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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40장 버리면 얻는다 [2]

오늘의 쉼터 2016. 4. 23. 19:53

<414>40장 버리면 얻는다 [2]


(824) 40장 버리면 얻는다-3



다음 날 오전 11시,

서동수는 평양 대동강변의 제7번 초대소에서 북한의 지도자 김동일과 마주 앉아 있다.

단둘만의 독대다. 오늘 만남은 서동수가 요청한 것이었는데 김동일은 즉시 받아들였다.

서동수를 바라보는 얼굴도 밝다.

9시 반에 평양에 도착해서 곧장 초대소로 왔더니 김동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삼차를 한 모금 삼킨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민생당은 잘됩니까?”


 “예, 모두 의욕적입니다.”


바로 대답한 김동일이 빙그레 웃었다. 맑은 웃음이다.

문득 어젯밤 하선옥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어서 ‘정직한 사람’이란 말도 머릿속을 울렸으므로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제가 요즘 SNS에서 매도를 당하고 있어요. 아예 매국노라고 하는군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남북한연방을 중국에 넘겨주고 제가 동북3성과 함께 편성되는

‘동북아자치구’의 대성장(大省長)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보았습니다.”


김동일도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내가 아는 서 장관께서 그럴 리가 없다고 했지요.”


그 내용은 측근들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어제 오후에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


 “대통령도 그 루머 걱정을 하더군요.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김동일을 보았다.


“오늘 한국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가 각각 성명을 발표할 겁니다.

어제 내 생각을 말해 주었거든요.”


 “생각을 말입니까?”


 “예, 이른바 ‘대한연방’ 구성에 대한 내 생각입니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모호한 것 같아서 생각이라고 표현했지요.”


 “…….”


 “남북한과 중국의 동북3성, 그리고 한랜드까지 한로드로 이어져 만드는 연방국이지요.

그것이 대한연방입니다.”


 “…….”


 “중국이 그런 생각이 있다면 우리도 이런 생각을 못하겠습니까?

아마 그런 발표는 잘하는 사람들이니까 오늘 중으로 발표할 겁니다.”


서동수가 인삼차 잔을 들고는 다시 웃었다.


“세계가 주목하겠지요. 그리고 내가 위원장님하고 그 발표를 같이 보고 있다는 것도 다 알겠지요.”


순간 김동일이 숨을 들이켰다.

얼굴도 잠깐 굳어졌다가 천천히 웃음이 떠올랐다.

이것은 그 감동을 나눠 갖는 꼴이 될 것이다.

서동수와 그 생각을 함께 구상했다고 하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오셨군요.”


김동일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대한연방이라고 하셨지요? 남북한연방에서 더 발전한 느낌이 듭니다.”


 “어젯밤 대통령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예의상 연방대통령 북측 후보가 되실 위원장님께 먼저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셨습니까?”


길게 숨을 뱉은 김동일이 정색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오늘 이곳에서 묵고 가시지요.”


 “예, 오늘 대한연방 발표를 할 테니까 위원장님하고 같이 들어야 됩니다.”


 “그럼 오늘 밤 파티를 준비하겠습니다.”


김동일이 서둘러 일어서자 서동수가 따라 일어서며 웃었다.


“이왕 여자 밝히는 인간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잡식성의 진면목을 보일 겁니다.”


하선옥이 한 말이다.



(825) 40장 버리면 얻는다-4



“이것이 한랜드 장관 서동수의 ‘대한연방’ 구상입니다.”


한국당 정책위의장 진기섭의 브리핑은 뛰어났다.

요점을 잘 짚는 사업가 출신의 진기섭은 지금 TV에 나와 서동수의 구상을 설명하는 중이다.

옆에 동북아 지도가 스크린에 펼쳐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시청자는 숨부터 들이마셨다.

남북한과 중국의 동북 3성, 그리고 거대한 시베리아의 한랜드까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라, 대륙의 동북부 지역이 붉게 칠해져 있다.

 거기에다 붉은 선이 한랜드에서 뻗어 나가 대륙을 관통해 유럽 끝까지 닿아 있다.

초대소의 응접실에서 김동일과 나란히 앉아 있던 서동수도 그것을 처음 본 순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진기섭이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중국의 구상만을 듣고 계셨습니다.

서동수의 ‘대한연방’ 구상을 머릿속에 넣어 두시기를 서동수 장관이 바라고 계십니다.”


브리핑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함성도 울렸다.

물론 TV 안에서다.

감동적인 브리핑이다.

서동수는 옆에 앉은 김동일이 여러 번 숨을 들이켜는 것을 들었다.

김동일도 감동한 것이다.

뒤쪽에 앉은 김동일의 수행원들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화면에 앵커가 나왔을 때 김동일이 머리를 끄덕이며 서동수에게 말했다.


“저녁에 한잔하시지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김동일을 보았다.

오후 3시 반이다.

앞으로 오성호가 다시 인터뷰할 것이고 수많은 방송이 보도할 것이다.

그때 화면의 앵커가 말했다.


“지금 서동수 장관은 북한의 김동일 위원장과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본 방송이 단독으로 입수한 정보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김동일이 얼굴을 펴고 웃었을 때 앵커의 말이 이어졌다.


“서동수 장관은 김동일 위원장과 함께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자, 그럼 저녁에 뵙지요.”


김동일이 앵커의 말을 누르듯이 큰소리로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현관까지 김동일을 배웅하고 돌아왔을 때 유병선이 옆으로 다가와 섰다.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라 있다.


“위원장님이 당혹하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정색한 서동수가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내 선의를 말이야, 누가 연방대통령이 되든 간에 그 구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테니까.”


 “그렇습니다.”


정색한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은 이 구상을 위원장과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서동수가 평양으로 날아온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나눠 갖자는 뜻이다.

누가 리더가 되든 간에 한민족을 이끌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나는 마음을 비웠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동수가 옆쪽 침실로 가면서 말했다.


“저녁 때까지 좀 쉬겠어.”


 “알겠습니다.”


유병선과 안종관은 그동안 계속 방송을 볼 작정인 것 같다.

침실로 들어선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남북 관계는 원수지간이었다.

남한을 원수로 대해야만 체제가 유지됐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래야 주민을 긴장시키고 억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단 한 사람이 마음을 비운 것이 원인이다.

김동일 하나가 8천만을 살리고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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