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 37장 뜨거운 동토 [6]
(772) 37장 뜨거운 동토-11
한국 대통령 한대성이 한·중 동맹 협정서에 조인을 한 것은 대통령 보궐선거가 열흘이 남았을 때다.
췌장암 말기로 얼굴이 흙빛이 된 한대성은 휠체어에서 내려 부축도 받지 않고 경복궁 뜰에 마련된
테이블로 다가가 중국 총서기 시진핑과 악수를 나누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백 명의 언론 매체가 일제히 방영을 시작했다.
오전 11시 정각, 정상이 나란히 앉은 테이블 좌우에는 양국의 각료가 수십 명씩 늘어섰지만
분위기는 엄숙했다.
역사적인 한·중 동맹이다.
이윽고 두 지도자가 자리에 앉아 협정서에 조인을 함으로써 식은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선 한대성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떠올랐고 다가선 시진핑이 어깨를 껴안더니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한대성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것을 화면으로 본 양국 국민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 많았다.
“미친놈들.”
TV 화면으로 그 장면을 보면서 아베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것들 얼마나 가는지 보자.
내 장담컨대 내부 분열로 10년도 못 가 동맹이고 나발이고 깨진다.”
총리관저 안이다.
주위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경제상과 관방장관 오다,
중의원 의장 요시무라까지 넷이 둘러앉았는데 최측근들이다.
다시 아베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내가 중국놈들, 한국놈들 기질을 알지. 특히 한국놈들 말이야.
저것들은 전쟁이 일어나도 당파 싸움을 하는 놈들이라고.”
“…….”
“420년 전 조선 정벌 때도 그랬지.
그 전해에 조선 사신 두 놈이 와서 히데요시 관백을 만나고 나서 어떻게 보고를 했는지 아시오?”
아베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한 놈이 ‘히데요시 관백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강이 굳고 군신체제가 잘 정비되어 있으니 대비를 해야 됩니다’
하니깐 다른 한 놈이 뭐라고 했겠습니까?”
주위를 둘러본 아베가 말을 이었다.
“한 놈이 전혀 다른 보고를 한 거요.
히데요시 관백이 체격이 작고 위엄이 없다면서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말이오.
오직 상대방이 반대 파벌이었기 때문에 그런 거지.”
아베의 얼굴에 다시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전혀 전쟁 대비를 안 했다가 7년 동안 전국을 유린당했지.
그런데 조선 역사를 보니까 더 기가 막힌 사실이 있더구먼.”
“…….”
“전쟁이 일어나자 왕이 그 반대 보고를 한 놈을 잡아오라고 했는데 잡아오다 풀어줬어요.
그 당시 그놈들 당파가 정권을 잡고 있었거든.”
“…….”
“나중에 그놈들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다고 기록이 되었는데 그것도 꾸며주었겠지. 그런 민족이오.”
“총리.”
그때 아소가 불렀으므로 아베는 머리를 들었다.
아소가 조금 핏발이 선 아베의 눈을 지그시 보았다.
“총리, 사임하시지요.”
눈만 치켜뜬 아베를 향해 아소가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
“의회 해산하고 어쩌고 할 것 없이 총리직부터 사임하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아니, 아소 씨.”
“지금 옛날 조선시대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소.”
아소가 작은 체구를 부풀리며 말했을 때 아베의 시선이 마침내 비껴갔다.
그렇다. 지금 아베의 지지율은 5%대다. 최악이다.
(773) 37장 뜨거운 동토-12
“고용 인원이 5000명을 넘었어요.”
불쑥 김광도가 말했으므로 조창복이 술잔을 내려놓았다.
밤 10시 반, 실크로드의 사무실 안에서 김광도가 조창복, 안기춘과 고영일까지 넷을 둘러보며 말했다.
“1년쯤 후에는 1만 명쯤 될 것 같습니다. 난 매출액보다 그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조창복이 웃음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북조선 인민들한테 유라시아 그룹이 잘 알려져 있지요. 저는 그것이 보람입니다.”
김광도의 시선이 안기춘에게로 옮겨졌다.
“그것이 저절로 되지는 않았지요.”
안기춘은 죽은 백진철의 심복이었다.
백진철 등의 희생이 없었다면 김광도의 사업은 기반을 굳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방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백진철의 살해범이 보위부에서 파견된 전광수라는 것까지 밝혀졌지만 아직 잡지 못했다.
그때 그룹 기획실장 고영일이 말했다.
“이번 내란이 끝나고 시장이 재편되면서 중국과 미국, 러시아 자본이 밀려 들어오는 반면에
일본의 투자가 거의 멈춘 상황입니다.”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으므로 시선만 준다.
고영일은 김광도가 유병선의 추천을 받아 영입한 전문 관리인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김광도가 유병선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고영일이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 유라시아 그룹은 유흥, 관광 사업에서 수송, 제조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될 것입니다.”
유라시아 그룹의 미래는 서동수가 일으켰던 동성그룹과 닮아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김광도가 서동수를 존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유라시아 그룹의 설계자인 고영일이 바로 동성그룹 기획실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때 술잔을 든 김광도가 말했다.
“자, 한랜드의 미래를 위해 건배합시다.”
따라서 술잔을 든 조창복은 이제는 회원이 1만여 명이 된 한강회 부회장 겸 그룹 직업연수원장,
여행사 사장을 맡고 있다.
안기춘은 몸으로 뛰는 관리부장이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이제 한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남북한 연방 체제 준비기간이 돼요.
1년 안에 준비가 끝나고 1년 반 후에는 연방 대통령 선거인데….”
“그야 우리 장관께서 당선이 되시겠죠.”
셋 중 말이 빠른 안기춘이 넓은 얼굴을 들고 말했다.
그러자 조창복이 거들었다.
“그 1년 반 동안 우리는 기반을 굳혀야만 합니다.”
유라시아 그룹이 한랜드 정부, 즉 장관 서동수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의 특전을 받아 요지(要地)의 대지를 넘겨받았으며 자금 지원까지 받았다.
더구나 내란이 끝나고 나서 주동자들이 보유했던 기업체들을 헐값으로 넘겨받은 것이다.
또한 유라시아 그룹의 조직인 한강회가 한랜드 정부의 사설 용병 단체라는 것도 모두가 안다.
그때 김광도가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한랜드 내부 민심을 안정시키고 정부의 시책에 호응하면서 내란을 진압한 공이 있는 건
사실이죠.”
머리를 든 김광도가 셋을 둘러보았다.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내가 장관님의 특혜를 입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나나 장관님이 온전한지 여러분은 아시지요?”
그때 동성 출신의 고영일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압니다. 전혀 뒷거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것이 우리 장관님의 스타일이죠.”
고영일은 아직도 서동수를 우리 장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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