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 37장 뜨거운 동토 [8]
(776) 37장 뜨거운 동토-15
“1949년 10월 1일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지요.”
시진핑이 부드러운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이화원의 안가 안, 정원이 보이는 1층 마루방에 셋이 둘러앉았다.
시진핑과 당 서열 2위인 총리 리커창, 그리고 서동수다.
이번 한랜드 내란 사건에 책임을 지고 근신 중이라면서 얼굴을 비치지 않던 리커창이다.
오전 10시 반, 시진핑과 리커창이 이곳 안가로 서동수를 찾아온 것이다.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그 건국이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장관, 다만 새 시대에 맞도록 국가가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베란다 쪽 유리문을 통해 정원의 연못가에 놓인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보였다.
그때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1년 반 후에 장관께선 남북한연방 대통령이 되시겠지요. 아마 틀림없을 것입니다.”
“…….”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민의 열망이 더 높아지겠지요.”
시진핑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장관, 지린성은 말할 것도 없고 헤이룽장성, 랴오닝성,
그리고 산둥성의 인민도 장관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지요?”
“아니, 그것은.”
따라 웃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제 사업 기반이 중국에 있다 보니까.”
“옛날 산둥성 동해안이 백제의 영토였다는 기록이 있지요.”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지도자가 되면 역사 공부는 필수라는 사실이 또 확인되었다.
국가의 제대로 된 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시진핑이 말을 이었다.
“한반도의 서쪽에 위치한 백제라는 나라가 중국 대륙에 22곳의 영토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정통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았지요, 하지만.”
시진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동수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그걸 가르치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각하.”
어깨를 편 서동수가 대답했지만 자신이 없다.
일제가 36년간 지배하면서 불리한 기록은 다 제거했기 때문이다.
잠깐 정신이 혼란스러웠을 때 다시 시진핑의 말이 이어졌다.
“장관, 남북한연방과 한랜드 사이에 동북 3성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한랜드에 이어서 유라시아로 뚫고 나가는 한민족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시진핑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장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호를 중화민국 대신 대한민국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서동수가 정색하고 물었다.
식당 간판을 바꿔 달지 않겠느냐는 말 같았다.
그때 리커창과 마주 보던 시진핑이 머리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한국인 지도자가 통치해도 말입니까?”
“대륙이 통일되는데 모두 받아들일 것입니다.”
“한반도는 대한민국의 조선성이 됩니까?”
“성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중국 인민이 납득할까요?”
그때 리커창이 힐끗 시진핑을 보았다.
시진핑이 머리를 끄덕이자 리커창이 대신 말했다.
“중국 인민은 금(金), 청(淸), 심지어 몽골의 지배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며 인민들은 어떤 지도자이건 잘살게 해주기만 하면 따릅니다.”
(777) 37장 뜨거운 동토-16
오후 5시 반, 서동수의 전용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베이징에서 곧장 서울로 날아온 것이다.
전 대통령 한대성이 위중한 상태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한국대병원 병실로 들어섰을 때는 오후 6시 반,
방 안에는 신임 대통령 조수만과 여야 대표, 국무총리까지 병상 주위에 둘러앉아 있었다.
한대성은 팔에 링거를 꽂은 채 병상에 앉아 있었는데 얼굴은 가죽만 남았으나 눈이 맑았다.
들어서는 서동수를 보자 얼굴을 펴고 웃는다.
“이제 다 오셨군.”
서동수의 인사를 받으면서 한 말이다.
주위의 인사들에게도 눈인사를 하고 난 서동수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모임의 이유를 말하지 않았어도 모두 다 안다.
한대성의 유언을 듣는 자리다. 병상 위쪽 구석에 녹음기가 놓였고, 비서 두 명이 기록을 하고 있다.
역사에 남기려는 것이다.
이윽고 한대성이 입을 열었다.
“남북한연방이 계획대로 잘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방 안엔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한대성의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남북한연방은 한민족 5000년 역사를 빛내줄 민족적 사명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역사적 과업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낮았지만 한대성의 목소리에 열기가 느껴졌다.
“남북한연방과 한랜드, 유라시아를 잇는 이 띠는 한민족의 세계 진출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이 과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때 병상 끝쪽에 서 있던 간호사가 수건으로 한대성의 이마에 배어난 땀을 눌러 닦는다.
한대성이 말을 이었다.
“차질없이 진행해야 합니다. 이제 1년 반 남았습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서 약속을 해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행복하게 눈을 감도록 해주십시오.”
“대통령님.”
조수만이 전 대통령을 불렀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약속드립니다. 여기 모인 모두의 이름을 걸고 선서하겠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서동수가 말했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한대성도 번들거리는 눈으로 서동수를 본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저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시 주석이 저한테 이런 제의를 했습니다.”
방 안에서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려연방이 되면 동북 3성과 한랜드까지 이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옛날, 고구려의 속민이었던 여진이 금(金)과 청(淸)을 세워 중국을 지배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국인은 어느 민족이든 지도자를 받아들인다고도 했습니다.”
호흡을 고른 서동수가 상기된 얼굴로 한대성을 보았다.
“국호를 중화민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바꿀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때 둘러앉은 사내들이 술렁거렸다.
숨소리가 커졌고 서로 돌아보았으며 조수만은 작게 기침도 했다.
그때 한대성이 손을 들었다. 가는 손목이 드러났지만 그 손바닥은 더 크게 보였다.
한대성이 충혈된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내가 죽기 전에 이런 선물을 받을 줄이야. 과연 나는 행복한 인간이오.”
한대성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이 바로 남북한연방의 힘이요, 그것이 바로 한민족의 저력인 것이지요.”
한대성이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눈물이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다.
“나는 이제 큰 꿈을 꾸면서 가겠소.”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2> 37장 뜨거운 동토 [10] (0) | 2016.01.01 |
---|---|
<391> 37장 뜨거운 동토 [9] (0) | 2016.01.01 |
<389> 37장 뜨거운 동토 [7] (0) | 2015.12.16 |
<388> 37장 뜨거운 동토 [6] (0) | 2015.12.16 |
<387> 37장 뜨거운 동토 [5] (0) | 2015.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