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36장 내란 [7]
(753) 36장 내란-13
오후 11시, 왕춘이 앞에 앉은 우장에게 말했다.
“먼저 북촌에서 폭동이 일어날 거야.
무리를 지어서 유흥업소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경찰서를 습격할 텐데 인민을 착취하는
자본주의를 멸망시키고 평등하게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를 외칠 거야.”
왕춘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북조선 인민을 착취하고 무시하며 종처럼 부리는 남조선 자본주의 세력을 처단하자는 거야.
그것이 먹혀들고 있어.”
“대형, 가능할까요?”
우장이 조심스럽게 묻자 왕춘이 크게 심호흡을 했다.
“먹혀들고 있어.
혁명이 성공하면 남조선 사업장을 모두 인수하고 다시 질서가 잡힐 때까지 시민권 획득,
지분을 나눠 준다는 회유가 먹혀들고 있다.
그들에겐 손해볼 일이 없어.”
“남조선 사업장 모두 말입니까?”
“이번 혁명에 가담한 한국 조폭의 사업장들은 제외되어야겠지.”
“김광도 사업장이 모조리 분해되겠군요.”
“당연하지.”
“우리는 어떤 역할입니까?”
“북촌에서 폭동이 일어난 후에 우리가 거드는 역할이지.
뒤를 따르되 절대 앞에 나서지는 말 것,
한국 조폭과 야쿠자들도 뒤에서 지원하겠지만 행동대는 북한이야.”
“이건 군사작전이나 같습니다.
폭력배들 간 싸움이 아닌데 작전을 잘 수립해야 될 텐데요.”
그때 왕춘이 다시 쓴웃음을 짓더니 우장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여러 장짜리다.
“이게 작전 계획이다.
우리가 맡은 일이 일정별로, 행동 요령까지 적혀 있다.”
숨을 들이켠 우장이 서류를 받았을 때 왕춘의 표정이 엄격해졌다.
“이건 당에서 딱 2부 보내온 것이니까 머릿속에 넣고 서류를 태워.
네가 죽을지언정 그 서류는 노출되면 안 된다.”
“예, 대형.”
긴장한 우장이 서류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럼 정부에서는 일본 측과 합의를 한 것이군요, 대형.”
“그러니까 이렇게 작전 계획서까지 보냈지 않느냐?
이건 중·일 양국이 북한 인민을 괴뢰로 내세워 한랜드를 뒤집으려는 작전인 거다. 그리고….”
어깨를 편 왕춘의 눈빛이 강해졌다.
“배후에는 미국이 있지. 이것은 한민족이 남북 연방에 이어서 한랜드까지 진출하여
유라시아가 어쩌구 하는 헛소리를 더 이상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강대국들의 결론이다.”
“그, 그렇군요.”
“러시아는 한랜드 덕분에 동반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지만 이제 꿈에서 깰 거다.
한민족과 연합해서 중국과 일본을 누르고 동북아 패권을 노리려고 했지만 말이다.”
“아아, 예.”
“한랜드의 내란이 절정에 이르면 중국, 일본, 미국까지 나서서 러시아 연방군의 진입을
요청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랜드 정부는 붕괴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별로 손해날 것도 없지, 모두 러시아가 관리하게 될 테니까 말야.
푸틴은 저절로 입 안에 떡이 굴러들어온 셈이 될 테니까.”
왕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서동수도 떠나게 되고 한랜드는 아마 시베리아 랜드가 되어서
러시아 정부 주도하에 새 공화국이 되겠지.”
“러시아로서도 별로 손해볼 것도 없겠습니다, 대형.”
“앞으로 열흘 남았다.”
왕춘이 아직도 우장이 손에 들고 있는 서류를 눈으로 가리켰다.
“그 계획대로만 준비하면 돼.”
“예, 대형.”
우장이 기운차게 몸을 일으켰다.
(754) 36장 내란-14
“이놈들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지요.”
라진이 눈을 치켜떴지만 입술은 웃는다.
그 얼굴로 라진이 말을 이었다.
“내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란 것을 증명시킬 겁니다.”
오전 12시 반, 이곳은 서동수의 별장 안이다.
응접실에는 서동수와 라진, 안종관과 경찰청장 김상영, 유병선까지 둘러앉아 있었는데
분위기가 무겁다.
그때 머리를 든 안종관이 말했다.
“해주이발관에서 잡은 이유복이 진술한 내용은 현 상황과 일치합니다.
우리가 먼저 선수를 치겠습니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장현주의 제보를 받은 안종관은 북촌의 해주이발관에서 나오는 수상한 사내를 체포했다.
전광수를 노리다가 대신 체포한 셈이다.
그런데 이유복의 입에서 폭동의 윤곽이 조금 드러난 것이다.
이유복은 폭동의 일부분만 알고 있었지만 퍼즐의 윤곽은 드러났다.
그것은 일본의 주도하에 북한의 불만세력이 앞장을 서고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이 지원한다는
작전이었다.
치밀했고 명분도 준비한 데다 방대한 연합 조직이다.
한랜드의 친한(親韓) 서동수 세력은 러시아 자본과 함께 손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그래서 서동수는 유일한 원군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라진을 불러 내막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때 라진이 머리를 들고 서동수를 보았다.
“장관 각하, 우리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라진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군이 진입해서 한랜드를 재편성하게 되면
현 상황에서 나아질 리가 없는 것이다.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조직들이 밀물처럼 몰려올 것이고 지금까지 쌓아놓은
성과가 허물어질 것도 당연했다.
이른바 기득권이 붕괴되는 것이다.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기회에 한랜드를 대청소해서 재도약의 기반을 굳히지요.”
그 시간에 조창복이 둘러앉은 사내들에게 말했다.
“우리한테 한랜드는 마지막 고향이고, 마지막 희망이다.
그런데 이 땅을 다시 북조선의 당원 놈들한테 빼앗긴단 말인가?
겨우 남북 연방으로 잘 살게 되려는 북조선에서 도망쳐 온 당원놈들이
이제 한랜드를 다시 그 지옥 같았던 북조선 세상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조창복의 목소리는 떨렸고 두 눈이 번득거리고 있다.
이곳은 한시티 유라시아 카지노 3층 회의실 안이다.
조창복 옆에 앉아있던 김광도가 심호흡을 했다.
그렇다. 적절한 비유다.
북한군 대좌까지 지낸 조창복이니 이렇게 절절한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내들은 모두 20여 명, 한강회 간부들이다.
조창복이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미래가 걸려있는 싸움이다.
부하들에게 이 말을 전해줘야 한다.
우리는 명분이 있는 싸움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조창복이 머리를 돌려 옆에 앉은 김광도를 보았다.
“회장님께서 한 말씀 하시겠다.”
그때 김광도가 턱을 들었다.
원고를 미리 써놓고 외웠지만 다 잊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폭동으로 남이 애써 쌓아놓은 것을 약탈해 가면 안 되지요.
이 폭동을 진압하면 여러분의 기반이 굳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기회지요.”
김광도의 두 눈도 번들거렸다.
“지킵시다. 그리고 반란 세력을 분쇄합시다.
우리가 왜 한랜드에 왔습니까? 또 빼앗기려고 온 것입니까? 안 됩니다!”
이것이 김광도의 본성인 것이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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