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425>41장 대물 [4]

오늘의 쉼터 2016. 4. 25. 17:04

<425>41장 대물 [4]


(848) 41장 대물 - 7



다음 날 오전 11시,

테헤란로의 나라호텔 2001호실로 전윤희와 이미연이 들어섰다.

둘은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 있다.

2001호실은 특실이다.

문을 열면 대기실이 있고 다음이 회의실, 응접실, 침실이 배치됐다.

침실은 3개, 헬스실도 갖춰져서 테헤란로를 내려다보며 러닝머신에서 뛸 수가 있다.

둘은 비서의 영접을 받고 곧장 응접실로 안내됐는데 더 굳어졌다.

위축된 것이다.

“여기서 좀 기다리시죠.” 

이번 출장에 김광도를 수행한 비서는 북한계 한랜드인 조성수다.

밀입국자인 조성수는 한랜드 시민이 되면서 러시아 여권을 발급받았다.

김일성대 출신으로 러시아어, 영어, 중국어에 능통한 30대 초반의 외교관 출신.

부모가 숙청당하자 한랜드로 도망쳐온 사람 중의 하나다.

응접실에 나란히 앉은 전윤희와 이미연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이미연은 어젯밤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전윤희는 김광도의 명함을 건성으로 받아 넣었다가 어젯밤 헤어지고 나서 우연히 꺼내 보았다.

이름이 김동수가 아니었고 김광도였는데 ‘유라시아그룹 대표’라고 찍혀 있었다.

이제 유라시아그룹은 한국에서도 알려져 있는 회사다.

그래서 아침에 확인차 전화를 했더니 김광도가 만나자고 했던 것이다.

혼자 가기가 꺼림칙했으므로 이미연을 불러 여기까지 왔다. 

“아, 기다리셨네요.” 

옆쪽에서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둘은 서둘러 일어섰다.

김동수가, 아니 김광도가 다가왔는데 뒤를 정장한 사내 둘이 따라오고 있다.

다가온 김광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상석에 앉았다.

따라온 두 사내는 전윤희의 앞쪽에 자리 잡는다.

조금 전의 비서가 끝쪽에 앉더니 노트를 펼치고 적을 준비를 했다.

전윤희는 뭐라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오전 9시쯤 전화했을 때는 김동수 씨가 김광도 씨 맞느냐? 왜 이름을 그렇게 말했느냐?

가짜 명함이 아니냐는 등 따지는 것처럼 물어보다가 나중에는 장난처럼 극장을 알아봐 주겠느냐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김광도가 호텔로 찾아오라고 하길래 이미연을 불러 같이 오게 됐다.

물론 오기 전에 둘이 인터넷을 뒤져 유라시아그룹을 검색했고 회장 김광도의 얼굴까지 확인했다.

김동수가 김광도임을 확인한 순간 둘은 경악했다.

특히 이미연은 노골적으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 김광도를 파트너로 만들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젯밤은 아무 일도 없이 헤어졌다.

유 아무개란 파트너는 명함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김광도가 입을 열었다.


“오전에 우리 그룹 중역들하고 상의했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을 받았어요.”

그러자 앞쪽 40대쯤의 두 사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앞에 앉은 분들이 우리 그룹 기획실장하고 관리부장입니다. 두 분께 이야기했으니까 상의해 보세요.”

그러고는 김광도가 일어섰으므로 두 사내와 비서가 따라 일어섰고 두 여자도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김광도와 비서가 응접실을 나갔을 때 사내 하나가 먼저 둘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내가 기획실장 고영일입니다.” 

명함을 받은 둘은 기획실장 사장이라고 찍힌 것을 보았다. 그때 다른 사내도 명함을 건네주었다.

“난 관리부장 안기창입니다. 그룹 전반을 관리하고 있지요.”

명함에는 관리부장 사장이다. 숨을 들이켠 둘이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고영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극장은 얼마든지 있어요. 관객도 마찬가지.”





(849) 41장 대물 - 8



12시가 안 되었을 때 둘은 호텔 근처의 커피숍에서 마주앉아 있었는데

그냥 헤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흥분된 상태여서 둘이 풀어야 한다.

둘 다 상기된 표정으로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커피를 시키고 난 전윤희가 말했다.  

“로또 1등 당첨되었을 때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그보다 낫지.” 

이미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외면하고 있다. 

“그까짓 몇 십억 떨어진 것보다 우린 금광을 발견한 거야.” 

“금광?” 

전윤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김광도 회장이 금광이냐?” 

“아니, 다이아몬드 광산.” 

웃지도 않고 대답한 이미연이 전윤희를 보았다.  

“너, 내가 김 회장 유혹해도 돼?” 

“하하.” 

소리 내어 웃은 전윤희가 종업원이 가져온 커피잔을 들었다.

“또 식탐을 하는군, 체하려고.” 

“넌 윤성 씨가 있잖아?” 

“헤어질 거야.” 

“어라?” 

이미연이 눈을 크게 떴다. 

“김 회장 때문에?” 

“한랜드에 가면 어차피 헤어지게 될 텐데 뭐.” 

조금 전 둘은 극단을 한랜드로 옮기는 가계약에 사인을 하고 온 것이다.

그야말로 대박, 하늘에서 금덩이가 뚝 떨어진 것이나 같다.

극단 ‘사람’의 기획자 겸 대표 전윤희와 감독 이미연은 대학 동창으로 10년째 ‘사람’을 공동 운영해왔다. 한랜드의 유라시아그룹은 ‘사람’ 극단과 계약을 한 것이다.

전용극장 설립은 물론 극단원 보수 지급, 아파트 무상 임대, 수익금 배분까지 결정을 했다.

그리고 열흘 후에 한랜드로 떠나게 된 것이다.

극단원 중 한랜드로 떠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호텔에서 전화로 물어봤지만 오히려 더 모일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그때 이미연이 외면한 채 말했다.


“욕심은, 어제 아침만 해도 윤성 씨하고 결혼한다고 했으면서.”

“결혼이나 할까 보다라고 했지, 꼭 한다고 했냐?”

“말하는 것 좀 봐. 결혼이 식당 가서 음식 골라 먹는 거냐?”

“연극 대사 쓰고 있네.”

“아유, 유치해. 이런 대화 싫어.”

“네가 먼저 말 꺼냈잖아? 난데없이 김 회장 양보하라는 말이 뭐냐? 진짜 유치하게.”

“넌 건중 씨가…….” 

“네가 어젯밤에 그 허여멀건 애한테 먼저 갔잖아? 자기가 골라놓고는 남의 떡까지 빼앗으려고 그래?”

“나, 간다.” 

이미연이 벌떡 일어서자 전윤희가 눈을 치켜떴다. 

“나하고 갈라설 거야?” 

“뭐?” 

“내가 극단 대표야, 내가 사인했다고.” 

말문이 막힌 이미연이 숨만 들이켰을 때 전윤희가 말을 이었다.

“이제 계약했으니까 확실하게 하자.

넌 그런 사고방식 고치지 않으면 나하고 일 못해. 감독은 얼마든지 있다고, 윤상희 시켜도 너만큼은 해.” 

“뭐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이미연의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곧 어금니를 물었다.

“나쁜 년, 배신자.” 

이미연이 몸을 돌려 발을 떼었는데 휘청거렸다.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27>41장 대물 [6]  (0) 2016.04.26
<426>41장 대물 [5]  (0) 2016.04.25
<424>41장 대물 [3]  (0) 2016.04.25
<423>41장 대물 [2]  (0) 2016.04.25
<422>41장 대물 [1]  (0) 201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