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 38장 애인 [1]
(782) 38장 애인 - 1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진기섭이 정색하고 물었으므로 서동수는 호흡부터 골랐다.
이곳은 이태원의 한정식당 ‘익산옥’, 전라도 한정식이 유명한 터라 한식당 이름은 전라도 지명이 많다.
“가능하다고 봅니다.”
서동수의 대답에 둘러앉은 오성호와 강동인까지 얼굴을 굳혔다.
옆에 앉은 아가씨들도 따라서 긴장하고 있다.
‘익산옥’은 아가씨들도 있는 것이다.
셋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각각 자신 위주로 생각하면 됩니다.
중국은 중국식 합병이라고 선전할 것이고 한국은 한국의 대륙 지배로 봐도 될 테니까요.”
“엄청난 일이긴 합니다.”
진기섭이 여전히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오후 8시 반, 그들은 지금 한반도, 즉 고려연방이 중화민국과 통일되어 대한민국이 되는
경우를 말하고 있다.
이들 셋은 장차 서동수의 정치적 후원자가 될 사람들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잘못하면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 이완용보다 더 나쁜 놈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 잘못한다는 내용이 무엇일까요?”
이번에는 강동인이 묻자 대답은 오성호가 했다.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빼앗겼을 때가 되겠지요.
한국이 대륙을 이끌어가야만 국민들은 한국 주도의 합병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걸 중국이 용인하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진기섭이 말했다.
“합병하고 나면 배신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대부분의 의견이 그렇습니다.”
“맞아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한 모금에 소주를 삼켰다.
“동북 3성을 우리가 장악한다고 해도 세력에서 밀릴 테니까요.
그럼 자연스럽게 티베트처럼 흡수되겠지요.”
“아니, 그러면…….”
강동인이 말을 그쳤다.
그럼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물으려던 것 같다.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떼어질 때 동북 3성이 우리 영토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그렇게…….”
강동인이 다시 말을 그쳤을 때 오성호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종편을 보면 온갖 시나리오가 다 나옵니다.”
“지금 제가 이야기했던 시나리오도 나오더군요.”
서동수가 따라 웃으면서 말했다.
“결국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지요, 하지만…….”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다시 소주잔을 쥐고 정책위의장 오성호를 보았다.
그때 오성호가 말을 잇는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그것이 장관님의 생각 아니십니까?”
서동수가 한 모금에 잔을 비우고는 오성호에게 내밀었다.
“그동안 온갖 변수가 다 생길 것입니다.
그것에 대처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합심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자세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오성호가 머리를 끄덕였고 진기섭과 강동인이 따라서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서동수는 차츰 셋의 성향을 파악해가고 있다.
오성호는 긍정적, 적극적이며 안목이 넓다.
진기섭은 요점을 잘 짚으며, 강동인은 순발력이 우수하다.
모두 죽은 한대성이 추천한 참모들이다.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아가씨의 허리를 당겨 안았다.
“자, 이젠 연애하는 시간입니다.”
(783) 38장 애인 - 2
서류봉투를 내려놓은 한지서가 앞에 앉은 김광도를 보았다.
오후 4시, 고려호텔 라운지 안이다.
넓고 중후한 분위기의 라운지는 조용했지만 손님이 많았다.
“저기 사장님, 전 바로 식당에 취업이 되는 거죠?”
“왜? 불안해?”
봉투에서 이력서를 뺀 김광도가 읽으면서 물었다.
“연수과정이 없는가 해서요.”
“있지. 한두 달, 또는 석 달.”
“연수 때 보수는요?”
“기본급의 80퍼센트를 주지.”
“기본급이 3500달러라고 하셨죠?”
“그래, 식당 종업원은.”
“하루 몇 시간 근무인가요?”
“10시간.”
계속 물어보는 바람에 읽는 속도가 느려진 김광도가 머리를 들었다.
한지서의 두 눈 주위가 붉어져 있다.
오늘은 엷게 루주를 발라서 입술이 반들거렸다.
“영문과를 나왔군. 출판사 경력은 1년 반. 그전에는 여행사 가이드를 했고.”
“네.”
“여행사는 3년이나 다녔는데 왜 그만두었지?”
“적성에는 맞았는데 문제를 일으켜서 그만뒀습니다.”
“무슨 문제인지 말해줄 수 있어?”
“확인해보셔도 알겠지만 다른 가이드들이 간부들과 짜고 고객들한테 상품 강매,
저질 숙박시설 이용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길래 고위층에 고발했죠.”
“그랬더니?”
한지서가 시선과 함께 어깨도 늘어뜨렸다.
“그런데 고위층도 연루되어 있더군요.
조사하는 대신 트집을 잡아 사무직으로 발령을 내길래 사표를 냈죠.”
머리를 든 한지서가 김광도를 보았다.
“사장님 입장으로는 거북한 직원이죠?”
“그래서 출판사로 간 거야?”
“다른 여행사로 가기가 그렇더군요. 거의 연이 닿아 있어서요. 내부고발자라는 소문도 났고.”
“성격이 그런가?”
“나쁜 짓을 알면서도 가만있는 건 비겁한 것 같아요.”
“…….”
“식당에선 가만있을게요.”
“식당에서 뭐, 불량 고춧가루 쓰고 그런 일도 있을 건데.”
“…….”
“영어는 잘하겠네.”
“러시아어, 중국어까지 합니다. 손님 서비스는 잘할 수 있어요.”
그때 김광도가 핸드폰을 집더니 버튼을 눌렀다. 그러더니 귀에 대고 말했다.
“내가 지금 갑니다.”
서류를 집어 든 김광도가 자리에서 일어섰으므로 한지서도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그때 김광도가 말했다.
“따라와.”
김광도가 몸을 돌리자 잠시 주춤대던 한지서가 발을 뗐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 김광도가 끝쪽 엘리베이터 앞에 서더니 한지서에게 말했다.
“방에 들어갔다가 가지.”
“왜요?”
바로 물었던 한지서의 눈 주위가 다시 붉어졌지만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옆에 선 외국인 남녀 둘이 힐끗 그들을 보았다.
한지서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서류를 흔들어 보이면서 입맛을 다셨다.
“나쁜 일 있으면 신고해.”
“그게 아니고요.”
한지서의 얼굴이 빨개졌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에 탄 김광도가 버튼을 누르면서 말했다.
“그래, 한랜드는 기회의 땅이야. 기회는 찾는 사람한테 오는 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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