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 34장 남과 북의 꿈 [8]
{713) 34장 남과 북의 꿈-15
“마약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같습니다.”
고문 유충섭이 말하자 박기호는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오후 5시 반, 한시티의 부산호텔 방 안이다.
방 안에는 유충섭과 전무 고복진까지 셋이 모여 있었는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틀 전에 간부 중 하나인 양현수가 마약 반입과 판매 혐의로 한국정부에 인계되었기 때문이다.
양현수는 마약관리법이 강력한 한국정부로부터 중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었다.
유충섭이 말을 이었다.
“양현수가 우리 조직원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데도 우리는 놔두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박기호가 헛기침을 했다.
한랜드 투자자금 일부를 마약판매 대금으로 충당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한국에서 현금을 가져와야만 한다.
“서동수가 러시아 마피아한테는 마약을 봐준다는 소문이 있던데, 안 그러냐?”
박기호가 고복진에게 물었다.
“그건 헛소문입니다.
어제도 북한의 마약 도매상이 잡혀서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안 잡히면 되는 거야.”
어깨를 부풀리면서 박기호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잡힌다고 마약 소비가 뚝 끊기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공급하는 놈들이 있어. 그놈들이 수지맞는 거다.”
그러나 당분간은 마약에 손을 대지 못할 입장인 것이다.
분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때 유충섭이 화제를 바꿨다.
“최 회장이 곧 B지구에 사업장을 개업한다고 합니다. 사업장 허가 5개를 받았다는데요.”
“다 오라고 해.”
쓴웃음을 지은 박기호가 소파에 등을 붙였다.
최 회장이란 서울 강남에 기반을 둔 최영식을 말한다.
압구정파로 불렸다가 지금은 대영산업 회장 직책으로 기업가로 변신했다.
“경쟁자가 있어야 사업이 발전하는 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박기호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최영식은 아마 박기호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을 것이었다.
사업 규모나 연륜, 로비력에 이르기까지 최영식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최영식이 본격적으로 한랜드에 진출했으니 긴장이 안 될 리가 없다.
그때 고복진이 말했다.
“회장님, C지구에 삼합회가 진출해 있습니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줄로만 알았더니 삼합회 사업장인 것이 요즘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그저 눈만 껌벅이는 박기호를 향해 고복진이 말을 이었다.
“삼합회가 조선족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조선족 삼합회라고 합니다.”
“무슨 말이야?”
박기호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말이 그 말 아니냐?”
“다릅니다.”
호흡을 고른 고복진이 말을 이었다.
“조선족으로 한국말만 할 뿐이지 중국인이란 말씀입니다.”
“더 알아듣기 쉽게 말 해봐.”
“C지구에 나온 조선족 삼합회 놈들은 중국인으로 한국과는 남남이란 말씀이죠.”
“나하고 최영식이도 그렇다.”
박기호가 결론을 냈다.
“사업하는 데 형제도 필요 없다.
한국 놈끼리는 말할 것도 없고, 조선족 삼합회 족보를 따지는 건 미친놈이다.”
둘은 듣기만 했지 말은 더 잇지 않는다.
삭막한 분위기가 전염된 것 같다.
그러나 맞는 말이다.
삼합회는 한국인의 땅 한랜드에 조선족 회원을 앞세워 진출했다.
그렇다면 야쿠자는 재일교포인가?
셋의 머리에 똑같이 떠오른 생각이다.
{714) 34장 남과 북의 꿈-16
커피숍으로 들어선 김광도가 안쪽 자리에 앉아 있는 신지현을 보았다.
신지현도 김광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흰색 파카를 입고 긴 머리를 뒤로 묶었는데 갸름한 얼굴이 돋보인다.
주위의 시선이 신지현에게 모였다.
오후 3시, 가게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온 것이다.
“여기서 만나다니.”
다가선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신지현이 손을 잡으면서 따라 웃었다.
“오랜만이야, 오빠.”
신지현은 김광도의 대학 2년 후배로 28세, 4년 전에 1년쯤 사귀고 나서 헤어진 여자다.
당시는 신지현이 증권회사에 다녔고 김광도는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했던 때였다.
김광도는 신지현과 헤어지고 나서 신의주로 떠난 셈이다.
그리고 신의주에서 다시 이곳 한랜드로 왔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시킨 뒤 김광도가 물었다.
“여기서 직장 잡으려고 왔다고?”
“응.”
“어디 연락해 놓은 데 있어?”
“아직.”
“그냥 온 거야?”
“응.”
“누구 아는 사람 있어?”
“오빠 있잖아?”
하고 신지현이 웃었으므로 김광도가 입맛을 다셨다.
한 시간쯤 전에 전화가 왔을 때 김광도는 목소리도 잊어버려서 누구냐고 물었다.
신지현과 헤어진 이유는 김광도의 앞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지현이 대놓고 말한 적도 있다.
“오빠는 장래성이 없어. 비전이 보이지 않아.”
당시에 김광도는 주차요원, 퀵서비스, 대리운전, 편의점 알바 등을 닥치는 대로 뛰는 중이었다.
입사지원서를 200통도 더 썼고 면접은 37번까지 봤다.
서류 합격은 65회, 속아서 피라미드 조직에 들어간 적도 있으며 입사하면서 사기로 350만 원을
날린 적도 있다.
그것을 모두 숨기고 있다가 대리운전이 발각되면서 터졌다.
비록 헤어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 삼킨 김광도가 신지현을 봤다.
“정우한테서 내 이야기 들었다고?”
“응, 여기서 오빠를 만났다고 해서.”
그때는 김광도가 막 실크로드를 설립하려던 참이었다.
신지현이 정색하고 김광도를 봤다.
“여기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정우 선배가 말렸다면서?”
“그랬지.”
이정우는 김광도와 대학 동기로 한랜드에 취업차 왔다가 추위에 질색하고 돌아갔다.
김광도보다 절박한 상태가 아닌 것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너 진짜 나 보려고 온 거야?”
김광도가 확인하듯 물었더니 신지현이 풀썩 웃었다.
“내 소식 못 들었어?”
“그래.”
“정우 오빠도 이야기 안 해?”
“안 했어.”
안 했다기보다 묻지도 않았다.
대학 동기나 후배 대부분이 김광도가 신지현에게 차인 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정우도 신지현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니 이놈은 돌아가서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신지현이 말을 이었다.
“나, 결혼했어.”
“잘했구나. 그럼 남편하고 같이 온 거냐?”
“결혼했다가 1년 만에 이혼했지. 이혼한 지 1년 됐어.”
“…….”
“여긴 네이션 은행에 취업이 돼서 온 거야. 조건이 아주 좋아서 말이야.”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1> 34장 남과 북의 꿈 [10] (0) | 2015.09.19 |
---|---|
<360> 34장 남과 북의 꿈 [9] (0) | 2015.09.19 |
<358> 34장 남과 북의 꿈 [7] (0) | 2015.09.12 |
<357> 34장 남과 북의 꿈 [6] (0) | 2015.09.10 |
<356> 34장 남과 북의 꿈 [5] (0) | 2015.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