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36장 내란 [3]
(745) 36장 내란-5
“이런 병신 같은 놈.”
선더가 입술도 움직이지 않고 욕을 했다.
표정도 그대로여서 앞에 선 장린이 주위를 둘러볼 정도였다.
오전 10시 반, 펭귄촌 안의 저택 별채에서 선더가 어젯밤 상황을 보고받는 중이다.
선더가 지그시 장린을 보았다.
“그럼 석찬이 히로뽕 50그램을 갖고 튀었단 말이야?”
“예, 형님 난 튀고 나서 갔다니까요?”
장린이 어깨를 부풀리며 선더를 보았다.
체중이 120㎏인 장린은 이종격투기 무제한급 선수 출신이다.
서열이 선더보다 낮지만 한랜드 책임자 우장의 경호원이라 호락호락하지 않다.
“큰일 났군.”
다시 목구멍에서 말한 선더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장린에게 말했다.
“내가 보고하지.”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장린이 살찐 얼굴을 펴고 웃었다.
어젯밤 장린은 중급 간부 석찬이 마약 거래를 한다는 밀고를 받고
근무처에 갔다가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석찬과 함께 다녔던 부하를 잡아서 내막을 알기는 했다.
석찬은 공금을 15만 달러나 횡령했으니 여러 번 거래했을 것이었다.
안채로 들어간 선더가 부회장 왕춘과 우장에게 보고했다.
“잡아서 죽여라.”
말이 끝나자마자 우장이 말했다.
두 번 다시 듣고 싶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그때 상석에 앉아있던 왕춘이 눈썹을 모으고 선더를 보았다.
“그 히로뽕을 한국놈한테서 샀다고 했느냐?”
“예, 부회장님.”
긴장한 선더가 입술을 움직였다.
석찬의 부하가 같이 갔던 것이다.
왕춘이 다시 물었다.
“북한놈이 아니라 한국놈이란 말이지?”
“그렇다고 합니다.”
“한국놈이 어디 있는 놈인지 안다더냐?”
“도망친 석찬이는 안다고 합니다.”
“그 부하놈은 잡아두도록.”
왕춘이 직접 명령했다.
“그, 석찬이란 놈도 찾아라. 죽이지 말고 데려와.”
누구 명이라고 토를 달겠는가.
선더가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물러 나왔다.
방에 둘이 남았을 때 왕춘이 우장을 보았다.
“일본놈들이 대량으로 들여왔다는 소문이 맞는 것 같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우장이 건성으로 대답했을 때 왕춘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것을 본 우장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대형, 왜 그러십니까?”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냐?”
“뭐가 말씀입니까?”
“너, 도둑놈이 소리치고 다니는 것 본 적이 있냐?”
“그거야…….”
자주 말도 안 되는 비유를 하는 통에 웃을 수도 찌푸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되는 터라
우장은 시선만 주었다. 그때 왕춘이 말을 이었다.
“이건, 그 꼴이야. 일본놈들이 마약을 몽땅 가져왔다는 소문도 그래.
난 이렇게 소문이 자자하게 나면서 마약이 들어온 꼴은 처음 보았다.”
“…….”
“마치 광고를 하는 것 같구먼그래. 특히 일본놈들이 말이다.
그놈들은 난징대학살 같은 사건도 입 싹 씻고 거짓말하는 놈들 아니냐?”
“…….”
“그런데 이건 웬일이야? 마약 들어왔다는 소문이 다 퍼졌어. 아마 오바마도 알 것 같다.”
우장이 벌린 입으로 숨만 들이켰다.
(746) 36장 내란-6
“한랜드 정부에서 한국인들을 잡아넣기 시작하는 것으로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제임스 모간이 회색 눈동자로 마틴을 보았다.
회색 테두리 안에 검은 점이 박혀 있다. 제임스가 말을 이었다.
“일본인들의 마약 뿌리는 수단은 교묘합니다.
전혀 윗선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싼 가격으로 많이 뿌린 터라 중간상이 수백 명, 소매상은 수천 명이 되었지요.”
“소문은 한국에까지 다 났던데.”
마틴의 혼잣소리를 들은 제임스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약은 이제 중간상 손에 다 들어갔고 일본인들은 손을 털었습니다.
다 뿌려지면 대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누구 작전인가?”
“마사무네, 아시지요?”
“그렇군.”
쓴웃음을 지은 마틴이 소파에 등을 붙였다.
오후 1시 반, 서울호텔의 방 안이다.
마틴은 한국 주재 CIA 감사관으로 한랜드 책임자 제임스를 만나려고 온 것이다.
입맛을 다신 마틴이 커피잔을 들고 식은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가미카제(神風) 작전이라고 했지?”
마틴이 묻자 제임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예, 일본놈들은 가미카제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얼마를 준 거야?”
“45㎏ 정도.”
“한랜드가 미처 돌아가겠군.”
커피잔을 내려놓은 마틴이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그렇다.
가미카제란 이름으로 자살 특공대를 조직했던 2차 세계대전 말의 작전과 모양새는 비슷하다.
비행기 앞에 폭탄 대신 마약을 넣고 덤벼든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교묘했다.
마약은 미국산이고 조종사 대부분이 한국인, 북한인, 중국인, 러시아인 순이다.
오직 비행기만 일본산이다. 마틴은 이 작전을 알고 있는 몇 명 중의 한 명이다.
정색한 마틴이 한랜드에서 가미카제 작전을 참관하고 있는 제임스를 보았다.
제임스는 상부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겠지만 즐기는 눈치다.
“제임스. 우리야 시킨 대로 하면 되겠지만 좀 물어보자.”
“뭡니까?”
“도대체 이 작전의 목적은 뭐야?”
“미·일 동맹국의 한랜드 파괴 작전이죠.”
“한국은 동맹국이 아닌가?”
“한랜드는 아닙니다.”
가볍게 일축한 제임스가 정색하자 잿빛 눈동자 속의 검은 점이 커졌다.
“한랜드의 기반이 굳어지고 남북한 연방과 연결되면 가장 먼저 제압당할 국가는 일본입니다.
일본 정부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요.
지금 이 작전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우리는 왜?”
“우리도 생각이 같기 때문이겠죠.”
공공연한 작전이다. 미국의 마약국 창고에 있던 마약을 가져와 일본이 가미카제 작전이란
이름으로 투하한다.
이제 중간상 역할을 했던 한국 조폭과 북한인들이 대거 소탕되고 주모자를 찾으려고
한랜드 정부와 일본 사이는 악화될 것이다.
양국 정부는 경쟁하듯이 극약처방을 내놓고 대립한다. 마틴의 얼굴에 다시 쓴웃음이 번졌다.
국가 간의 비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뻔히 알면서도 당하고 속고, 속아 넘어가는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닌가?
“더럽군.”
마틴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제임스가 들으라고 한 소리다.
그런데 제임스는 놀라지 않고 슬쩍 웃기만 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시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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