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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6장 내란 [1]

오늘의 쉼터 2015. 10. 28. 17:43

<373> 36장 내란 [1]

 

(741) 36장 내란-1

 

 

백진철은 얼음 속에 묻혔다.

깊은 얼음 구덩이 속, 백진철의 시신은 앞으로 100만 년이 지나도 그대로 보존될 것이다.

북쪽의 매장지에서 돌아오는 차 안이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조창복이 김광도에게 말했다.

“제가 전에 관리하던 마약 소매상들이 요즘 바쁜 것 같습니다.”

조창복은 얼굴 피부가 거칠고 입술도 두껍다.

눈두덩도 두꺼워서 눈이 덮인 것 같다.

앞쪽을 응시한 채 조창복이 말을 이었다.

“그중 하나를 만났더니 마약을 펭귄촌에서 받았다는 겁니다.”

 “…….”

 “점조직이라 윗선밖에는 모르는데 또 한 놈은 러시아촌에서 받았다는군요.”

 “…….”

 “내무부가 수사하고 있지만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백진철은 누가 죽인 것 같습니까?”

불쑥 김광도가 묻자 조창복이 그제야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연쇄 효과를 노린 것 같습니다.”

 “연쇄 효과라니요?”

 “한강회의 무력화, 한강기업의 붕괴, 그리고 이어서 한랜드의 혼란….”

 “…….”

 “지금 대량으로 마약을 들여온 조직이 그 주역일 것 같습니다.”

 “짐작이 가는 조직이 있습니까?”

 “현재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조직이 한국과 일본이죠.

현 상태에서 혼란이 일어나면 손해 볼 기업이 우리하고 중국, 러시아 조직입니다.”

 “…….”

 “이건 간단하게 생각해야 됩니다.

복잡하게 중간에서 엉켜 놓은 건 무시하고 맨 앞을 보면 간단해집니다.”

 “그럼 한국 조직이?”

김광도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남 신한국파가 말이오? 아니면 대전 유성파가?”

 “일본 야쿠자, 미국 마피아도 있지요. 그들도 진출해 있으니까요.”

어깨를 늘어뜨린 김광도가 긴 숨을 뱉었다.

“그렇다면 그놈들이 죽였단 말인가?”

김광도가 실크로드로 들어섰을 때는 오후 2시 반 무렵이다.

이 시간대가 김광도류의 ‘밤의 세상’ 인간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한가했지만

김광도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숙소로 들어서니 장현주가 다가와 방한복을 벗겼다.

“전에 마약을 공급해 주던 소매상, 지금 찾아볼 수 있어요?”

김광도가 묻자 뒤에 서 있던 장현주가 주춤 움직임을 멈췄다.

어깨를 늘어뜨린 김광도는 몸을 돌렸다.

장현주가 굳은 표정으로 김광도를 보았다.

“왜요?”

 “조 대좌는 이번 사건이 마약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북한산 마약은 지난번에 생산, 공급이 중단됐어요.”

장현주의 시선이 김광도의 가슴으로 내려갔다.

그때 김광도가 장현주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다른 곳에서 소매상들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합숙소 근처에 남아 있을 거예요.”

 “백진철 암살은 사건의 시작이라는 것이고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찾아볼게요.”

장현주가 두 손을 뻗어 김광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도와 드려야죠.”

 “백진철은 당신한테 나를 소개시켜 준 사람이기도 하니까.”

 “안됐어요.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는데.”

백진철이 그런 이야기까지 한 모양이다.

 

 

 

(742) 36장 내란-2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습니다.”

또렷한 한국어로 여자가 말했으므로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국말 잘 하는구먼.”

 “감사합니다.”

 “난 커피에다 보드카 한 잔을 섞어주지.”

 “예, 장관님.”

여자가 주문서에 적으면서 말했다.

풍만한 체격의 미녀다.

살이 쪘다기보다 볼륨이 크다.

젖가슴과 엉덩이가 컸고 허리는 잘룩하다.

테이블에 앉은 유병선과 안종관의 주문을 받아적은 여자가 몸을 돌렸다.

여자의 뒷모습을 보던 서동수가 머리를 들더니 시치미를 뗀 얼굴로 외면하고 있는 둘에게 말했다.

“고려인 같은데 체격이 크군.”

 “러시아에 이주한 지 150년이 지났으니까요. 러시아계 피가 조금 섞였을지도 모릅니다.”

안종관이 서동수의 가슴께에 시선을 준 채 대답했다.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들은 고생이 많았지요.”

유병선이 거들었다.

1937년, 스탈린은 연해주의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前) 일이다. 고

려인들이 일본군과 내통할지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무수한 인명이 살상되기도 했다.

서동수가 잠자코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밤 10시 반이다.

이곳은 고속도로 옆 휴게소, 지방에 다녀오던 서동수 일행이 휴게소 안 카페에 들러 잠깐 쉬는 중이다. 카페 안에는 손님으로 그들 일행 10여 명이 들어와 있어서 활기를 띤 분위기다.

30평쯤 규모에 종업원들은 모두 고려인 같다.

“가족이 경영하는 것 같구먼.”

서동수가 카페를 둘러보며 말했다.

“조금 전 여자 남편이 카운터에 있는 것 같고 주방에는 시부모가, 저쪽 종업원 아가씨는 시누이 같네.”

 “어떻게 아십니까?”

유병선이 묻자 서동수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여자는 좀 알지, 조금 전 여자는 제법 미인이 아닌가? 다른 종업원 아가씨는 카운터 남자 닮았어.”

 “과연.”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유병선이 숨을 들이켰다.

그때 서동수가 안종관에게 물었다.

“과연이라니? 과연 내가 여자에 대해서는 박사라는 뜻인가?”

 “아, 아닙니다.”

당황한 안종관이 손까지 저었는데 얼굴이 금방 붉어졌다.

유병선은 머리를 돌렸으므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여자가 마실 것을 들고 다가왔다.

각자의 앞에 잔을 내려놓으려고 허리를 굽히자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 윗부분이 드러났다.

그것을 본 서동수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고 둘은 또 외면했다.

“저기, 카운터의 남자가 남편인가?”

찻잔을 든 서동수가 묻자 여자가 허리를 폈다.

동그란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

“아닙니다, 장관님. 제 동생입니다.”

 “으음, 그럼 저 아가씨도 동생이구먼.”

 

“제 동생의 아내지요.”

 “그렇군.”

어깨를 부풀린 서동수가 힐끗 둘을 보았다.

둘은 제각기 외면하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아가씨 남편은 주방에 있나?”

 “주방에는 제 부모님이 계시지요. 제 남편은 없습니다. 이혼했거든요.”

 “그렇군.”

심호흡을 한 서동수가 보드카가 들어간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여자가 서동수 옆을 지나갔을 때 진한 향내가 맡아졌다.

향수 냄새가 아니다.

신 우유 냄새 같은 체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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