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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36장 내란 [5]

오늘의 쉼터 2015. 11. 10. 23:38

<377> 36장 내란 [5]

 

(749) 36장 내란-9

 

 

“아니, 누구시오?”

놀란 사토가 소리쳤지만 뒷말을 잇지 못했다.

좌우에서 다가온 사내 둘이 팔짱을 낀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식당 도쿄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사내들에게 잡힌 것이다.

오늘은 마사무네가 쉰다고 해서 혼자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이렇게 되었다.

식당 앞에 주차된 승합차에 태워진 것은 잠시 후, 차 안에는 사내 셋이 더 있었으므로

그들이 타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누구십니까?”

어깨를 편 사토가 다시 일본어로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내는 없다.

모두 시선만 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토가 이제는 한국어로 말했다.

“난 일본인입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차창 밖으로 한낮의 시베리아 햇살이 비치고 있다.

오후 1시 반, 승합차는 이승만로를 기운차게 달려가는 중이다.

다시 입을 열려던 사토는 앞쪽 사내가 방한복을 열고 가슴에서 담배를 꺼내는 것을

보고 나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안에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담배를 꺼내 문 사내가 불을 붙이더니 담배 연기를 사토의 가슴에 대고 길게 뿜었다.

연기가 가슴에 부딪히더니 사토의 얼굴을 덮었다.

“마사무네는 체포했지?”

사내가 불쑥 묻자 사토 옆에 앉은 사내가 대답했다.

“예, 조금 전에 체포해서 압송 중입니다.”

한국어였지만 사토는 다 듣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내가 상급자 같다.

다시 연기를 내뿜은 사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놈들은 내란음모죄로 30년은 감옥에 있어야 해. 이야기 들을 것도 없어.”

사토는 숨을 들이켰다.

내란음모라니? 나는 심부름을 했을 뿐이다.

마사무네가 시킨 대로만 했지 나는 전체 윤곽을 모른다.

“이놈이 만난 놈들도 다 체포됐으니까 이제 사건 윤곽은 드러나겠군.”

“잠깐만요.”

사토가 필사적인 표정으로 사내를 보았다.

눈앞에 다섯 살짜리 딸 히메의 얼굴이 떠올랐다.

30년이라니? 내가 왜?

그날 오후 6시 반이 되었을 때 안종관은 경찰청장 김상영의 보고를 받는다.

“사토가 다 털어놓았습니다.

대체적인 윤곽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마사무네가 만난 사람과 대화 내용,

자신이 심부름한 내용까지 자백했습니다.”

한국 경찰청장 출신인 김상영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퍼즐 조각이 거의 모인 셈이니까 맞추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사무네는?”

“지금 숙소에 있는데 사토가 체포된 것을 알겠지요.”

마사무네가 체포되었다고 사토에게 말한 것은 위축시키기 위해서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 이옥영이 가져온 정보는 헝클어진 실처럼 얽혀있던 사건을

해결해줄 계기가 되었다.

휴대폰에 찍힌 사진에는 사토와 한국계 조폭, 북한인, 야쿠자 간부인 재일교포,

거기에다 중국 출신 조선족까지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옥영에게 조선인은 다 모였다고 농담을 할 만했다.

안종관이 그늘진 얼굴로 앞에 앉은 김상영을 보았다.


“이놈들의 핵은 마사무네란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김상영이 정색했다.

사진에서도 중심 인물이 사토였다.

사토는 마사무네의 전달자인 것이다.

“그리고 마사무네는 일본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어깨를 편 김상영의 눈빛이 강해졌다.

“이제 마사무네를 잡으면 됩니다.”

 

 

 

 

 

(750) 36장 내란-10

 

 

한 모금 차를 삼킨 리정산(李正山)이 앞에 앉은 도요타를 보았다.

오후 7시, 둘은 베이징 이화원 근처의 안가에서 만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무겁다.

도요타는 아베 총리의 외교담당 특별보좌역, 장관급이지만 철저히 외부 노출을 삼가고 있어서

언론에서는 ‘그림자 보좌역’이라고 부른다.

산둥성 당서기 리정산도 마찬가지. 중국 총리 리커창의 후계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도요타 씨, 그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 보시오.”

리정산이 말하자 도요타는 헛기침을 했다.

둘 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하다.

도요타도 영어로 말했다.

“우리도 한랜드에 투자를 한 입장이어서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곧 한랜드에서 문제가 터질 것 같습니다.”

리정산은 머리만 끄덕였고 도요타가 말을 이었다.

“불씨는 한랜드 측에서 김아무개라는 사내를 내세워 사조직을 강화시켜주고

유흥시장을 장악하려고 했던 것이었지요.”

“…….”

“김아무개를 통해서 시장을 장악하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었던 것입니다.”

“도요타 씨, 말을 에둘러 하는 일본인의 습성은 잘 압니다.

자 우리, 호흡은 맞춘 상태니까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리정산이 정색하고 말했다.

열흘 동안 두 번이나 만나면서 양국 간 이해가 같다는 결론은 도달했던 것이다.

일본 측이 만나자는 제의를 했고 오늘 세 번째 만난다.

한랜드에서의 이해가 같다는 합의를 했으니 구체적인 계획을 일본이 내놓아야 할 차례다.

리정산은 슬슬 짜증이 났다.

이 게다짝이 우리 입에서 먼저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가? 그때 도요타가 말했다.

“이대로 가면 한랜드 유흥시장은 한랜드 정부의 하수인인 김아무개와 러시아 마피아가

장악하게 됩니다.”

리정산은 그만 좀 하라는 듯이 이맛살을 찌푸렸고 도요타의 말이 이어졌다.

“곧 폭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때야 리정산이 긴 숨을 뱉었다. 그러나 놀라는 표정이 아니다.

“먼저 북한인들이 불평등, 자본가들의 착취에 반발하는 폭동을 일으킬 것이고

한국계 조직들도 합세할 것입니다.

우리 일본세력도 뒤에서 응원하겠지요.”

“…….”

“여기에 중국 측 지원만 있으면 이번 혁명은 성공합니다.”

혁명이란 말이 생소했는지 퍼뜩 시선을 들었던 리정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목표는 어느 선에 두는 게 낫겠소?”

“러시아 국경부대가 진입할 상황까지면 됩니다.”

“러시아 측에서 거부하면?”

“그건 내부 상황에 달린 것입니다.”

도요타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랜드 자체에서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진입해야지요.”


“그렇군.”

리정산이 지그시 도요타를 보았다.

“구한말에 일본과 청국군이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이던 역사가 떠오르는군요.”

도요타는 눈만 껌벅였고 이번에는 리정산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장악하자 조선 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했지요?”

알고 있었지만 도요타는 대꾸하지 않았다.

1년 후에 러시아 대사관에서 돌아왔을 때 일본공사 미우라는 암살대를 보내 조선 왕후 민비를

살해하고 친일정권을 세웠다.

그 민족들이 존재하는 한 역사는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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