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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39장 한로드 [4]

오늘의 쉼터 2016. 4. 21. 17:30

<406> 39장 한로드 [4]


(808) 39장 한로드-7



밤 9시 반이 되었을 때 김광도는 노크소리를 들었다.

김광도의 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안기창이 서둘러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 그룹 기획실장 고영일이 들어섰다.

“잘됐습니다.” 

그렇게 말한 고영일이 앞쪽 자리에 앉아 김광도를 보았다. 

“20분 전에 행정청 특별감사팀이 601호실에 들어가 현금 1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증거물로 압수했고 경주시장 포킨과 포킨에게 뇌물을 준 페로프의 대리인 두보프스키를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잘됐군요.” 

먼저 안기창이 탄성과 함께 대답했다. 

“현장에서 증거물과 함께 체포되면 끝난 것이나 같지요.” 

“방 안에 있던 마사지사는 풀려났습니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고영일이 길게 숨을 뱉었다.  

“두보프스키가 곧 자백을 할 테니 페로프 일당도 구속이 될 것입니다.”

김광도가 그때야 입을 열었다. 

“페로프는 아직 모르고 있겠지요.” 

“예. 당연하지요.” 

고영일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아마 오늘밤 안에 체포될 것입니다.” 

“날벼락을 맞는 셈이지요.” 

“인과응보지요.” 

“자, 한잔.” 

고영일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안기창이 고영일의 잔에 술을 채웠다.

“수고하셨습니다, 고 실장님.” 

“아니, 천만에요.” 

잔을 든 고영일이 한입에 보드카를 삼켰다.

포킨에게 돈가방을 전해준 두보프스키는 페로프의 심부름꾼이 아니다.

고영일이 고용한 대역인 것이다.

물론 한랜드 행정청의 특별감사팀과 사전 협의를 하고 대역을 고용했다.

이제 두보프스키는 페로프의 심부름으로 포킨에게 10만 달러를 전했다는 증언을 하고 나서

추방될 것이다.

두보프스키는 대역비로 10만 달러를 받았으니 한밑천 챙긴 셈이다.

“맑은 물도, 너무 더러운 물도 문제지요.

이런 방법으로라도 악취 나는 찌꺼기들을 걸러줘야 되겠지요.” 

고영일이 웃음 띤 얼굴로 김광도를 보았다.

동성그룹 기획실 출신인 고영일은 행정청 비서실장 유병선에게 직보를 한다.

경주시의 제5구역에서 유정이 탐사되고 나서 러시아 마피아가 거머리처럼 붙은 상황을 보고해왔던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5구역의 유정을 개발할 수 있겠습니다.”

안기창이 들뜬 얼굴로 말했다. 

“유라시아 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모두 장관께서 도와주신 때문이지요.” 

어깨를 추켜올렸다가 내린 김광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난 유라시아 그룹을 내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장관께서 어떤 요구를 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는 정색한 고영일이 김광도를 보았다.

“그리고 장관께선 길만 뚫어주셨을 뿐입니다. 법에 걸리는 특혜를 주신 것은 없습니다.”

“자, 그쯤해 두시고 이제 술을 드십시다.”

안기창이 분위기를 잡았으므로 김광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오늘은 그동안 암 덩어리처럼 느껴졌던 페로프가 떨어져나간 날인 것이다.

김광도의 눈치를 살핀 안기창이 제의했다.  

“회장님, 지난달 개업한 룸살롱으로 가보시죠. 한랜드식 룸살롱입니다.”

“가봅시다.” 

김광도가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룸살롱의 원조는 한국인인 것이다.




(809) 39장 한로드-8



한랜드식 룸살롱은 한국식에다 시베리아식을 혼합한 형식이다.

일단 스케일이 컸고 통나무집으로 만들어 룸이 한 채의 집이 되었다.

집 안에는 거실, 침실, 사우나, 야외 얼음 냉탕까지 준비되어서 사우나를 마치고

얼음탕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지난달에 한국에서 온 60대 졸부가 사우나를 마치고 아가씨와 함께 야외 냉탕으로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급사한 후부터 ‘주의’ 팻말을 붙이기는 했다.

경주시 동남부에 위치한 룸저택 ‘신라클럽’ 1호실 안이다. 김광도와 고영일, 안기창은

헐렁한 팬티 차림으로 사우나실 안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는 역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아가씨들이

시중을 들고 있다.

사우나 온도는 60도, 앞쪽 나무 탁자 위에 술과 안주가 가득 놓였다.

나무 의자에다 천장과 바닥도 나무여서 나무향이 진하게 풍겨왔다. 

“좋군.” 

땀 범벅이 된 얼굴로 술잔을 쥐면서 안기창이 감탄했다. 

“술이 모두 땀으로 배출되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 

그때 고영일의 파트너가 뒤쪽 선반에서 혈압기를 가져오더니 혈압을 체크했다.

그것을 본 안기창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좀 과잉 서비스 같은데요.” 

“아니, 난 이것이 좋아요.” 

고영일이 자신의 혈압 지수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이것이 외국인 손님들한테 호평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김광도도 알고 있었으므로 머리를 끄덕였다.

룸 안에서 수시로 혈압이나 몸 상태를 체크하도록 파트너를 교육시킨 것이다.

이곳 신라클럽은 별장식 룸을 35개 보유하고 있는데 대형 저택이 35채가 있는 것이나 같다.

따라서 신라클럽은 주택 단지처럼 조성되어 있으며 안에는 클럽에서 운영하는 병원, 약국, 세탁소,

거기에다 아가씨들 거주 아파트도 있다.

거대한 규모의 룸저택인 것이다.

김광도가 옆에 앉은 파트너에게 물었다. 

“넌 한랜드에 온 지 얼마나 되었어?” 

“석 달 되었습니다.” 

태국에서 왔다는 아가씨가 손가락 3개를 펴 보이면서 웃었다.

피부는 거무스름했지만 콧날이 곧았고 갸름한 얼굴, 야무진 입술을 보면 혼혈미인이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아가씨가 눈웃음을 쳤다.

젖가슴과 음부만 가린 차림이어서 풍만한 몸이 다 드러났다.

사우나에 같이 있는 터라 몸은 땀에 젖어 반들거리고 있다.

그때 앞쪽의 안기창이 말했다. 

“이제 이런 형태의 룸살롱이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북쪽 부여시에서는 300채 규모의 룸저택을 짓는다고 합니다.” 

“아니, 어디에서?” 

놀란 고영일이 물었다. 

“중국 자본이요?” 

“맞아요. 중국 태화그룹에서 투자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할 수 없지요.” 

파트너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김광도가 웃었다. 

“룸저택 특허를 낼 수도 없으니까요.

룸저택 덕분에 투자가 쏟아져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걸로 만족해야지요.”


룸저택의 원조는 유라시아 그룹이다.

한랜드 서쪽의 대구시에 김광도의 유라시아 그룹이 1호점을 세웠던 것이다.

통나무집 독채로 15실을 짓고 영업을 시작했다가 대박이 났다.

그 후로 유라시아 그룹은 이곳 ‘신라클럽’까지 포함해서 한랜드 전역에

24개의 ‘룸저택’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모방하는 중이다.

김광도가 냉탕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일으키자 파트너도 따라 일어섰다.

사우나에서 냉탕으로 뛰어드는 기분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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