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39장 한로드 [3]
(806) 39장 한로드-5
경주는 한시티에서 서북쪽으로 1500㎞쯤 떨어진 도시다.
한랜드의 신도시는 한국의 도시 이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한시티에서 부여, 전주, 의정부, 일산 상공을 지나온 것이다.
헬기를 다섯 시간 타고 도착한 경주는 인구 3만 명 정도의 소도시였지만,
전자산업이 육성되는 중이다.
한국의 대성전자 공장이 이전해 왔는데 종업원과 가족만 1만여 명이다.
김광도가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 반,
헬기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윤식과 함께 김광도 일행은 시내 서울호텔로 들어섰다.
서울호텔은 김광도의 유라시아 그룹에 소속된 호텔로, 최윤식이 사장이다.
호텔 회의실에는 넷이 둘러앉았는데 김광도와 한지서, 그룹 관리부장 안기창과 최윤식이다.
뜨거운 차가 앞에 놓였고 언 몸이 조금 풀렸을 때 최윤식이 입을 열었다.
“이바노프의 부하 페로프가 제5지역에 가건물 6개를 세웠습니다.”
“그 사이에 2개가 또 늘었군.”
안기창이 잇새로 말했다.
그러나 놀란 기색은 아니다.
김광도가 잠자코 시선만 주자 최윤식이 말을 이었다.
“경주 행정청 능력으로는 이바노프의 세력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안기창이 김광도를 보았다.
회의실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경주시 북쪽으로 150㎞쯤 떨어진 삼림 지역은 개발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1구역에서 10구역까지 각각 사방 10㎢ 면적인데 김광도의 유라시아 그룹도
그중 1개인 제5구역을 경주시로부터 50년간 임차한 것이다.
그런데 제5구역의 지반을 조사하던 탐사반이 유정을 발견했다.
매장량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소문을 듣자마자 이바노프가 부하들을 보내
제5구역에 불법으로 임시 건물을 세워 놓았다.
재빠른 행동이다.
유정이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하우스를 놓고 거주인 등록까지 해놨다.
그때 김광도가 입을 열었다
“행정청에 이야기했으니 곧 조치를 할 거요. 그동안 그자들을 자극하지 말고 놔둡시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미국 교포 출신 최윤식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이바노프는 러시아 마피아 보스다.
러시아에서는 라진과 대등한 세력이었지만 한랜드의 진출이 늦었기 때문에
기선을 빼앗긴 이바노프는 적극적이다.
김광도는 지금 이바노프 조직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 오전에 제5지역에 가볼 테니 준비해 두시오.”
안기창이 지도를 펼쳐 보며 말했다.
“그놈들도 이미 회장님이 오신 것을 알고 있겠지요.”
이미 김광도의 한강회에서도 조창복이 보낸 50여 명의 회원이 와 있다.
그들은 사설 경비원과 같다.
지난번 한랜드 반란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한강회 회원이다.
회의를 마친 김광도가 위층 숙소로 들어섰을 때 한지서가 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행정청장하고 저녁 식사는 8시니 제가 7시에 연락드리겠습니다.”
한지서의 방은 아래층이다.
오후 5시 반이 돼 가고 있다. 한지서가 들고 온 가방을 탁자 위에 놓았다.
“10만 달러입니다, 회장님.”
가방에 시선을 준 김광도가 머리만 끄덕였다.
경주 행정청장 포킨에게 줄 뇌물이다.
지금까지 최윤식이 포킨에게 준 뇌물은 15만 달러 정도가 된다.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이곳도 부패한 관리가 있었고, 뇌물을 줘야 일이 풀렸다.
그걸 다 따질 수는 없다.
(807) 39장 한로드-6
포킨은 62세, 블라디보스토크 내무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한랜드 시민이 되었다.
경주시장에 취임한 것은 1년 전, 한랜드의 지방관리는 한랜드 장관이 임명을 하는 지명제다.
포킨은 관료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경주시장으로 서동수가 임명했지만,
배후에서 러시아 정부가 지원한다는 소문이 났다.
러시아 마피아하고도 밀접하다고 했다.
“요즘 사업이 번창하시더군요.”
호텔 한식당에서 둘이 만났을 때 포킨이 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감사합니다.”
따라 웃은 김광도는 포킨에게서 짙은 술 냄새를 맡았다.
포킨과 세 번째 만나지만 모두 술 냄새가 났다.
그리고 단둘이 독대하는 것도 같다.
항상 김광도를 수행하는 안기창은 포킨이 독대를 고집하는 이유가
뇌물을 챙기기 위해서라고 간단히 정의했다.
한정식 상에 보드카를 시켜서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김광도가 말했다.
“시장님, 5지역에 가건물이 6개가 되었습니다. 불법이니 시에서 처리를 해주시지요.”
“아, 그래요?”
술잔을 든 포킨이 웃음 띤 얼굴로 김광도를 보았다.
“보고를 받았습니다. 조처를 해야지요.”
“2개가 또 늘었습니다.”
“그놈들이 냄새를 맡은 모양입니다.”
한입에 술을 삼킨 포킨이 말을 이었다.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김 회장님.”
“그래도 법을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머리를 끄덕인 포킨이 이제는 웃음이 가신 얼굴로 말을 이었다.
“조처를 하지요.”
“신세를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천만에요.”
제 잔에 다시 술을 채운 포킨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경주시에는 대성전자의 공장을 중심으로 전자산업이 육성되는 중이다.
중소 규모의 공장이 수백 개였고 지금도 하루에 한 개꼴로 공장이 신설되고 있다.
그때 김광도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시장님, 방에서 잠깐 쉬고 가시지요.”
포킨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빙그레 웃었다.
“601호실에서 쉬고 계시면 호텔 사람이 찾아뵐 것입니다.”
“아, 그래요?”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한 포킨이 따라 웃었다.
“그럼 잠깐 쉬고 가기로 할까요?”
“어쨌든 잘 부탁합니다, 시장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지금까지 포킨에게 호텔방 안에서 뇌물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601호실은 스위트룸으로 넓은 욕조에 사우나실까지 구비되어 있다.
거기에다 마사지걸까지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에도 포킨은 마사지걸과 진한 섹스를 나누고 나서 돈 가방을 갖고 떠난 황홀한 추억이 있다.
그래서 건성으로 저녁을 마친 김광도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탁자 위로 키를 밀어 놓았다.
601호실 키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김광도가 악수를 청하면서 포킨에게 말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시장님.”
“번번이 감사합니다, 김 회장님.”
힘차게 김광도의 손을 흔든 포킨이 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잘될 겁니다, 김 회장님.”
지난번에도 잘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일이 더 복잡하게 꼬였었다.
어색하지 않게 김광도는 먼저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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