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1> 37장 뜨거운 동토 [9]
(778) 37장 뜨거운 동토-17
사흘 후에 한대성은 눈을 감았고 장례식은 국장으로 거행되었다.
장례식에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참석했는데 오바마와 시진핑,
푸틴과 지난 달에 일본 총리로 취임한 오카다까지 포함되었다.
대통령 한대성은 취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통령이었다.
근소한 차이로 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는 데 주역을 맡았다.
한대성은 벌써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자신을 인격적으로 모욕한 야당 인사를 정부 요직에 기용한 것을 처음에는 쇼로 알았던 국민들이다.
한대성은 대통령의 권위는 다 버렸지만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책무는 철저하게 수행했다.
그것은 법질서 확립이다.
지금은 취객이 파출소에서 난동 부리는 사건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만일 그랬다가는 현장에서 사살도 가능하다.
국회의원이 시위대와 함께 폴리스 라인을 넘으면 바로 체포되어 연행되는 세상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한대성 집권 초반기에 국회의원 숫자가 150명으로 줄어들었다.
전문성을 살린다는 비례대표제는 폐지되고 국회 소속 전문위원제로 바뀌었다.
살인범이 옷을 뒤집어쓰고 TV에 나타나는 장면도 없어졌다.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 국가에 대한 모독을 하는 경우에는 대한국민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재산몰수, 국외추방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3200명이 추방령을 받았는데 그중 1000여 명이 동해 상에 떠 있는
폐유조선 감옥에서 대기 중이다.
다른 나라에서 입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대성은 대한민국의 기반을 굳히고 떠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었다.
전혀 여론에 신경쓰지 않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남북연방을 구성하고 떠난 것이다. 장례식이 끝난 저녁, 방한한 국가 수반들은 대부분 떠났지만 푸틴은 남았다.
그리고 그날 밤 푸틴을 만난 인사는 한랜드장관 서동수다.
푸틴과 서동수의 관계는 러시아연방권 안의 준(準)자치국 수반과 연방대통령 관계였으니
회동은 자연스럽다.
숙소인 고려호텔 스위트룸에서 푸틴이 서동수와 마주 앉았다.
배석자는 양쪽 비서실장 비실리와 유병선, 9시여서 탁자 위에는 보드카 병과 안주가 놓여 있다.
가벼운 회동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서동수는 푸틴이 초청한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
보드카를 한 모금 삼킨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시 주석이 한랜드와 동북 3성, 그리고 고려연방의 연결을 말씀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한반도의 유라시아 로드라고 하시더군요.”
“과연.”
푸틴이 눈은 가늘게 뜨고 웃었다.
한 모금에 보드카를 삼킨 푸틴의 눈이 더 반짝였다.
“그래서 남북연방을 동북아의 네 번째 성으로 만들자고 했군요.
그럼 그 조건이 있었겠지요. 뭡니까?”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고쳐도 상관이 없다는군요.”
“그 대한민국 황제, 아니, 주석을 서 장관이 맡고 말이지요?”
“제가 그렇게 되겠습니까? 절차가 있으니 제 후임으로 넘어가겠지요.”
“그럼 서 장관은 남북연방을 구성하신 제2건국의 아버지 한대성 대통령에 이어서
세계 대제국인 대한민국을 세우신 인물로 기록이 되시는 겁니까?”
푸틴의 영어는 또박또박 끊어서 정확하게 발음하는 터라 더 머릿속에 새겨든다.
푸틴이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779) 37장 뜨거운 동토-18
오바마가 집무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다.
한대성의 장례식에 다녀온 지 나흘이 지났다.
오후 7시, 지금 TV에는 푸틴의 얼굴이 막 드러난 참이다.
모스크바 시간은 오전 10시다.
오바마 주위에 앉은 부통령 바이든, 국무장관 헤이스, CIA국장 브레넌과 안보보좌관 스코필드의
얼굴도 긴장으로 굳어져 있다.
푸틴이 한랜드 관련 특별 성명을 발표하려는 것이다.
푸틴이 한대성 장례식날 밤에 숙소에서 서동수와 회동했다는 정보는 오바마도 알고 있었다.
브레넌이 보고를 한 것이다.
CIA쯤 되면 둘의 회동 내용도 도청했을지 모르지만 오바마는 묻지 않았고 브레넌도 보고하지 않았다. 몇 년 전 각국 총리의 대화, 통신을 도청했다가 CIA가 혼이 난 후에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보고하지
않고 보고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때 푸틴이 똑바로 이쪽을 보았으므로 모두 긴장했다.
누군가 이런 분위기가 못마땅한지 가볍게 혀 차는 소리를 내었을 때 푸틴이 말했다.
밑에 바로 영어 자막이 뜬다.
“러시아 연방국 최고회의에서는 시베리아 지역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기 위하여 한랜드의 영토를
확장시키기로 한랜드 정부와 합의했습니다.”
푸틴이 또박또박 말하더니 곧 화면에 시베리아 지도가 펼쳐졌다.
그때 푸틴의 지휘봉이 한랜드의 남쪽 국경에 닿더니 중국 국경까지 내려갔다.
“한랜드는 남쪽 영토를 확장하여 이곳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순간 오바마가 숨을 들이켰다.
한랜드는 중국의 헤이룽장성, 즉 흑룡강성과 국경을 맞대게 되었다.
영토도 절반 이상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과 이어진 것이다.
오바마의 시선이 브레넌에게로 옮겨졌다.
시선을 받은 브레넌이 눈만 껌벅였으므로 오바마가 다시 TV를 보았다.
푸틴의 말이 이어졌다.
“이로써 한랜드는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원·부자재 수급이 원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경제교류, 인적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바마는 푸틴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으므로 심기가 언짢아졌다.
계속해서 벌레가 등을 무는 기분이 든 것이다.
어깨를 편 푸틴이 오바마에게 뱉듯이 말한다.
“러시아 연방은 이것으로 한랜드와 중국, 그리고 남북한과의 밀접한 관계가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푸틴의 연설이나 회견은 간단하다. 그리고 대부분 질의응답도 없어서 방송이 딱 끊겨버렸다.
보좌관이 TV화면을 껐으므로 오바마가 주위를 둘러보며 불평을 했다.
“저 사람 회견을 보면 기분이 나빠.”
“예, 무례하지요.”
바이든이 거들었다.
“자기가 무슨 스탈린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때 헤이스가 말했다.
“저렇게 되면 남북한이 중국의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의 한랜드로 이어집니다.”
오바마는 시선만 주었고 헤이스의 말이 이어졌다.
“지난번에 서동수와 시진핑이 베이징에서 만나 기밀회담을 했습니다.
그 회담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의 시선이 다시 브레넌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브레넌이 모른 척하고 시선을 받지 않는다. 그때 스코필드가 말했다.
“동북아 3성은 오래전에 한민족의 영토였던 곳이지요.
고구려라고 지금 코리아가 그 나라 이름에서 나왔습니다.”
오바마가 또, 하는 표정을 짓고 어깨를 추켜올렸지만 스코필드가 말을 잇는다.
“중국이건 러시아건 남북한을 끌어들이려고 적극적이군요. 그, 고구려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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