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358> 34장 남과 북의 꿈 [7]

오늘의 쉼터 2015. 9. 12. 16:04

<358> 34장 남과 북의 꿈 [7]

 

 

{711) 34장 남과 북의 꿈-13

 

 

숙소는 20피트 컨테이너를 넓게 붙여 놓은 것으로 앞쪽에 거실, 주방을 만들었고

뒤쪽은 침실, 화장실이다.

거실로 들어선 김광도가 장현주에게 말했다.

“옷 갈아입고 한잔합시다.”

“그래요.”

장현주가 선선히 동의했다.

오전 4시 반이다.

김광도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더니

탁자 위에 술상을 차려놓은 장현주가 침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나도 씻고 올 테니까 먼저 마시고 계세요.”

술안주는 가게에서 가져온 마른안주와 통조림, 장현주가 만든 오믈렛 등이다.

술은 보드카, 김광도가 만족한 얼굴로 잔에 보드카를 따르면서

문득 이것이 결혼해서 사는 재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살다가 애 낳고, 키우고, 늙는 것인가?

보드카를 네 잔째 마셨을 때 장현주가 나왔다.

장현주는 헐렁한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얼굴이 조금 굳어져 있다.

당연한 일이다.

오늘 밤이 첫날밤이 될지도 모르니까.

 김광도가 앞에 앉은 장현주의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며칠 전에 말해준 3번 방의 마약 도매상이 체포되었어요.”

장현주가 시선만 주었고 김광도는 말을 이었다.

“그놈한테서 마약 3㎏이 발견되었다는군.

그놈은 지금 내무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데 증거자료와 함께 한국 정부로 인계될 거요.”

“잘되었네요.”

술잔을 든 장현주가 머리를 끄덕였다.

굳어진 표정이다.

김광도는 한 모금 보드카를 삼켰다.

그리고 내일은 장현주의 마약 도매상인 개성식당 주방장 조금옥이 체포될 것이었다.

내무부 직원 박기우가 알려준 것이다.

또 있다.

내무부는 장현주의 오른팔, 왼팔 역할을 하는 사상교육담당 강영만과 조직담당 천영신까지

체포할 예정이다. 한

랜드 장관 서동수는 한랜드에 공산당 조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한입에 술을 삼킨 김광도는 모른 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장현주의 정체를 파헤친 것이 자신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로스토프, 백진철이 장현주를 의심했다가 본색을 밝혀낸 셈이니까.

김광도가 불쑥 물었다.

“현주 씨는 꿈이 뭡니까?”

“꿈요?”

되물었던 장현주가 금방 대답했다.

“평등한 세상, 착취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함께 사는 거죠.”

“현주 씨는 나보다 공부를 많이 해서 과연 생각하는 것이 다르군.”

장현주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난 대학 졸업하고 시간당 5000원짜리 알바에서 실적대로 먹는 배달일까지 했지만

누구한테 착취당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얼른 성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

“얼른 나 같은 놈들을 고용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그러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했지.”

김광도가 얼굴을 펴고 소리 없이 웃었다.

“그래서 지금 종업원들을 착취하는 입장이 된 것 같은데, 현주 씨 입장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가요?”

“글쎄요, 저는…….”

“내 꿈은 한랜드 장관 서동수처럼 되는 것이지요.”

눈을 가늘게 뜬 김광도가 장현주를 보았다.

“기업가로 성공해서 자기 전 재산을 조국과 민족에 재투자를 하는 사람.”

“…….”

“한랜드가 나에게도 꿈을 이룰 장소요.”

김광도가 길게 숨을 뱉었다.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712) 34장 남과 북의 꿈-14

 

 

따로 잤다.

몇 번 양보한 후에 침실은 장현주가 썼고 김광도는 소파에서 잤다.

김광도가 깨었을 때는 오후 1시, 머리맡에 둔 휴대폰이 울렸기 때문이다.

7시간쯤 숙면을 한 터라 몸은 가뿐했지만 숙취에 머리는 조금 띵한 상태,

휴대폰을 귀에 붙였더니 백진철의 목소리가 울렸다.

“형님, 조금 전에 개성식당 조금옥이 마약 도매상 혐의로 체포되었고

강영만과 천영신은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김광도의 시선이 침실 쪽을 스치고 지나갔다.

침실 문은 닫혀 있고 안의 기척은 들리지 않는다.

“형님, 별일 없으시죠?”

백진철이 문득 장현주와 함께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목소리를 낮췄다.

“응, 별일 없어.”

“언제 모시러 갈까요?”

“바로 와.”

휴대폰을 귀에서 뗀 김광도가 문득 침실에서 장현주가 같은 보고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보고자는 다를 것이다.

김광도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고 있을 때 침실 문이 열리더니 장현주가 나왔다.

장현주는 바지에 스웨터 차림으로 얼굴도 말끔했다.

씻고 옷까지 갈아입은 상태다.

“일어나셨네요.”

장현주가 가라앉은 표정으로 말했다.

“씻으세요. 해장국 끓여 드릴게요.”

“아니, 곧 백 부장이 온다고 했어요.”

백진철은 실크로드의 관리부장 직책으로 불린다.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준비 안 해도 돼요. 씻고 바로 나갈 테니까.”

오전 5시 반까지 술을 마시다가 잔 것이다.

그런데 김광도는 장현주에 대해서 전혀 성적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술기운이 번졌어도 그렇다.

마치 마네킹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적의는 물론 호의도 없다.

씻고 나왔을 때 마침 벨이 울렸다.

문 근처에 있던 장현주가 문을 열었더니 백진철이 떠들썩하게 인사를 했다.


“아이고, 형수님. 제가 너무 일찍 온 것이 아닙니까?”

“어서 오세요. 아녜요. 일찍 일어났어요.”

김광도를 본 백진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어색한 것 같다.

“자, 나가자.”

옷을 다 입은 터라 김광도는 앉지도 않은 백진철을 데리고 숙소를 나왔다.

다시 떠들썩하게 장현주에게 인사를 한 백진철이 차로 다가가면서 김광도의 눈치를 보았다.

“형수님도 조금옥, 강영만이가 잡힌 걸 아십니까?”

“나한테 말하겠어?”

차에 탔을 때 백진철이 힐끗 앞쪽 운전사에게 시선을 주고 나서 목소리를 낮췄다.

“강영만, 천영신을 심문하고 나서 장현주, 아니 형수를 체포할지도 모릅니다.”

“…….”

“조금 전에 내무부 박기우 씨가 와서 그런 말을 하고 갔습니다.”

백진철이 정색하고 김광도를 보았다.

“형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가 연락할 거다.”

김광도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고 나서 말을 이었다.

“놔두라고 해야지.”

“형님, 하지만 장현주가 총책입니다. 머리라고요.”

“글쎄,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색하고 김광도가 백진철을 보았다.

“장현주 배 속에 내 아이가 들었다고 할 거다. 어젯밤에 내 아이가 들어갔어.”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0> 34장 남과 북의 꿈 [9]  (0) 2015.09.19
<359> 34장 남과 북의 꿈 [8]  (0) 2015.09.16
<357> 34장 남과 북의 꿈 [6]  (0) 2015.09.10
<356> 34장 남과 북의 꿈 [5]  (0) 2015.09.07
<355> 34장 남과 북의 꿈 [4]  (0) 201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