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36장 내란 [8]
(755) 36장 내란-15
“고발자는 상금 1만 달러야, 1만 달러.”
박철수가 떠들썩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촌의 ‘원산 개장국’집 안이다. 한
랜드에도 썰매 끄는 개가 많지만 이곳 개장국집 개고기는 중국과 북한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오후 3시 반, 식당 안에는 손님이 절반쯤 차 있었는데 모두 북한인이다.
박철수가 보드카로 붉어진 얼굴을 들고 둘러앉은 동료들을 보았다.
“전화로 신고해도 돼. 현금으로 지급하고, 신고자는 절대 보호해 준다는 거야.”
“근데 시위를 모의하는 놈들이라고 했지? 반정부 시위라는 거야?”
사내 하나가 묻자 옆에 앉은 사내가 대답했다.
“요즘 북촌이 술렁술렁 하긴 해. 남조선 자본가의 노예가 되지 말자면서 말야.”
“자본가가 없으면 공장은 누가 짓나? 시위 선동하는 놈들이 돈 있다는 거야?”
하나가 되묻자 다른 하나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만,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놈을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두어 명이 한꺼번에 물었으므로 사내가 손을 저었다.
“아냐, 아냐. 잘못 봤는지도 몰라.”
“이 자식이. 혼자 상금 타 먹으려고?”
“글쎄, 아니라니깐.”
그때 옆쪽 식탁에 앉아있던 사내 둘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더니 식당을 나왔다.
둘 다 허름한 방한복 차림에 술기운으로 얼굴이 붉다.
영락없는 북한 밀입국자 신분의 일당 노동자다.
사내 하나가 트림을 하고 나서 말했다.
“역시 현상금이 잘 먹히는군. 벌써 십여 명이 신고를 했고 여섯 명이 잡혔다는 거야.
그놈들이 서둘겠어.”
“일단 윤곽이 잡혔으니까 주도권은 우리가 쥐었어.”
옆쪽 골목으로 들어선 둘이 벽에 대고 지퍼를 내리면서 말했다.
좁은 골목에는 오줌 지린 흔적이 가득했지만 냄새는 나지 않는다.
오줌이 단단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오후 3시 반이었지만 밖의 온도는 영하 20도인 것이다.
“우선 북촌부터 막고 북한인 밀집 공장지역 경비를 강화하면 돼.”
사내 하나가 말했고 다른 사내가 진저리를 치면서 말을 받는다.
“내일 특전사 1개 연대가 날아오지?”
“모레에도 1개 연대야. 사흘 후에는 6000명 가까운 병력이 한랜드에 깔려.”
“일본놈들이 식겁을 하겠군.”
“이 기회에 새판을 짜는 거지.”
둘은 한국 국정원에서 지원 나온 요원들인 것이다.
국정원 요원들도 100명 가깝게 지원을 나와 작전을 도와주고 있다.
“하긴 쿠데타 예방이라면 한국을 당할 국가가 없지. 일본이 간과한 부분 중의 하나가 그거야.”
사내 하나가 앞장서 골목을 나오면서 말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 미국에 빌붙어서 태평세월을 구가하던 놈들이라
우리처럼 센 경험을 못해서 그래.”
“머리는 좋은 놈들 아닌가?”
뒤를 따라 나오던 사내가 말하더니 손목시계를 보았다.
“좋아, 이동하지. 소문은 대충 퍼진 것 같다.
이놈들도 우리가 적극적인 공세로 나오고 있으니까 당황할 거라고.”
둘은 길가에 주차시킨 승용차에 올랐다.
그렇다. 한랜드 측은 바로 적극적인 대응책을 실시했는데
한국 정부에서 이틀 만에 특전사 파견을 결정한 것도 그렇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도 즉각 승인해준 것이다.
지금 특전사 병력은 출동 준비를 완료하고 서울 공항으로 이동 중이다.
서동수의 요청을 받은 북한의 김동일 위원장도 곧 병력을 파견할 것이다.
(756) 36장 내란-16
“다나카 씨, 한랜드 쪽 반응이 너무 빠릅니다. 우리가 좀 늦을 것 같습니다.”
마사무네가 말하자 다나카의 눈빛이 강해졌다.
“마사무네 씨 당신 역할은 성공적으로 달성된 것이니까 다음은 우리한테 맡겨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마사무네도 똑바로 다나카를 보았다.
오후 6시, 이곳은 이른바 ‘미국촌’으로 불리는 한시티 서남쪽의 고급 주택가 안,
옆쪽에 여름 한 달 동안만 해빙되는 강줄기가 뻗어 있고 그 아래쪽은 지평선이 보이는 동토다.
미국인 투자가들은 대지를 분양받아 집단적으로 거주했는데 저택 규모와 시설이 미국의
고급 주택가를 능가했다.
지금 마사무네는 한시티의 호텔 소유주인 제임스 코너의 별장에 묵고 있다.
다나카가 입맛을 다신 뒤 말했다.
“우린 이런 경우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일부는 체포되겠지만 북한인들은 폭동을 일으킬 거요.”
“다나카 씨, 내일 한국에서 특전사 병력이 공수되어 옵니다.
며칠 후면 북한군이 진입해 오고요. 푸틴이 북한군 진입도 허용했단 말입니다.”
“그럼 폭동이 더 격렬해지겠지.”
다나카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죽고 다치는 건 한국놈들이지 우린 아니란 말이오.
한국인 재산이 불타고 한랜드 정부가 흔들리겠지.”
마사무네가 숨을 들이켰을 때 다나카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가 기다렸던 건 북한군이오.
분노한 김동일의 지시를 받은 북한군이 북한인들을 잔혹하게 진압할 것이오.
그럼 어떻게 되겠소? 여긴 북한이 아니오.
억눌려 왔던 북한인들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고 금방 전쟁터가 되지.”
다나카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이번 작전의 현장 지휘관이 바로 다나카인 것이다.
다나카는 일본계 카지노 ‘도쿄클럽’의 자문역으로 방문했지만 휘하에 10여 명의 보좌관을
대동하고 있다.
모두 신분을 위장하고 있지만 정보, 작전의 전문가들인 것이다.
“수백, 수천의 사상자가 날 거요. 그것이 우리가 기다렸던 결과지, 한랜드 정부의 무력화.
지금 정보가 유출되고 남북한군이 진입해 오는 건 모두 우리가 예상하고 있었던 줄거리요.”
소파에 등을 붙인 다나카가 느긋한 표정으로 마사무네를 보았다.
“중국인 희생자가 나오는 순간이 클라이맥스요.
중국인들이 북한 세력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친구들은 눈치만 살피고 있을 거요.
그때 우리가 중국 놈 몇 명을 죽이는 것이지. 북한군 소행으로 하고 말이오.
그럼 중국 정부가 들고 일어서겠지.”
“…….”
“그때 미국도 거들고,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럼 푸틴은 못 이긴 척 군대를 진입시켜
한랜드 정부를 무력화하겠지. 푸틴한테는 전혀 손해가 없는 일이오.
한랜드의 투자 자금은 그대로 얼어붙어 있으니까 오히려 푸틴의 영향력만 더 강해지는 거지.”
그 줄거리야 마사무네도 안다.
마사무네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으니 난 이곳에서 한랜드 정권이 뒤집히기만 기다려야겠군요.”
“당신의 작품이 완성되는 모습을 구경이나 하시오, 마사무네 씨.”
자리에서 일어선 다나카가 손을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
“사토도 작전이 끝났을 때 추방될 테니까 말이오. 추방이나 석방이나 마찬가지지.”
다나카를 현관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마사무네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미 창밖은 어둡다. 한랜드의 밤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이제 한랜드는 작전대로 뒤집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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