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34장 남과 북의 꿈 [10]
{717) 34장 남과 북의 꿈-19
“한랜드에서 한국이 다시 태어나야 됩니다.”
술은 50도짜리 백주다.
술병이 3개 비워졌을 때 정한성이 정색하고 말했다.
취한 것 같지는 않다.
서동수와 유병선은 시선만 주었고 정한성이 말을 이었다.
“내년에 연방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남한에서는 난리가 났더군요.
이러다가는 북한 김동일 위원장이 어부지리로 연방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다 아는 말이었지만 서동수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인사는 없었다.
서동수와 김동일과의 인연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터라 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한성은 조선족이면서도 중국인이라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다시 열변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연방대통령이 되고 남북한이 각각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내각제로 운영이 된다지만,
연방정부하고 마찰이 일어나고 난리 법석이 될 것은 초등학생도 알 겁니다.”
“이거, 오늘 정 사장님 정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쓴웃음을 지은 유병선이 술잔을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다 잘될 겁니다,
정 사장님. 그러니까 정 사장님께선 한랜드에나 더 많은 투자를 해 주시지요.
한랜드 정부에서 적극 도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요…….”
어깨를 늘어뜨린 정한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바닥이 든든하지 못한 집은 곧 허물어진단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렇지요.”
정색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정 사장께선 사업 기초를 잘 닦으셨더군요.”
“제가 중국에선 좀 지저분하게 기업을 했지만 이곳에선 아닙니다.”
서동수가 시선만 주었고 정한성이 말을 이었다.
“장관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억만장자 기업자가 된 본색이 드러났다.
한랜드 장관 서동수가 방문한 이유를 아는 것이다.
한랜드 제일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때 서동수가 잔을 들어 한입에 술을 삼켰다.
마오가 재빨리 빈 잔에 술을 채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한랜드는 광대한 땅입니다.
이주민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테니까 남북한에서 옮겨와도 되지요.”
유병선이 거들었다.
“한랜드를 새로운 고향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저도 그럴 작정으로 왔습니다.”
정한성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머리를 돌린 서동수가 마오를 보았다.
“마오, 몇 살이냐?”
“스물여섯입니다.”
마오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곳에는 언제 왔고?”
“두 달 되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해?”
“아래층 클럽에서 일합니다.”
“그렇군.”
이제 한랜드에서 미인을 보는 것이 흔해졌다.
거리의 여자 대부분이 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일반인 여자보다 유흥, 여행,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여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술잔을 든 서동수가 한랜드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꼭 하는 질문을 한다.
“네가 한랜드에 온 이유는?”
“돈 벌려고요.”
마오도 들을 때마다 감동을 주는 대답을 했다.
{718) 34장 남과 북의 꿈-20
한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소주를 네 병 비웠을 때 신지현이 말했다.
“오빠, 나 취했어.”
“술이 약해졌구나.”
“나, 자야겠어.”
오후 9시 반이다.
가게에다 오늘은 10시쯤에 들어가겠다고 했으니 지금 일어나기는 해야 한다.
“그래, 네 숙소로 가서 자.”
“오빠 숙소로 가면 안 돼?”
“안 돼.”
김광도는 이제 자신의 상황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갓길 휴게소가 아니다.
“나, 실은 여기서 결혼했어.”
신지현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혔고,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탈북해 온 여자야. 그 여자도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 같이 살아.”
“…….”
“서로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고 있어.”
“그럼 진작 말하지.”
신지현의 이맛살이 찌푸려져 있다.
본래 신경질이 많은 성격이다.
옆자리에 벗어놓은 방한복을 집으면서 신지현이 말을 이었다.
“미안해, 난 몰랐어. 정우 오빠가 혼자 산다고 해서.”
“내가 먼저 말해 주는 건데 미안한 건 나야.”
자리에서 일어난 김광도가 계산을 하고 나서 입구에 선 신지현에게 다가갔다.
“이것 받아.”
신지현의 시선이 김광도가 내민 손으로 옮아갔다.
손에는 지폐가 쥐어져 있다.
“1000달러야. 현금이 이것뿐이어서.”
잠깐 지폐를 내려다보던 신지현이 손을 내밀어 받았다.
“고마워, 받을게.”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해.”
그때 신지현의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오빠가 안주 나르고 팁으로 받은 돈 아냐?”
“뭐, 그런 돈도 있고…….”
“돈 벌어서 갚을게.”
“택시 태워줄게.”
밖으로 나온 김광도가 신지현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나서 실크로드로 돌아왔을 때는
10시가 조금 넘었다.
손님이 많았으므로 바쁘게 옆을 지나던 장현주가 건성으로 인사를 했다.
“늦으셨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장현주한테는 친구 만난다고 한 것이다.
그 순간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 김광도가 다가가 말했다.
“사무실로 와요.”
그러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컨테이너 하나를 더 붙여서 가게 맨 끝쪽이다.
대지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컨테이너만 놓으면 건평이 늘어난다.
실크로드는 이제 40피트 컨테이너를 6개씩 두 줄로 놓아서 면적이 3배로 넓어졌다.
사무실에서 기다린 지 10분쯤 되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장현주가 들어섰다.
긴장한 듯 얼굴이 굳어 있다.
소파에 앉아있던 김광도가 눈으로 문을 가리키며 일어섰다.
“문을 잠그세요.”
몸을 돌린 장현주가 문을 잠갔을 때 다가간 김광도가 뒤에서 껴안았다.
깜짝 놀란 장현주가 몸을 돌렸는데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그때 김광도가 장현주의 입술에 입을 붙였다.
놀라 입을 벌리고 있던 장현주가 입을 다물었다가 곧 벌렸다.
숨이 가빴기 때문이다.
김광도가 입술을 빨자 마침내 장현주가 팔을 들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이제 둘의 몸이 빈틈없이 붙었고 가쁜 숨소리만 울렸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후아나 마틴(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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