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41장 대물 [5]
(850) 41장 대물 - 9
김광도도 심복이 있다.
바로 그룹 기획관리실장 고영일이다.
동성그룹 기획실 출신의 고영일은 현재 서동수의 비서실장으로 최측근인 유병선의 계보이기도 하다.
동성에서 유병선의 부하로 근무했다.
오후 3시 반,
고영일이 방으로 들어와 김광도의 앞쪽 자리에 앉았다.
김광도보다 10년 연상인 43세지만 깍듯이 예의를 차린다.
정색한 고영일이 서류를 펼치면서 말했다.
“회장님, 전윤희 씨는 만나는 남자가 있습니다.
국제대학 전임강사로 나가는 김건중이라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사람입니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고영일이 말을 이었다.
“5년쯤 사귀고 있다는군요. 전윤희 씨는 서동대 경영과 출신입니다.
극단 ‘사람’을 운영한 지 7년 됐고 그동안 꾸준히 연극을 공연했지만 수익은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연극에 대한 애착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김광도가 고영일이 내민 서류를 받아 읽었다.
고영일은 김광도가 의뢰하지 않았지만 신상 조사를 해온 것이다.
전윤희는 31세, 남자관계가 깨끗한 편이다.
이미연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김광도가 이미연의 서류를 펼치자 고영일이 번역하는 것처럼 설명했다.
“이미연은 남자관계가 복잡합니다.
단원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는데 만나는 남자가 항상 서너 명이 된다고 합니다. 모
두 섹스 파트너인 셈이지요.”
김광도는 머리만 끄덕였고 고영일의 말이 이어졌다.
“금전 관계도 복잡합니다. 사치가 심하고 허영심이 강해서 부채가 2억 원 가까이 됩니다.
사채업자한테서도 돈을 빌려 현재 쫓겨 다니고 있는 실정이지요.”
이미연의 얼굴을 떠올린 김광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눈이 번쩍 띄는 미모,
그녀가 자신을 선택해 주기를 바랐던 그 순간의 긴장이 지금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서류를 보니 이미연은 사채업자한테서 급전 4500만 원을 빌렸는데 이자까지 합쳐서
8500만 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부친은 퇴직 중소기업 임원으로 대전에 거주하고, 오빠는 대전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연은 가족과 인연을 끊은 지 3년째라고 적혀 있다.
돈을 빌려 가서 갚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서류에서 시선을 든 김광도가 고영일을 보았다.
“좀 삭막하지만 이렇게 조사해 놓고 상대하는 것이 낫지.”
그때 고영일이 어깨를 펴고 숨을 들이켰다. 여전히 정색한 얼굴이다.
“불편하시더라도 제가 사전에 조사해 놓은 것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이미연이 극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김광도가 묻자 고영일이 다시 서류를 펼쳤다.
“감독으로 재능이 있습니다.
세 번이나 연극감독상을 받았는데 작년에는 소극단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재주는 있네요.”
“하지만 극단 대표는 전윤희 씨입니다.
이번 계약도 전윤희 씨와 맺은 것이고 이미연 씨는 고용원일 뿐입니다.”
“그렇군요.”
“이런 상황에서 이미연 씨가 한랜드로 떠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채업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요.”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이자 고영일이 말을 이었다.
“이미연은 주변 남자들한테서도 돈을 빌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광도의 눈앞에 다시 이미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산뜻한 분위기의 여자가…….
(851) 41장 대물 - 10
“어서 오십시오.”
자리에서 일어선 진기섭과 오성호, 그리고 강동원까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들 뒤에 50대쯤의 사내가 어색한 웃음을 띠고 서 있다.
셋과 악수를 나눈 서동수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사내가 두 손으로 서동수의 손을 잡는다.
민족당의 재선의원 임창훈이다.
진보 성향으로 신의주 특구부터 한랜드까지 끈질기게 비판해온 강경파 중 한 명,
특히 임창훈은 서동수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일류대 출신에 사법시험 합격, 미국에서 박사까지 받은 임창훈인 것이다.
이태원의 요정 성운각의 방 안, 교자상에는 이미 산해진미가 쌓여 있었으므로 다섯은 자리에 앉았다.
대개 직사각형의 상에 차렸지만 오늘은 원탁을 놓아서 둥글게 둘러앉은 셈이다.
여자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인지 마담도 들어오지 않는다.
“난 아가씨가 있어야 술이 들어가는데.”
술잔을 든 서동수가 임창훈을 바라보며 웃었다.
“임 의원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지요?”
“예, 그렇습니다.”
쓴웃음을 지은 임창훈이 시인했고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한 모금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임창훈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임창훈이 얼른 외면했다.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진기섭 등에게 전화로 성운각에서 만나자고 해놓고 임창훈도 참석할 거라고 했더니
모두 깜짝 놀랐던 것이다.
방에서 먼저 셋이 만났지만 임창훈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동수가 임창훈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앞으로 여기 세 분하고 수시로 상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임창훈이 잔을 받으면서 고분고분 대답하자 셋은 숨소리도 죽이고 있다.
이것은 전향 정도가 아니다. 배신인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몇 분 더 민족당에서 오실 겁니다. 그분들은 임 의원께서 이끌어주셔야 되겠어요.”
“알겠습니다.”
진기섭 등 셋은 이제 술잔을 들거나 젓가락을 쥔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있다.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 같았을 것이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정색하고 셋을 둘러보았다.
“연방이 될 때까지는 힘을 합쳐야 합니다.
되고 나서 서동수의 자질, 여자문제, 특혜문제, 다 끄집어내 난도질을 하세요.”
네 쌍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는 민족당, 민생당도 달라지겠지요. 아마 새 이름의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요?”
“그, 그럴 리가요.”
진기섭이 그때야 입을 열었다.
“임 의원께서 야당 총재를 맡으시고요.”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십시오.”
쓴웃음을 지은 임창훈이 한입에 소주를 삼키더니 서동수에게 잔을 내밀며 말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한참 동안 가만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정신이 들더구먼요.”
임창훈이 서동수가 받은 잔에 술을 따랐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내가 지금까지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습니다.
헛것을 머릿속에 넣고 있었던 겁니다. 그 몇 마디 말에 다 뒤집혔어요.”
그러고는 임창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셋도 어리둥절했지만 서동수는 안다.
임창훈은 며칠 전, 김동일 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서동수에게 협조해서 우리 한번 잘 살아보자’라는 몇 마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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