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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 37장 뜨거운 동토 [1]

오늘의 쉼터 2015. 11. 26. 12:04

<383> 37장 뜨거운 동토 [1]

 

(762) 37장 뜨거운 동토-1

 

 

“30만 달러 드리지요.”

의자에 등을 붙인 김광도가 앞쪽에 앉은 주영수를 보았다.

주영수 옆에 앉은 50대의 사내는 초조한 표정이다.

자꾸 주위를 둘러보았고, 10분도 안 되는 동안 시계를 세 번째 보았다.

오후 2시 반, 이곳은 실크로드의 사무실 안이다.

김광도는 조창복과 함께 상담 중이다.

그때 주영수가 물었다.

“현금으로 일시불입니까?”

“물론입니다.”

그러자 주영수가 50대 사내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입맛을 다신 김광도가 옆에 앉은 조창복에게로 몸을 돌렸다.

“오늘 6시에 수원식당에서 만나는 것이 낫겠는데.”

“아아, 예.”

금방 알아들은 조창복이 핸드폰을 꺼내더니 문자를 메모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앞쪽에서 주영수가 말했으므로 김광도가 의자에서 몸을 떼었다.

주영수는 소개업자다.

김광도는 주영수의 소개로 지금까지 21개 사업장을 인수했다.

이제 크로바모텔까지 합하면 22개가 된다.

주영수 옆에 앉은 사내가 크로바모텔의 바지사장인 것이다.

실제 소유주는 이번 내란 사건에 연루되어 지금 한랜드 감옥에 갇혀 있다.

김광도가 시선을 바지사장에게로 옮겼다.

“서류를 확인하고 내부 시설까지 보는 데 하루면 충분합니다.

내일 오후 이 시간에 다시 만나지요.”

“예, 알겠습니다.”

사내가 서둘러 일어섰으므로 김광도가 웃었다.

요즘 사업장 인수하는 분위기가 모두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번 내란에 연루된 한국계 조폭의 사업장은 모두 폭탄을 맞았다.

소유주 대부분이 구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영업권이 취소되었다.

그래서 김광도와 라빈이 한랜드 정부로부터 사업장을 배분받아 인수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리품과 같다.

라빈은 카지노와 모텔, 유흥주점 등 15개를 배정받았고 김광도는 48개를 받았다.

김광도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라빈은 불평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번 내란 때 라빈의 역할이 거의 없는 반면에 김광도의 한강회 회원 4000여 명은

한랜드 경찰과 함께 내란 초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업적으로 보면 라빈 측은 한두 개를 받아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주영수가 크로바모텔 바지사장과 함께 사무실을 나가더니 곧 혼자 돌아왔다.

주영수는 40대 중반쯤의 부동산업자지만, 김광도의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크로바모텔이 30만 달러에 넘겨진 것도 주영수의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영수가 서두르듯 말했다.


“회장님, 신라카페도 30만 달러면 됩니다.

그건 압구정파하고 부산파가 합작한 사업장이라 누가 주인인지 애매한 곳이더군요.

서로 싸우다가 몇 십만 달러라도 받고 떠나자고 하더라니까요.”

그 말을 들은 조창복이 피식 웃었다.

신라카페는 연건평이 500평이나 되는 통나무 2층 건물이다.

시설도 잘해 놓아서 공사비만 200만 달러가 들었다고 했다.

제대로 처분하면 300만 달러가 넘을 것이다.

김광도가 쓴웃음을 짓자 주영수가 따라 웃었다.

“죗값을 받는 것 아닙니까? 보상을 받는 사람도 있고 말입니다.”

다시 주영수가 서둘러 방을 나갔을 때 김광도가 조창복에게 말했다.

“우리도 회원들한테 보상을 해줍시다.”

“일자리가 가장 큰 보상입니다.”

바로 대답한 조창복이 손가락을 꼽는 시늉을 했다.

“이번 사업장 인수로 일자리가 1500개는 늘어났습니다.”

 

 

 

(763) 37장 뜨거운 동토-2

 

 

손목시계를 내려다본 김광도가 차에서 내렸다.

오후 6시 정각, 한시티에는 어둠이 덮이고 있다.

“어서 오십시오.”

식당 앞에서 기다리던 정상근이 허리를 꺾어 절을 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걸음을 멈추고는 식당 건물을 둘러보았다.

‘아리랑’ 식당 네온 간판이 반짝이고 있다.

통나무 2층 건물로 연건평 400평짜리, 김광도는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금방 견적이 나온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데다 주차장 부지까지 200평을 갖추고 있는 터라

건설비는 150만 달러쯤 들었겠지만 시가로 250만 달러는 될 것이다.

하루 매상이 5만 달러는 나온다. 한정식과 술도 팔았기 때문에 종업원은 30명 정도,

한 달 순이익이 30만 달러는 된다.

1년만 장사하면 투자금 회수, 다음부터는 부(富)를 쌓는다.

그때 옆으로 주영수가 다가왔으므로 김광도는 발을 뗐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앞장선 정상근이 창쪽의 좌석을 가리켰다.

“저기 계십니다.”

김광도는 이쪽을 바라보며 일어서는 네 남녀를 보았다.

둘은 60대쯤의 남녀, 둘은 20대나 30대쯤의 남녀다.

원탁을 중심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김광도와 주영수는 빈자리에 앉았다.

아직 저녁 먹기에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에는 손님이 절반쯤 찼다.

정상근이 일어선 남녀들에게 김광도를 소개했다.

“유라시아그룹 김 회장이십니다.”

김광도가 머리를 숙였을 때 그중 젊은 여자가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전 이옥영이라고 합니다. 여기 두 분은 제 부모님이시고 얘는 제 남동생입니다.”

이번 내란 사건의 해결사가 된 이옥영이다.

그러나 김광도는 모른다.

이옥영을 향해 김광도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이 여자의 배후에는 한랜드 장관이 있다.

장관이 직접 전화를 했고 2시간 전에는 내무부장이 확인까지 한 것이다.

원탁에는 주영수까지 일곱이 둘러앉았다.

정상근은 유라시아그룹 소속의 직원이었다가 이번에 ‘아리랑’ 식당 지배인으로 파견되었다.

김광도가 네 명의 긴장된 시선을 받고는 심호흡을 했다.

이쪽은 VIP 좌석이다.

소음이 적다.

“장관님 지시로 이 식당을 이옥영 씨께 양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색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여기 서류 일체를 가져왔으니 서명만 해주시면 다 끝납니다.

이 식당은 이옥영 씨 소유가 되는 것입니다.”

그때 주영수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이옥영 앞에 놓았다.

‘아리랑’ 식당은 이번 내란 동조세력인 압구정파 최영식 회장의 소유였는데

김광도에게 50만 달러를 주고 넘긴 것이다.

그것을 이제 김광도가 이옥영에게 인계하고 있다.

이옥영이 잠자코 서류를 받더니 제 부모와 동생에게 넘겨주었다.

함께 읽어 보라는 시늉이다.

모두 얼굴이 상기되었고 눈이 번들거리는 것이 애써 흥분을 참고 있는 모습이다.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여기 앉은 정 지배인이 식당 운영을 도와드릴 것이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연락해 주시지요.”

김광도가 명함을 꺼내 이옥영은 물론 부모와 동생한테도 주었다.

서동수가 부탁한 것이다.

누구 명인데 토를 달겠는가? 그때 이옥영이 말했다.

“너무 커요. 저는 이렇게 크고 멋있는 식당인지 몰랐어요.”

이옥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너무 과분해요.”

그러더니 심호흡을 하고 나서 서류 밑부분에 힘차게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사인할 서류가 여러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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