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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41장 대물 [2]

오늘의 쉼터 2016. 4. 25. 16:22

<423>41장 대물 [2]


(844) 41장 대물-3



종업원 뒤로 두 여자가 따라 들어서더니 제각기 김광도와 유정수를 훑어보았다.

이쪽도 마찬가지. 김광도는 앞장선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파마를 한 긴 머리가 어깨를 덮었고 바지에 스웨터 차림, 한쪽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서

미끈한 팔이 드러났다.

뒤쪽 여자는 쇼트커트한 머리, 긴 목이 미끈했고 재킷에 바지 차림이었다.

둘 다 미모에 날씬한 체격, 한랜드 룸살롱에 내다 놔도 특급이 될 것이다.

서로를 살핀 것은 일순간이다.

그때 종업원이 한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때 김광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따라 일어선 유정수가 우물쭈물했을 때 긴 머리가 곧장 다가왔다.

그러더니 유정수 옆에 털썩 앉았으므로 짧은 머리는 자연스럽게 김광도 옆에 앉는다.

선택권이 여자한테 있는 것이다.

“반갑습니다.” 

이제 김광도가 옆에 앉은 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잘 모시겠습니다.” 

한랜드의 룸살롱 여종업원들이 손님에게 하는 인사다.

그때 여자가 풀썩 웃었으므로 덧니가 드러났고 ‘차도녀’ 같던 인상이 따뜻하게 변했다.

앞쪽 유정수는 아직 입도 떼지 않은 터라 시선이 이쪽으로 모였다.

그때 여자가 김광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실 건데요?” 

“저희를 파트너로 정해 주신다면…….” 

정색한 김광도가 쇼트커트를 보았다.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화장기가 없는 얼굴에 솜털까지 보인다.

맑고 밝다.

직장인 같다.

심호흡을 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오늘 밤을 책임지겠습니다.” 

김광도가 여자 앞에 잔을 내려놓고 술을 따랐다.

앞장섰던 여자가 유정수 옆에 앉은 것은 당연했다.

유정수는 흰 피부에 귀공자형 미남인 데다 날씬한 체격이다.

김광도와는 대조적이다.

술잔을 든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전 김동수라고 합니다.” 

서동수의 이름만 빌렸다.

멘토는 이럴 때도 이용하게 된다. 

“전 전윤희라고 합니다.” 

술잔을 든 여자가 웃음 띤 얼굴로 김광도를 보았다. 

“오늘 밤 어떻게 책임지실 건데요?” 

“내가 윤희 씨 부탁을 하나 들어드리죠.” 

한입에 술을 삼킨 김광도가 지그시 전윤희를 보았다. 

“딱 하나만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이건 말인가요?” 

“답답한 일, 분한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들어드리지요.” 

“왜요?” 

“그저 오늘은 생색을 내고 싶어서요.” 

그때 앞자리의 파마머리가 말했다. 

“얘, 장난 그만해.” 

유정수와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더니 이쪽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전윤희가 말을 그쳤을 때 종업원이 들어왔다.

얼음을 가져왔는데 방 안 분위기를 살피려는 눈치다.

김광도가 종업원에게 말했다.


“이분들 술, 이곳으로 옮겨.”

“예, 사장님.”

얼굴을 편 종업원이 바람을 일으키며 나갔을 때 전윤희가 말했다.

“저희 술값은 저희가 낼게요.”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전윤희가 눈웃음을 쳤다.

“공연이 취소되어서 그래요. 극장 여유가 없다고 해서요.” 

전윤희가 턱으로 앞쪽 여자를 가리켰다. 

“쟨 연극 감독이고 전 기획자죠. 그러니 김 선생님께선 생색내시기 어려운 일이 되겠네요.”




(845) 41장 대물-4



“그렇군요.”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지그시 전윤희를 보았다. 

“극장을 빌리지 못했단 말이군요.” 

“네, 극장 하나 만들어 주실래요?” 

웃음 띤 얼굴로 전윤희가 묻자 김광도가 되물었다. 

“전용극장 말입니까?” 

“아휴, 그만.” 

앞에 앉은 파마머리가 안주로 가져온 땅콩 한 알을 집어 전윤희에게 던졌다.

땅콩이 전윤희 가슴에 맞고 떨어졌다.

그러나 유정수는 정색하고 김광도를 주시하고 있다.

그때 전윤희가 대답했다.

“전용극장까지는 필요 없어요,

우리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극장만 있으면 돼요.

100석짜리 객석이면 충분하죠, 열흘만 공연하게 해주면 되고.” 

전윤희도 이미 술을 좀 마신 것 같다.

그때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왔는데 위스키병은 반쯤 비워져 있다.

종업원이 방을 나갔을 때 다시 김광도가 전윤희를 보았다.

“공연자는 몇 명입니까? 그러니까 연극배우, 그리고 종사자들.”

“17명.” 

전윤희가 바로 대답하더니 물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란 연극 아세요?” 

“모르겠는데.” 

“작년에 우리 연극단에서 공연했는데.” 

“아아.” 

“이번에 ‘득낙원(得樂園)’이란 연극을 공연하기로 인사동 하늘극장에 예약했는데 배신당했죠.”

“저런, 왜요?” 

“계약금을 안 냈다는 핑계를 대지만 쓰레기 같은 놈들이 극장을 가로채 갔기 때문이죠.”

“흥행은 잘됩니까?” 

그러자 전윤희가 입을 다물었고 앞쪽 여자가 대신 대답했다.

“오늘 술값으로 예비비가 다 나갔어요.”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여자가 술잔을 들어 보이며 웃었다. 목소리가 맑고 높은 편이다.

“아저씨는 뭐 하시는 분이에요?” 

“아, 부동산업자.” 

얼떨결에 그렇게 대답한 김광도가 술잔을 들고 한 모금 삼켰다.

그때 유정수가 거들었다.

“꽤 큰 부동산업자죠.” 

김광도가 다시 전윤희에게 물었다. 

“한랜드에 가서 공연을 해보지 그래요? 관객들이 꽉 찰 텐데.”

“한랜드요?” 

앞쪽 여자는 눈만 크게 떴지만 전윤희가 김광도를 보았다. 

“아저씨, 한랜드 부동산 업자세요?” 

“그런 셈이죠.” 

“한랜드에서도 연극 공연을 해요?” 

“내가 알기에는 아직 없습니다. 극장은 막 늘어나고 있지만.”

“관객 수준은요?” 

“그건 모르겠지만 공연장은 구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김광도의 머릿속에 신(新) 룸살롱 타운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이 떠올랐다.

한랜드에도 다양한 문화기반이 다져져야 한다.

호텔, 룸살롱, 카지노, 식당으로만 넓혀가는 사업을 문화면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여자 둘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눈동자의 초점을 잡고 웃었다.


“오늘 밤에 또 사업 파트너를 만났구먼.”

“무슨 사업요?”

전윤희가 물었을 때 김광도가 정색했다.

“한랜드에서 공연하고 싶으시다면 준비를 해요. 도와드릴 테니까.”

김광도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전윤희에게 내밀었다.

“내 명함이니까 내일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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