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34장 남과 북의 꿈 [6]
{709) 34장 남과 북의 꿈-11
“그렇군요. 근처에서 큰 공사를 여러 개 하고 있던 것이 그것인가?”
김광도의 말을 들은 백진철이 말했다.
방에서 나온 김광도가 다가온 장현주와 백진철에게 이야기를 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손님 빼앗기겠는데.”
그때 장현주가 다가섰다. 이곳은 대기실이다.
아가씨들은 모두 방으로 들어갔고 셋이 모여 있다.
“저기, 3번 방에 들어간 손님 중에서 검정 목도리를 한 손님이 마약 도매상입니다.”
놀란 김광도와 백진철이 입을 다물었다.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내가 며칠 전 합숙소에 갔었는데 그 사람이 와 있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을 보고 우리 동무 하나가 말해주었습니다.”
“마약 도매상이라고요?”
백진철이 먼저 묻더니 숨을 골랐다.
장현주 방에 들렀던 도매상을 죽인 백진철이다.
도매상 소리에 놀랄 만하다.
장현주가 대답했다.
“네, 미얀마에서 직접 가져와 이곳에 쏟아붓는다고 했습니다.”
“누가 그래요?”
다시 백진철이 물었을 때 김광도가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하고 말했다.
“너, 나가서 로스토프한테 러시아 아가씨들을 3, 4번 방으로 보내라고 해.”
백진철이 시선을 들었다가 곧 대답을 하고 방을 나갔다.
로스토프가 러시아 아가씨들을 데려온 것이다.
방에 둘이 남았을 때 김광도가 물었다.
“3, 4번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한국조폭들이오. 알고 있었어요?”
“몰랐어요.”
“4번 방에 있는 한 놈은 나하고 동업하자고 협박을 했던 놈이지. 백진철이 덤벼들어서 물러났지만.”
“…….”
“충분히 그럴 만한 놈들이오. 내가 내무부에 신고를 하지.”
김광도가 정색하고 장현주를 보았다.
“내무부에서 당신을 증인으로 불러도 괜찮을까?”
“아뇨, 싫어요. 안 돼요.”
질색을 한 장현주가 한 걸음 물러서기까지 했으므로 김광도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내무부에서는 웃을 것이다.
김광도가 장현주를 보았다.
“저기, 당신이 지금도 밀입북한 동포들을 돕는 것 같은데, 내가 돈을 좀 지원해줘도 될까?”
놀란 듯 장현주가 시선만 주었고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당신 말대로 서류상이지만 부부 사인데, 그리고 가불을 해준 것으로 쳐도 될 것이고.”
“…….”
“내가 유산으로 받은 서울의 부동산을 처분해서 지금 여유가 있거든.”
유산은커녕 우산 한 개 받을 것이 없는 김광도다.
그때 장현주가 말했다.
“그래요. 가불 좀 해주세요.”
“얼마나?”
“1만 달러쯤 해도 될까요?”
“2만 달러 내지.”
장현주가 숨을 들이켜더니 물끄러미 김광도를 보았다.
그러더니 억양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겠어요?”
“아, 부부 사인데.”
장현주가 시선을 내렸다.
“고맙습니다.”
“자, 그럼 일하러 갑시다.”
김광도가 몸을 돌려 대기실 문을 열자 소음이 와락 덮쳤다.
장현주는 이곳 대기실로 와서 사흘을 함께 자더니 나흘째에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그래서 아직 둘은 총각 처녀 관계나 같다.
{710) 34장 남과 북의 꿈-12
“김동일 위원장에게 반발한 세력은 신의주로 망명했지요.”
안종관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이제 남북한 연방이 되어서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로 병합되기 전에 공산주의 세력이
한랜드로 빠져나오려는 것입니다.”
“그것참.”
서동수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내가 북한 땅의 저항 세력에게 계속해서 도피처를 만들어 주는 셈이군.”
“결국 한랜드가 남북한 갈등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것입니다.”
안종관은 오늘 취한 것 같다.
얼굴도 상기되었고 목소리도 크다.
오후 11시, 서동수와 안종관이 저택 2층에서 술을 마시는 중이다.
안종관이 늦게 보고를 하려고 왔다가 술을 마시게 된 것이다.
가끔 서동수는 각 부장들하고 이렇게 술을 마신다.
안종관이 서동수를 보았다.
“저는 김광도와 장현주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둘이 남북한의 전형적인 모델이거든요.”
“그렇군.”
서동수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둘이 아직 합방을 안 했다면서?”
“그렇습니다, 장관님.”
대답했던 안종관이 어색했는지 덧붙였다.
“일부러 알아본 건 아닙니다. 장현주 조사를 하다 보니까 알게 되었습니다.”
“김광도가 나보다 나은 놈이야.”
정색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못해.”
“김광도는 남한의 자존심입니다.”
“나는 똥칠을 했어.”
“아니 장관님께서는…….”
당황한 안종관이 술이 깨었는지 손목시계와 벽시계를 번갈아 보다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장관님, 너무 늦었습니다.”
“아, 기분만 달아오르게 하고 가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머리를 숙여 보인 안종관이 몸을 돌렸고 서동수는 배웅하려고 이층 계단을 함께 내려갔다.
현관 밖까지 안종관을 배웅하고 돌아온 서동수의 얼굴에 문득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계단을 올라가면서 혼잣소리를 했다.
“그래, 너는 남한의 자존심이다.”
김광도를 떠올린 것이다.
그 시간에 김광도는 실크로드의 주방 옆 복도 끝에서 손바닥만 하게 닦아놓은 유리창을 통해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위쪽에 환풍기가 돌아가는 위치여서 김광도의 손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다.
담배는 끊었지만 가끔 하루에 한두 개비, 어떤 때는 일주일에 한 개비 피울 때도 있다.
창밖으로는 짙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다.
담배 연기를 길게 뿜은 김광도는 자신이 심란해진 이유를 끄집어내었다.
장현주 때문이다.
이런 기묘하고 이상한 인연은 처음이다.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대다.
다시 담배 연기를 뿜은 김광도는 문득 장현주와의 공통점을 하나 찾아내었다.
열심히 사는 것이다.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담배를 종이컵에 비벼 끄고 나서 몸을 돌렸다가 숨을 들이켰다.
앞에 장현주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장현주가 희미하게 웃었다.
“가끔 여기 오시데요.”
“왜, 무슨 일 있어요?”
“그냥 보이지 않아서 와 봤어요.”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비켜 지날 때 장현주가 물었다.
“오늘 밤 여기서 자도 돼요?”
“왜?”
“같이 있게요.”
김광도가 머리를 저으면서 발을 떼었다.
“집으로 가서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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