연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안미나와 최정윤, 이민기, 조수환은 극단의 주연급이다.
주연급 넷이 다 빠지면 극단은 와해된 것이나 같다.
“너희가 그러면 남은 식구들은 어떻게 하니? 걔들은 기회를 잡았다면서 기뻐 날뛰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 주연급도 덩달아 뛰어야 해요?
우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언니도 아시잖아요?”
숨을 들이켠 이미연의 귀에 안미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대표의 월권이에요. 감독을 바꾼다면 최소한 우리와 상의라도 했어야 하지 않아요?
조감독만 불러서 네가 감독해라, 그러면 우리가 그냥 따를 거라 생각했나 보죠?”
“…….”
“우리 넷은 조금 전에 말을 맞췄어요. 언니가 한랜드에 안 간다면 우리도 안 가요.
그것을 이민기가 대표한테 통보할 거예요. 그러니까 언니는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통화가 끝났을 때 이미연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안미나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미나가 새로 감독이 되는 윤상희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인가? 이미연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간단하다.
배고팠을 때와 배부를 때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855) 41장 대물 - 14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미연이 숨을 들이켰다.
오후 7시 반,
심란해서 휴대전화 전원도 꺼 놓은 채 누워 있던 중이다.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이미연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벨이 고장났기 때문에 문을 두드려야 하지만 아예 주먹으로 치는 것 같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커지더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연 씨! 문 열어!”
대부업체 조 과장이다. 문으로 다가간 이미연이 문고리를 풀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밖이 조용해지더니 문이 열리면서 두 사내가 이미연을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왜 미는 거야?”
화가 난 이미연이 버럭 소리치자 둘은 털썩 응접실 바닥에 앉았다.
소파도 없었기 때문이다.
벽에 등을 붙이고 앉은 조 과장이 이미연을 올려다보았다.
긴 얼굴, 가는 눈, 웃을 때면 소름이 끼친다.
“극단이 한랜드로 옮겨간다더군. 대박이라고 소문이 났던데.”
이미연이 창가로 다가가 문틀에 등을 붙이고 섰다.
조 과장이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유라시아 그룹에서 선금을 받게 되지 않겠어?
8500만 원쯤이야 코딱지만 한 금액이지. 안 그래?”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쓴웃음을 지은 이미연이 조 과장을 내려다보았다.
“난 잘렸어. 정보가 늦은 모양이군.
난 ‘금성신용금고’가 매일 빚 독촉을 하기 때문에 극단 일을 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났거든.”
조 과장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이미연이 말을 이었다.
“확인해 봐. 극단 대표 알지? 걔한테 전화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이년이 지금 누구 약 올리나?”
“내가 너 같은 개새끼 약 올릴 이유가 있니?”
“이년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옆쪽에 앉은 사내가 벌떡 일어났으므로 이미연이 짧게 웃었다.
조 과장이 데리고 다니는 부하다.
“병신, 육갑 떨고 있네. 야, 이 새끼야. 어디 쳐봐라, 제발.”
이미연이 한 발짝 다가섰다.
“제발 네 덕분에 병원에 가보자.”
“뭐야?”
눈을 부릅뜬 사내가 다가서서 둘 사이는 한 걸음도 안 되었다.
그러나 사내는 어깨만 부풀렸을 뿐이다.
손을 대었다가는 바로 경찰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다.
진단서를 끊게 되면 빚은 다 받게 된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졌다.
이미연이 사내를 노려보면서 이 사이로 말했다.
“병신, 사채업자 똘마니 주제에 조폭 흉내를 내고 있어. 너 같은 놈은 그냥 양아치야, 이 새끼야.”
“뭐야? 이….”
사내가 와락 어깨를 부풀렸을 때 조 과장이 소리쳤다.
“야, 이 새꺄.”
흠칫 숨을 죽인 사내가 시선을 주자 조 과장이 이 사이로 말했다.
“앉아, 이 새꺄.”
“형님.”
“저년한테 말려들지 마, 병신아.”
입맛을 다신 조 과장이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어쨌든 상관 없어. 그럼 오늘부터 우리도 여기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하지.”
“어디 한번 해보자.”
발을 떼면서 이미연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일단은 무단 침입 신고부터 하고.”
침실로 들어가면서 이미연이 말을 이었다.
“같이 경찰에 가서 진술하기로 하자.
나, 실업자 되어서 오늘부터 시간이 많아. 경찰서에 가서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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