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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40장 버리면 얻는다 [6]

오늘의 쉼터 2016. 4. 24. 23:49

<417>40장 버리면 얻는다 [6]


(832) 40장 버리면 얻는다-11



“숙소는 어딥니까?” 

손목시계를 보면서 서동수가 물었다. 오후 11시 10분이다. 

“네, 코리아호텔인데요.” 

하선옥의 표정이 조심스럽다. 긴장한 것 같다. 

“근처에 내 별장이 있는데, 숲에 싸여 있어서 깊은 밤이나 새벽에 잠깐 베란다 밖으로 나가면

자연의 음악 소리가 들리지요.” 

하선옥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여자한테 이런 이야기 몇 번 했지만 실제로 베란다 밖으로 같이 나간 적은 없습니다.”

그때 하선옥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것을 시베리아인들은 별이 속삭이는 소리라고 한다지요?”

대기가 얼어붙는 소리다. 미세한 얼음 결정체가 부딪치면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소리인 것이다.

하선옥이 꿈꾸는 것 같은 표정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듣고 싶어요.” 

“알몸에 털코트만 걸치고 잠깐 나간 적이 있었지요.” 

서동수가 지그시 하선옥을 보았다.  

“별이 떨어질 것처럼 흔들려서 실제로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나 10초 이상 그러고 있다가는 얼어 죽는다.

밖은 영하 40도 이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서동수가 정색하고 하선옥을 보았다. 

“내 별장으로 가서 쉬어요. 그리고 앞으로 한랜드에 왔을 때는 그곳을 숙소로 사용하도록 해요.”

숨을 죽이고 있는 하선옥에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내 비공식 홍보책임자 겸 보좌역이야. 외부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러는 거요.”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는 하선옥을 향해 웃었다.


“난 먼저 갈 테니까, 잠깐 여기서 기다리면 비서실장이 연락할 겁니다.

그리고 별장으로 모셔다 드릴 거요.”

서동수는 먼저 방을 나왔다.

전국시대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책략을 쓴 진나라가 천하 통일을 했다지만 무엇보다도

내부 수습이 우선이다.

내부 분란을 회피하거나 모면하려고 외부로 주의를 돌리는 통치자는 꼭 재앙을 맞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랬고, 히틀러가 그랬으며, 근세에 들어서도 실패한 지도자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대한연방은 꿈이다. 대한민국의 꿈인 것이다.

누가 그 꿈까지 비웃는단 말인가?

13세기, 인구가 몇백만밖에 안 되었던 몽골족이 대륙을 석권하고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할 줄

누가 예상했는가?

50년 전만 해도 중국이 세계 제2의 강대국이 되어서 미국과 자웅을 겨루리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세상은 변한다.

어느 한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다가 불과 몇십 년 사이에 붕괴되는 제국도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난다.

역사는 그것이 필연이라고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광해군이 아직도 군(君)이며, 명분 없는 반정을 일으켰다가 삼전도에서 맨땅에

이마를 붙이는 수모를 당한 인조가 인조대왕(大王)이라고 지금도 불리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서동수는 공관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또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요즘은 자꾸 이런다.

신의주특구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의지도 작용했지만 대세를 따라왔다.

마음을 비웠더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자, 그러면 다음 단계에는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

과장 일 따로 있고 부장 일 따로 있다. 내가 이제는 어떤 것을 비워야 하나?








(833) 40장 버리면 얻는다-12




커피잔을 내려놓은 안종관이 앞에 앉은 조창복을 보았다.

조창복은 북한에 들어갔다가 어제 돌아온 것이다.

오전 10시 반 이곳은 유라시아 그룹 소속의 룸카페 안, 방에는 김광도까지 셋이 둘러앉았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제가 북조선에 5년 만에 들어갔는데 딴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조창복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마당이 번듯한 시장이 되어있었고 신의주를 통해 들어온 남조선 물품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도 남조선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습니다.”

“라면이 맛있죠.” 

“무엇보다도.” 

어깨를 부풀린 조창복의 눈이 번들거렸다. 

“북한땅에 신바람이 나 있었습니다. 인민들이 모두 생기를 띠고 있더란 말입니다.

제가 느낀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이제 안종관이 머리만 끄덕였을 때 김광도가 한마디 거들었다.

“북한에 다녀온 사람이 감상문을 쓴 걸 읽었는데 북한 분위기가 1970년대의 한국 같다고 했습니다.

‘잘 살아보자’면서 일하던 때의 한국 같다고 말입니다.” 

“저도 읽었습니다.” 

안종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조창복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7개 지역의 한강회 책임자를 선정하고 만났습니다. 나머지 지역도 곧 끝낼 예정입니다.”

신의주와 한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주민이 이제 500만이다. 북한 주민의 25%인 것이다.

그들과 인연이 있는 북한 내부의 주민이 700만, 유권자 비율로는 대략 40%를 차지한다.

조창복은 그들을 ‘한강회’란 비밀 단체로 결속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창복이 정색한 얼굴로 안종관을 보았다.


“여론조사는 못 했지만 주변 한강회원 이야기를 들으면 장관님이 연방대통령이 돼셔야

경제발전을 지속시킬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북한 주민들도 남조선의 민족당이 공산당을 열심히 살리려고 하는 것을 비웃고 있습니다.”

안종관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것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다.

안종관도 CIA 부국장 존 더글러스로부터 중국의 배후설을 직접 들은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한강회야말로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직결이 되는 조직이지요.”

안종관이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 ‘한랜드’에서 밀입국자들에게 시민권을 줄 겁니다.

그때 한강회원을 더 확보하실 수가 있겠지요.” 

“그럼요.” 

조창복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게 되면 대번에 5만 정도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럼 한랜드의 한강회원은 50만 가깝게 됩니다.” 

한강회원이 1년 만에 25배 가깝게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안종관은 한랜드의 한강회원을 100만까지 늘릴 예정이었다.

한강회는 김광도와 백진철이 마피아와 한국 조폭에 대항하려고 만들었던 북한군 탈북자 중심의

사조직이었다.

그것이 유라시아 그룹이 신장하면서 구직자 모임 형식을 띠었다가 이제는 정치조직화 되었다.

이제 한강회는 한랜드에 거주하는 북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단체로 운영되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종관이 웃음 띤 얼굴로 화답했다.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해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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