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 37장 뜨거운 동토 [7]
(774) 37장 뜨거운 동토-13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전 국무총리이자 전 신의주 장관인 조수만이 당선되었다.
야당에서 후보를 내세웠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이다.
그것은 1년 반 후의 순조로운 남북한 연방제를 기원하는 국민의 열망이었다.
연방 대통령이 될 서동수에 대한 한국인의 예비 투표라고 표현한 언론도 있다.
조수만이 당선된 다음날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총리직을 사퇴했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으므로 세계 각국의 언론은 차분하게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뜨는 해와 지는 해’라는 사설로 한국과 일본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표현했는데
밑에 커다랗게 그린 그림이 의미심장했다.
욱일승천기를 그려놓고 중앙의 둥근 원을 태극 문양으로 바꾼 것이다.
서동수는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워싱턴 포스트지의 그림을 보고 있다.
“감개무량합니다.”
앞쪽에 앉은 유병선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시선을 들었다.
유병선이 웃음 띤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태극승천기라고 부를까요?”
유병선도 서동수가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를 아는 것이다.
“그래도 되겠지.”
의자에 등을 붙인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베이징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지를 알면 미국이
이런 그림을 그려줄까 하고 생각했어.”
“어떤 마음이십니까?”
유병선이 정색하고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잠깐 창밖을 보았다.
구름 몇 점이 아래쪽에 떠 있을 뿐 하늘은 맑다.
비행기는 창공에 그냥 떠 있는 것 같다.
이윽고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분신이나 다름없는 유병선을 보았다.
유병선은 비서실장이었지만 때로는 스승이며, 때로는 가정사의 조언자다.
서동수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면서 맡기는 성격이다.
맡긴 후에는 전권을 이양하고 도와줄 뿐이다.
그래서 실패한 적도 있지만 부하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다.
그런데 유병선 같은 심복도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지금 같은 경우다.
이것이 바로 창업자, 개척자 또는 위대한 발명가의 공통점일 것이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조그만 기계 부속일 수도 있고 새로운 회사, 미지의 땅,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지난번 국무차관 후원이 와서 여진이 대륙을 지배한 금(金), 청(淸) 이야기를 해주고 갔지?”
말해주었기 때문에 유병선은 시선만 준다. 서동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중국 고위층의 전언이야.”
“그렇겠지요.”
“여진이 고구려의 속민이라는 말도 해주었어.
결국 한반도의 뿌리인 고구려가 대륙을 지배했다는 말과 같지.”
“동북공정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태지요.”
“그야 그런 의식도 있으니까.”
유병선이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렸다. 심호흡을 한 것이다.
“장관님, 중국인들은 술수가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럼, 손자병법이 지금도 유용할 정도로 계략이 무궁무진하지.”
“시진핑 주석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
불쑥 유병선이 묻자 서동수가 다시 창밖을 보았다.
이제는 구름도 없는 푸른 하늘이다.
이번 방중은 후원과 약속을 했지만 시 주석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때 서동수가 머리를 들었다.
“중화민국을 대한민국으로 바꿀 수도 있는지 물어봐야겠어.”
(775) 37장 뜨거운 동토-14
“카짜, 한랜드 관광이 요즘 인기더군.”
푸틴이 보드카 잔을 들고 말했다.
모스크바 북서쪽의 푸틴 별장 안이다.
헐렁한 셔츠 차림의 푸틴은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보드카를 대여섯 잔 마신 것이다.
“네, 관광상품이 다양한 데다 자금 입출이 자유롭거든요.
검은돈은 다 한랜드로 들어온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카타리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밤 10시 반, 이층 발코니에서 앞쪽 숲이 보였지만 가까워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
숲의 나무도 잡목이다.
카타리나가 다가와 푸틴의 빈 잔에 술을 채웠다.
푸틴의 손이 카타리나의 원피스 밑으로 들어가 엉덩이를 주무르고 나왔다.
카타리나가 앞쪽에 앉더니 다리를 꼬아 앉았다.
비스듬한 위치여서 한쪽 다리가 허벅지까지 드러났다.
“지금 서동수가 베이징 이화원의 안가에 들어가 있어.”
다시 술잔을 든 푸틴이 카타리나를 보았다.
카타리나는 서동수가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에 모스크바로 날아온 것이다.
“지난번에 국무차관이 서동수를 만나고 갔지? 그 여자가 시진핑의 밀사야, 카짜.”
“전 못 보았는데요.”
“너보다는 못하지만 미인이다. 섹시하지.”
“감사합니다.”
“난 필름으로 보았는데 배우 같았어.”
한 모금 술을 삼킨 푸틴이 지그시 카타리나를 보았다.
“서동수 그놈은 여자를 밝혀. 닥치는 대로 주워 먹는 개 같은 놈이지.”
“…….”
“그래서 미인계가 제대로 안 먹혀.”
“…….”
“북한에 가서도 주는 대로 먹어버리니 약점을 잡을 수가 있어야지.
다 그러려니 하고 믿는 터라 말이야.”
“…….”
“오히려 약점 잡았다고 떠드는 놈이 제대로 병신이 되는 거지.”
그때 카타리나가 정색했다.
“각하, 저 서동수하고 깊은 관계를 가진 적 없습니다.”
“알아. 라진 그놈하고도 깊은 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것도.”
“…….”
“카짜, 넌 대단한 공적을 쌓고 있어. 넌 영웅 훈장감이야.”
“각하, 저는…….”
“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거야.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마.”
“감사합니다, 각하.”
“서동수는 이번에 시진핑을 만날 거야.”
빈 술잔을 든 푸틴이 말하자 카타리나는 숨을 들이켰다.
푸틴이 말을 이었다.
“동북아가 요동치고 있어. 난 그것을 보면 흥분이 돼.”
푸틴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뜨거운 욕탕 안에서 난 가만 누워 있는데 누가 내 연장을 쥐고 자위를 해주는 것 같단 말이야, 카짜.”
“…….”
“우리한테 손해될 일은 없어. 최고회의, 전략회의에서도 나온 결론이야.”
빈 술잔을 내려놓은 푸틴이 카타리나를 보았다.
“이번에 서동수가 베이징에서 돌아오면 아마 너를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해올 거야.”
“예, 각하.”
“어차피 모든 길은 모스크바로 통하게 되어 있어.”
심호흡을 한 푸틴이 어깨를 펴더니 카타리나의 허벅지를 보았다.
“카짜, 벗어.”
카타리나는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위기에 압도당했다는 표현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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