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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37장 뜨거운 동토 [10]

오늘의 쉼터 2016. 1. 1. 23:06

<392> 37장 뜨거운 동토 [10]

 

(780) 37장 뜨거운 동토-19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김광도가 정색하고 앞에 앉은 두 남녀를 보았다.

홍대 앞, 돼지갈비 식당 안에서 김광도는 돼지갈비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오후 7시 반, 한국에 온 지 사흘째가 되었다.

소주를 한 모금 삼킨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두고 보라고. 이제 남북한연방과 동북아 3성, 한랜드로 이어진 ‘대한국’이 탄생할 테니까.”

“대한민국이 아니고요?”

그렇게 묻는 사내는 김광도의 대학 2년 후배 안상도, 대학 때 친했지만 졸업한 후에 헤어져서

7년 만에 만난 셈이다.

김광도가 지그시 안상도를 보았다.

대학 때도 소극적이었고 비판적이었던 성품이다.

치밀하게 계획은 세웠지만 실행은 하지 못했던 스타일, 지금은 출판사 편집부 사원이다.

듣고 보니 4년 동안 출판사를 3곳 옮겼다.

29세, 미혼, 옆에 앉은 여자는 안상도의 여자친구라고 했다.

“그건 이름 짓기 나름이야. 고구려는 어떠나? 한랜드에서는 고구려라고도 해.”

“형, 형이 하는 식당은 종업원이 몇 명이나 돼요?”

안상도가 슬그머니 물었다.

연락을 했더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만난 것이다.

지금까지 회사 불평만 해서 김광도를 지치게 만들었다.

“한 20명 되지.”

김광도가 건성으로 대답했는데도 안상도는 숨 들이켜는 소리를 냈다.

“꽤 큰 식당이네.”

김광도는 한랜드 사업에 대해 동창이나 친지한테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바쁘기도 했지만 연락도 끊고 지낸 사이에 새삼스럽게 자랑해댈 성격도 아니다.

그러고는 안상도가 입을 다물었으므로 김광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옆에 앉은 여자가 말했다.

“거기, 식당에 경리나 종업원으로 취업하면 얼마나 받죠?”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여자의 눈 주위가 빨개졌다.

이름이 한지서. 가는 체격에 목소리도 가늘다.

“한 달에 3500달러 정도.”

김광도가 바로 대답했다.

“매니저급은 5000달러. 보너스 500%.”

“매니저가 되려면 몇 년 경력이 있어야 돼요?”

“3년.”

“주택이나 기타 복지 조건은요?”

그렇게 묻는 여자의 얼굴 전체가 붉어졌다.

김광도는 한지서에 대해 호감을 느꼈다.

눈도 작고 입도 작았지만 눈빛은 강하다.

콧날은 반듯해서 섬세한 용모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안상도가 여자친구라고 소개시켜 주었지만 성격이 다르다.

우선 적극적이다.

안상도는 입도 떼지 못하는데 여자는 대뜸 복지 조건까지 묻지 않는가?

“왜? 취업하시게?”

김광도가 묻자 여자가 똑바로 시선을 주었다.

“저, 상도 씨가 선배님 만나러 간다고 하길래 취업관계를 물으려고 따라왔어요.”

“그렇군.”

둘에게는 한랜드가 오직 취업의 대상일 뿐, 미래는 나중 일이다. 여자가 말을 이었다.

“상도 씨하고 같이 다니던 출판사가 지난달 문을 닫았거든요. 그래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돼요.”

“식당일이라도?”

“네. 그 정도 조건이면.”

김광도가 심호흡을 했다.

2년 만에 서울에 온 것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인력공급센터에 의뢰해 놓았다.

김광도는 이제 38개의 사업장을 가진 유라시아 그룹의 회장인 것이다.

 

 

 

(781) 37장 뜨거운 동토-20

 

 

김광도가 한지서에게 물었다

“한랜드를 어떻게 생각해요?”

조금 전까지 김광도는 한랜드의 미래에 대해서 말했다.

이제 한랜드 영토가 확장되어 중국의 흑룡강성과 닿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랜드는 결국 러시아 연방이다.

앞에 앉은 안상도는 그 사실에 대해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

그때 한지서가 대답했다.

“저도 기회만 있으면 한랜드로 가고 싶었어요.”

“왜?”

“새 세상이니까요. 그곳에서 나 자신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광도는 시선만 주었고 한지서의 말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들, 이곳에서 좌절했던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그곳이 더 쉬울 것 같나?”

“아뇨.”

머리를 저은 한지서가 이제는 똑바로 김광도를 보았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김광도는 숨을 들이켰다.

자신이 시작했을 때의 각오와 같은 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옆에 앉은 안상도를 보았다.

“넌 어때?”

“뭐가요?”

“한랜드에 대한 생각.”

“너무 춥지 않아요?”

“너, 회사도 그만두었다면서?”

“거기 취업하면 한국에는 자주 올 수 있을까요?”

“자주 못 오겠지. 비행기로 세 시간 거리니까. 유라시아 철로가 뚫리면 쉽게 오가겠지만.”

“그때나 갈까요?”

김광도의 시선이 한지서에게로 옮겨졌다.

“안상도하고 떨어져도 돼?”

“저, 우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한지서가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같은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동료였을 뿐입니다.”

김광도가 머리를 돌려 안상도를 보았다.

“난 네 여자친구인 줄 알았다.”

“아뇨, 난….”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형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식당은 좀 그렇네요.”

“그렇구먼.”

김광도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유라시아 그룹의 고용 인원만 5000여 명이었고 지금도 하루에 수십 명씩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식당, 호텔, 여행사, 운송회사, 카지노, 이제는 기관차 제작 회사까지 세우려고 준비 중인 것이다.

그러나 안상도 같은 성격은 어느 곳에도 맞지 않는다.

채용한다면 전염병균처럼 주위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많다.

김광도가 다시 한지서를 보았다.

“나, 이틀 후에 출발하니까 내일 이력서 써가지고 고려호텔에서 만나.”

“아니, 고려호텔에 투숙하고 계세요?”

놀란 안상도가 물었다.

고려호텔은 특급호텔이다.

일반실 하루 숙박비가 500달러가 넘는 곳이다.

“아니, 그 근처에.”

호텔 스위트룸에 투숙하고 있었지만 김광도가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다시 한지서를 보았다.

“식당 종업원으로라도 근무하겠단 말이지?”

“네, 열심히 할 게요. 그런데 숙소는 어떻게 하죠?”

“직원 숙소가 있어. 20평형 통나무집이야. 주방기구도 갖춰졌고 욕실도 있어.”

“그만하면 훌륭합니다.”

한지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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