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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35장 한랜드 [5]

오늘의 쉼터 2015. 10. 10. 09:49

<367> 35장 한랜드 [5]

 

{728) 35장 한랜드-9

 

 

“유성파가 러시아 마피아와 연합한 것 같습니다.”

안종관이 말하자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인천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이다.

오전 9시 반, 전용기는 하얗게 눈이 덮인 한랜드 상공을 지나고 있다.

“김광도에게 밀리다가 러시아의 보호를 받으려는 것입니다.”

“약육강식의 세상이야.”

서동수가 앞에 앉은 안종관과 유병선을 번갈아 봤다.

“곧 강남 신한국파가 대거 밀려올 테니 절박하겠지.”

“한랜드의 밤 세계도 세계 강국의 각축장이 되겠습니다.”

유병선이 거들었다.

“그곳에 김광도의 남북한 연합이 포함돼 있는 셈이군요.”

그러더니 유병선이 안종관에게 물었다.

“그럼 강남 신한국파는 어떻게 됩니까?”

“유성파는 재빠르게 러시아·중국 측에 가담했습니다. 보호를 받는 조건으로 가담했겠지요.”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강남 신한국파는 규모가 크지만 연합 세력과 비교하면 열세지요.”

그때 서동수가 말을 받았다.

“아직 김광도의 세력은 진정한 남북한 연합이 아냐.

남한 출신 김광도 휘하에 북한 용병단이 모여 있을 뿐이지.”

머리를 끄덕인 안종관이 말을 받는다.

“김광도의 한강회에 신한국파가 합세하면 남북한 연합이 되겠지요.”

“누가 연합체 보스가 되는 것이 낫겠습니까?”

다시 유병선이 묻자 안종관이 웃었다.

“마치 외우기 시험 연습하는 것 같군요.

당연히 김광도가 보스가 돼서 남북한 연합체의 열정을 불러일으켜야지요.”

“그리고 세탁도 하고.”

서동수가 마지막 결론을 내자 둘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카타리나가 들어섰다.

머리를 숙여 보인 카타리나가 옆쪽 의자에 앉아 서류를 폈다.

“장관님, 푸틴이 한랜드 자치국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합니다.”

약속이 돼 있는 사항이었지만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고 유병선과 안종관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연방에 포함되기는 해도 준독립국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서동수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셈이다.

카타리나가 말을 이었다.

“한랜드의 영향으로 사하공화국, 시베리아연방관구의 인구가 1년 반 동안에 600만 명이 늘어났고

경제성장이 2.3% 증가했습니다.

 1인당 소득이 2년 전 기준으로 53% 상승했습니다.”

서류를 덮은 카타리나의 눈동자가 반짝였고 얼굴은 상기됐다.

“한랜드가 푸틴 대통령의 업적에 들어갈 것입니다.”

유병선이 말하자 안종관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죠. 한국처럼 임기가 5년이었다면 이런 업적은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뜬금없는 비유처럼 들렸지만 다시 생각하자 일리 있는 말이었다.

푸틴은 2012년 6년 임기의 대통령이 됐지만 재선될 수 있다.

서동수가 카타리나에게 말했다.

“푸틴 대통령께 한랜드를 방문해 달라고 연락해. 언제든지 좋다고.”

“예, 장관님.”

서동수의 시선이 유병선에게 옮아갔다.

“한시티 북쪽 경관 좋은 곳에 푸틴 별장을 하나 세우도록. 내가 자금을 댈 테니까

건설회사는 경성건설로 하지.”

“예, 장관님.”

유병선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경성건설은 한수정의 회사다.

 

 

 

 

{729) 35장 한랜드-10

 

 

이태원의 요정 아성은 20여 년 전부터 서동수의 단골이었던 곳이다.

그러나 기약 없이 들르는 터라 올 때마다 새 파트너가 옆에 앉는다.

세월 따라 꽃이 지고 피는 것 같다.

주인도 바뀌었고 마담은 세 번째가 된다.

오늘 방에 마주 앉은 서동수와 고교 동창 강정만도 이제는 반백의 중년이다.

어렸을 때 아무리 친했다고 해도 성장하면서 생활환경이 달라지면 소원해지는 법이다.

제각기 바쁜 생활에 쫓기면서 환경이 다른 친구까지 챙기는 건 어렵다.

그런 면에서 강정만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만나온 친구에 속한다.

강정만은 이제 건설회사 사장이 되었다.

도급 순위 100위 안에 겨우 들었지만 제 회사인 것이다.

서동수가 신의주 장관이었을 때 회사 기반을 굳히더니

한랜드 장관이 되고 나서 공사를 여러 개 수주했다.

서동수한테 폐를 끼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하는 인간도 아니다.

적절하게 서동수와의 인연을 이용하고는 있다.

오후 8시 반, 아성의 방에서 서동수와 강정만이 마주 앉아 있다.

서울에 있던 강정만이 먼저 와서 서동수를 맞은 것이다.

자리에 앉은 서동수가 방 안을 둘러보며 감개가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여긴 10년이 지나도 분위기가 변함이 없구먼.”

“10년이 뭐냐? 20년이다.”

쓴웃음을 지은 강정만이 말을 이었다.

“네가 거쳐 간 파트너만 모아도 선거운동원은 충분할 거다.”

“갑자기 웬 선거운동원?”

“연방대통령 선거가 2년 남았어.”

그때 문이 열리더니 마담이 아가씨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강정만이 미리 손을 쓴 터라 둘 다 저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의 미인이다.

곧 술상이 들어오더니 방 안에 넷이 남았을 때 아가씨들이 제각기 인사를 했다.

서동수의 파트너는 김수정, 28세라고 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강정만을 보았다.

오늘 만남은 서동수가 강정만을 불러낸 것이다.

“요즘 한국은 어떠냐?”

“개판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강정만이 말했다.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강정만이 심호흡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청와대가 가만있으니까 연방대통령 후보가 현재 다섯 명이 나와 있어.

그리고 아마 올해 안에 다섯 명쯤 더 나올 거야.”

서동수는 한 모금 소주를 삼키고 잔을 내려놓았다.

작년에 신의주 장관으로 국무총리를 지낸 조수만이 임명되었다.

조수만은 68세로 덕망이 있는 인물이다.

지도자를 크게 나누면 개척형, 안정형으로 나뉘는데 서동수가 개척형이 될 것이고,

조수만은 안정형이다.

서동수는 조수만이 신의주 장관으로 적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신의주는 자신이 벌여놓은 사업을 수습, 안정,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거꾸로 신의주 개척 시에 조수만이 임명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야단났군.”

입맛을 다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나, 실은 대통령이 만나자고 해서 온 거다. 내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그렇다면…….”

숨을 들이켠 강정만의 시선이 아가씨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얘들 잠깐 내보낼까?”

“아니, 됐다. 그 이야기는 그만두자.”

서동수가 김수정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말했다.

한국 대통령 한대성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난 것은 반년쯤 되었다.

SNS에서 퍼진 소문이 근래에 번지면서 자천타천으로 연방대통령 후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개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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