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4> 38장 애인 [2]
(784) 38장 애인 - 3
25층은 최상층이며 스위트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김광도가 붉은색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걸어 2502호실 앞에 섰다.
한지서는 잠자코 뒤를 따랐지만 숨소리도 내지 않는다.
키를 붙여 문을 연 김광도가 안으로 들어서면서 한지서에게 말했다.
“들어와.”
문을 연 채 기다리고 있자 한지서가 따라 들어왔다.
안은 바로 회의실이다.
회의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조창복과 고영일이 김광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이 시선을 김광도 뒤를 바짝 따르는 한지서에게 옮겼다.
“아, 이번에 채용한 여직원 한지서 씨요.”
김광도가 이력서를 고영일에게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내 비서로 일하도록 근무요령을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이력서를 받은 고영일이 한지서에게 눈으로 앞쪽 자리를 가리켰다.
“거기 앉아요.”
어리둥절한 표정의 한지서가 주춤대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불안한 표정으로 시선을 주었으므로 김광도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일부러 말 안 한 건 아니야. 이분이 그룹기획관리실장이니까 말씀을 잘 듣도록 해.”
몸을 돌린 김광도가 안쪽 응접실로 들어서자 조창복이 따라왔다.
“대성그룹 하고 합의를 했습니다.
다음 달부터 연수생들을 받아 주겠다고 했습니다.
연수원도 여유가 있다고 합니다.”
조창복이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연수비도 숙식비와 강사료를 대성그룹 사원 기준으로 받겠답니다.”
“고맙군요.”
김광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랜드 정부 측에서 대성그룹에 협조 요청을 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제 다음 달부터 한랜드의 유라시아 그룹 사원은 일정 기간 한국에 와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
유라시아 그룹 고용원 가운데 북한 출신 인력이 많아 적응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소파에 앉은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조창복을 보았다.
“조 부회장은 한국 방문이 처음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앞쪽에 앉은 조창복이 정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한강회 회원은 꼭 연수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살다가 바로 한랜드에 오면 적응하기 힘듭니다.”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첫째로 능률이 떨어진다.
한국에서처럼 열심히 일한 만큼 잘산다는 의식이 배어 있지 않다.
연수과정은 곧 한국화 과정이다.
한국의 체제와 문화를 흡수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조창복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저도 적응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북한에서 50년 가깝게 산 터라 습관이 배어 있습니다.”
남북한이 통일되면 경제력 차이부터 걱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몸에 밴 체제에 대한 의식 구조다.
지난번 한랜드의 내란도 새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북한 출신 이주민을 조종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그룹은 한랜드의 중심 기업으로 가장 먼저 한랜드의 한국화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그때 응접실로 고영일과 한지서가 들어섰다.
김광도와 시선이 마주치자 한지서의 얼굴이 빨개졌다.
고영일이 말했다.
“회장님, 미스 한은 따로 교육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 대해 대충 설명해 줬으니 바로 수행비서 업무를 해도 되겠습니다.”
(785) 38장 애인 - 4
전용기는 남빛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다 위에는 배 한 척 보이지 않았고 섬도 없다.
서동수가 창에서 머리를 떼었다.
오후 1시 반, 1시간쯤 후면 전용기는 괌에 도착한다.
“크리스 지사께서는 도착하셨을 것입니다.”
유병선이 말하자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윌리엄 크리스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내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유력시되는 인물,
현재는 뉴욕주지사이다.
“헤이스 국무장관, 브레넌 CIA 국장까지 셋입니다. 브레넌이 갑자기 끼었습니다.”
“잘되었지. 우리는 안 부장까지 셋이니까.”
전용기 안에는 한랜드 내무부장 안종관도 타고 있다.
미국의 대선 후보 윌리엄 크리스가 만나자는 연락을 해온 것은 열흘쯤 전이다.
오바마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은 크리스는 63세,
연방의회 하원 외교위원장을 연임한 외교통이기도 하다.
극비 만남이었으므로 장소는 미국령 괌, 크리스는 하와이에서 날아왔고
서동수는 서울에서 날아가는 중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아마 중·러·일 3국은 우리가 만나는 걸 알고 있을 거야.”
“알고 있겠지요.”
유병선이 쓴웃음을 지었다.
“가능하면 대화 내용까지 다 듣고 싶을 것입니다.”
“특히 일본 측이 그러겠군.”
따라 웃은 서동수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한국이 자연스럽게 외교의 중심에 서게 되었군.”
유병선도 창밖의 바다를 내려다본 채 대답했다.
“구호만 가지고 중심국이 되는 건 아니지요. 국력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남북한연방제가 합의된 후부터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다.
신의주 특구의 경제 발전이 기폭제가 되어 북한 경제가 도약했다.
이어 한랜드로 뻗어 나간 기운이 한민족을 빨아들여 비약적인 발전을 함으로써
국가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사방이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반도국이었던 상황이 역전되었다.
강대국들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서 원하지 않아도 강대국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지
금과 같은 경우다.
그로부터 1시간 반 후인 오후 3시에 서동수와 유병선, 안종관은 미국 측 대표 셋과 마주 앉아 있다.
이곳은 괌의 미 공군기지 안, 기지 사령관은 그들에게 회의실과 휴게실을 빌려주었다.
윌리엄 크리스는 금발의 백인으로 장신이다.
아일랜드계 이민의 후손, 민주당이지만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인물,
현실적이며 지금까지 동북아 지역의 미국 외교는 미·일 동맹을 주간으로 처리해야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인사를 마친 서동수가 지그시 크리스를 보았다.
크리스는 남빛 눈동자다. 전용기에서 내려다본 바다 색깔이다.
문득 크리스가 이산가족의 고통을 옆에서 느끼는 한국인의 심정을 알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서동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5년쯤 전만 해도 남북한이 상대편 구축함을 격침하고 폭격으로 주민을 폭사시켰다.
그때 크리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에게 물었다.
“장관, 남북한연방 대통령이 되시면 제일 먼저 뭘 하시렵니까?”
“대마도 회수요.”
불쑥 말했지만 크리스는 대마도를 모르는 모양이다.
시선이 헤이스에게 갔으나 헤이스도 모르는지 머리를 기울였다.
서동수가 한국어로 ‘대마도’라고 발음했기 때문인 것 같다.
기겁을 한 유병선이 숨을 죽였지만 안종관은 쓴웃음을 짓는다.
그때 CIA 국장 브레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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