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35장 한랜드 [7]
{732) 35장 한랜드-13
다음 날 오후 7시 반,
서동수는 청와대 대통령 관저의 식당에서 대통령 한대성, 비서실장 양용식과 셋이 저녁 식사를 한다.
한대성은 시종 웃음 띤 얼굴로 대화를 이끌었고 양용식도 밝은 표정이다.
메뉴는 된장국에 겉절이 김치, 조기구이와 나물 두 가지인 간소한 차림이었지만 한대성은
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긴장한 서동수가 삼 분의 일쯤 밥을 남겼다.
식사를 마친 셋이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실 때다.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은 한대성이 서동수를 보았다.
“한랜드에 투자 이민이 증가하고 있지요?”
“예, 대통령님.”
커피잔을 내려놓은 서동수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양용식은 손에 쥔 커피잔을 내려다보고만 있다.
“한랜드가 연방자치국이 되면 한민족의 시베리아 진출이 완성되겠군요.”
한대성의 눈동자에 초점이 멀어진다.
서동수 뒤쪽을 보는 것 같다.
시베리아 진출에 이어서 유라시아다.
국경을 넘은 민족의 대이동이다.
반도에만 박혀 있던 한민족의 대륙진출, 민족의 영향력으로 국경을 덮는다.
그때 한대성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혔다.
“내 소문 들으셨지요?”
“예, 대통령님.”
양용식이 커피잔을 내려놓았고 한대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거, 사실입니다.”
“…….”
“언론도 알고 있어요.
국가를 위해서 보도 자제 요청을 받아들이고 있지요.
아마 외국 정보기관도 다 알고 있을 겁니다.”
“…….”
“며칠 전에는 김동일 위원장한테서 연락이 왔더군요.
괜찮으시냐고 묻던데 그 말을 듣고 목이 메었습니다.
한민족의 장래를 걱정하는 진심이 느껴져서요.”
“…….”
“연방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 기회주의자가 아닙니다.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조장을 한 점도 있어요.”
조금 놀란 서동수의 시선이 양용식에게 옮겨졌다.
양용식이 잠자코 머리만 끄덕여 보였고 한대성의 말이 이어졌다.
“곧 내 병세를 발표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수습을 해야겠지요.
나는 6개월 정도 살 수 있다는데 적어도 5개월 안에 사임, 후임 대통령선거,
연방대통령 후보 선정까지를 결정할 겁니다.”
말을 그친 한대성이 소파에 등을 붙였을 때 양용식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2년이 한민족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단추를 잘못 끼우면 하늘이 주신 기회가 날아가게 될 것입니다.”
다시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양용식이 말을 이었다.
“대통령께선 후임자로 서 장관을 바라고 계십니다. 연방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서동수가 숨을 들이켰다.
예상은 했어도 충격이다.
사양할 이유도 머릿속에 넣고 왔으므로 막 입을 열었을 때 양용식이 서두르듯 말했다.
“사양하실 것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에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한랜드도 붕괴됩니다.
고립된 땅이 될 겁니다.
요즘 어떤 상황인지 아십니까?
이제는 종북 세력 대신 신(新)민주 세력이 급속하게 결집하고 있습니다.
기반을 잃었던 반정부 세력이 북한의 신공산당 세력과 합세하여 한국 대통령,
연방 대통령까지 기획하고 있단 말입니다.”
문득 서동수의 머릿속에 김광도의 부인 장현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다. 70년간 뿌리를 박았던 조직이다.
그들에게도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33) 35장 한랜드-14
평양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이다.
오전 9시 반,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닿더니 멈춘 것처럼 떠 있을 때
서동수의 방 안으로 유병선과 안종관이 들어섰다.
둘은 서동수의 심복이라기보다 조언자 또는 동료의 역할을 한다.
외부 정보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모르는 부분은 즉시 전문가에게 연결시켜 줌으로써
서동수의 결단을 돕는 역할이다.
둘이 정색하고 앞쪽에 앉은 것은 어젯밤 한대성과의 회동 결과를 아직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은 어젯밤 제각기 맡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대통령이 사임 발표를 하고 조수만 씨를 후임 대통령 후보로 지원하기로 했어.”
둘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사양했지만 연방대통령 후보로 나갈 것을 받아들였어.
조 장관은 한국대통령 임기만 마치고 연방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치르는 역할을 할 거야.”
그리고 조수만은 연방 대통령 체제 하에서 한국 측 총리를 맡게 될 것이다.
“잘하셨습니다.”
안종관이 말하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긴장이 풀린 것 같다.
“실장님하고 혹시 제의를 거절하시지나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역시…….”
“아니, 내가 받아들일 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군.”
“책임이 큰일이니까요.”
유병선이 대신 대답했다.
“그래서 걱정은 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이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위원장 생각은 어떠실까?”
서동수가 묻자 둘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지금 그것 때문에 전용기가 평양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본래의 계획은 한대성이 한국 대통령 신분에서 연방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어
북한의 김동일과 선거를 치르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유병선이 대답했다.
“오히려 더 반가워하실 것 같은데요?
선거에 져도 결과를 기껍게 받아들이시지 않겠습니까?
두 분의 친분도 깊고…….”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정색한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위원장님 측근 입장에서 보면 상대가 장관님이어서 마음껏 선거전략을 쓰기가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측근들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서동수는 잠자코 머리만 끄덕였다.
한대성의 건강을 걱정해 줄 만큼 마음을 비우고 있는 김동일이다.
서동수는 문득 김동일이 연방대통령이 되어도 한반도와 한랜드의 발전에
큰 영향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평양 공항에는 외교부장 양만철이 마중 나와 있었는데 서동수와 함께 차에 오르고 나서 말했다.
“위원장 동지께서 오늘 저녁 7시에 초대소로 오시겠다고 합니다.”
상반신을 반듯이 세운 양만철이 말을 이었다.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금 원산에 계십니다. 그동안 장관께선 초대소에서 쉬시지요.”
“어느 초대소로 갑니까?”
서동수가 묻자 양만철의 주름진 눈꺼풀이 몰려졌다.
“예? 저기 제3초대소입니다만…….”
“지난번에 묵었던 곳인가요?”
그렇게 물었던 서동수는 그동안 묵었던 초대소가 여럿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동수가 양만철을 보았다.
“제 당번을 맡았던 하성숙이란 여성 동무가 있습니다.
평양 악극단에서 무용을 한다고 들었는데.”
“아, 예.”
크게 머리를 끄덕인 양만철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으므로 서동수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여자 이름은 잊어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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