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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39장 한로드 [1]

오늘의 쉼터 2016. 4. 18. 17:00

<403> 39장 한로드 [1]

 

(802) 39장 한로드-1




‘한로드’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한랜드를 거쳐 유럽으로 통하는 고속철을 말한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300㎞의 거리이지만 ‘한로드’는

장장 1만2500㎞나 된다. 서동수는 한랜드 개발과 함께 한로드를 착공시켰다.

그리고 4년이 흐른 지금 부산에서 서울,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중국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을

차례로 관통해 한랜드를 잇는 고속철을 완성시켰다.

러시아 지역은 기존의 시베리아 철도를 사용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3년이면 완공이 될

것이다.

이제 남북연방이 되면 한로드가 정상적으로 개통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과 일본, 동북아시아의 물자는 ‘한로드’를 통해 싸고 빠르게 유럽으로 수송될 것이다.

서동수는 한랜드 개발과 함께 21세기의 실크로드를 개척했다.

이제 한랜드의 주민은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이주민이 몰려들고 있다.  

인구 비율은 남북한 이주민과 조선족, 고려인, 재일 교포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한민족이 500여 만, 러시아 250만, 중국 150만, 기타가 100만 명으로 앞으로 5년 안에 20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한랜드 면적은 100여 만㎢여서 한반도 전체 면적의 5배가 되는 것이다.

러시아와 동유럽 각지에 집시처럼 흩어져 있던 55만여 명의 고려인 중 45만 명이 이미 새 땅,

새 조국으로 삼은 한랜드로 이주해왔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왔다고?” 

소리쳐 물은 안용생이 앞에 앉은 사내의 대답을 기다렸다.

한시티 서쪽 800㎞ 지점의 철도공사 현장 근처의 식당 안,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든 식당은

술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오후 8시 반 손님은 한국인, 러시아인, 중국인 등 다양하다.

다시 술잔을 든 사내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안용생에게 되물었다.

“당신은?” 

“난 사할린.” 

안용생이 한입에 보드카를 삼켰다. 

“한국으로 가려다가 이곳으로 왔어.” 

“그렇군. 당신 나이가 몇이야?” 

사내가 묻자 안용생이 쓴웃음을 지었다.

둘은 지금 조선말, 즉 한국어로 대화하고 있다.

둘 다 나이가 60대 중반, 옆자리의 아프리카인 사내 둘이 다투더니 술잔을 내려놓고 나갔다.

그들도 철도공사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안용생이 지그시 사내를 보았다. 

“난 예순다섯, 당신은?” 

“난 예순여섯, 내가 형이군.” 

사내가 검게 탄 얼굴을 펴고 웃더니 보드카 병을 들어 안용생의 잔에 술을 채웠다.

“난 박을수야. 오늘 하루 동안 같이 일했으면서 이제야 통성명하는군.”

“그렇구먼. 그런데 당신 가족은 어디 있어?” 

안용생이 묻자 박을수가 손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저기.” 

“거기가 어디야?” 

천장을 보던 안용생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다시 안용생의 시선을 받은 박을수가 술잔을 들고 말했다.


“나 혼자야.”

“다 일찍 갔어?”

“마누라는 3년 전, 아들놈은 10년 전.”

“아, 저런.”

“혼자 키르기스스탄에 남아 있기도 그래서 여기로 왔어.”

박을수가 거의 난장판 수준인 식당 안을 둘러보며 소리치듯 말했다.

“사람 사는 곳 같구먼. 조선말로 악을 쓸 수도 있고, 조선인이 활개 치는 세상이야.”

“거긴 안 그래?” 

“아, 소리야 치지. 그렇지만…….” 

소리쳐도 외로울 때가 있다.

안용생도 안다. 






(803) 39장 한로드-2




박을수가 말을 이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66년을 살았지만 그곳이 내 조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렇다고 지금까지 남조선, 북조선을 고향이라고도 생각 안 했어.” 

“그렇겠지.” 

사할린 태생인 안용생이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한랜드가 만들어지니까 이곳이 내 조국, 내 고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동감이야.” 

보드카 잔을 든 안용생이 긴 숨을 뱉었다. 

“나도 사할린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려다가 이곳에 온 거야.” 

“가족은?” 

“마누라가 사할린에 있는데 몸이 아파서 이곳에 오지 못했어.”

“자식은?” 

“딸 둘이 있는데 그곳에서 자식 낳고 살아. 움직일 형편이 안 돼.”

“당신도 말년에 쓸쓸하구먼.” 

“이곳에서 죽을 거야.” 

한 모금 술을 삼킨 안용생이 먼 곳을 바라보는 눈으로 앞쪽 벽을 보았다.

“우리 같은 떠돌이가 많아, 이곳에.” 

“그렇지.” 

“죽으려고 오는 떠돌이 말이야.” 

“아니, 젊은 놈들은 이곳에서 새 인생을 살려고 오더만.” 

“그렇지, 두 종류지. 살려고 오는 놈, 죽으려고 오는 놈.” 

“한로드가 뚫리면 한반도의 기운이 대륙을 뚫고 나가는 거야. 그건 분명해.”

“그런데 푸틴이 왜 그걸 놔두었을까?” 

안용생이 묻자 박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키르기스스탄에서 들었어. 푸틴이 한랜드를 개발시켜 남북한까지 다 집어삼킨다는 거네.

실제로도 그렇게 보이더구먼.” 

“나도 그렇게 들었지.” 

안용생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랬다가 이곳에 와보니까 그건 소문과는 딴판이더구먼.” 

“푸틴이 잘못 생각한 것일까?” 

“아냐, 지금도 계속해서 음모를 꾸미겠지. 어쨌든 한랜드는 러시아 땅이니까.

이곳에다 투자한 자본은 다 러시아 재산이야. 한로드까지.” 

이번에는 박을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가 키르기스스탄으로 쫓겨갈 때하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 푸틴은 스탈린이 아냐.”

“그렇지, 우리도 예전 카레이스키가 아니지.” 

안용생이 박을수의 잔에 보드카를 채워주며 말을 이었다. 

“한국도 망해가는 대한제국이 아니라고.” 

“당신하고는 말이 통하는구먼.” 

박을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작업 7반이지? 내가 그쪽으로 옮겨갈까? 그럼 일할 때도 이야기할 수가 있지 않아?”

“그래, 그렇게 해.” 

술잔을 든 안용생이 길게 숨을 뱉었다.


“중국에서 온 조선족들도 우리하고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

“그렇겠지.”

둘은 주위 소음이 컸기 때문에 소리치듯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주변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이것도 스탈린 시대의 카레이스키와 다른 점이다.

“자, 가지.”

옆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서동수가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서동수는 뿔테 안경만 끼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한로드 공사장 시찰을 나왔다가 안종관과 함께 이곳 식당에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옆자리에 앉은 두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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