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 34장 남과 북의 꿈 [4]
{705) 34장 남과 북의 꿈-7
“장현주가 조금옥이란 여자를 통해 마약을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오전 4시 반, ‘실크로드’의 숙소로 찾아온 내무부 직원 박기우가 말했다.
“조금옥은 ‘개성식당’ 주방장인데 장현주의 심복입니다.
평양에서부터 함께 한랜드에 왔고 마약 유통 전문가인 것 같습니다.”
“체포하실 겁니까?”
김광도가 묻자 박기우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 당분간 놔두라는 상부의 지시입니다.
그러니까 장현주한테도 내색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건 곤란한데요.”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박기우를 보았다.
“이미 백진철하고 부하 한 명도 알고 있어요.”
“어제 아침에 아무르 모텔 204호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지요.”
숨을 죽인 김광도를 향해 박기우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약 운반책이더군요.
방 안에 마약이 흩어져 있고 고종수라는 북한 국적의 사내는 심장에 칼이 찔려 죽었습니다.
죽기 전에 묶였던 흔적이 있었습니다.”
“…….”
“장현주와 관련이 있는 놈 같습니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박기우가 이제는 정색했다.
“피살되기 전에 두 사내가 이층으로 올라간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있어요.
방한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군요.”
“…….”
“사건은 미궁에 빠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백진철과 부하한테 입 다물고 있으라고 하시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 받으시지요.”
박기우가 김광도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를 받은 김광도가 적힌 숫자들을 보았다.
“외우고 계시는 게 나을 겁니다. 센트럴 은행의 계좌와 비밀번호니까요.”
김광도가 시선만 주었다.
어제 내무부장실에 불려갔을 때 장관 서동수로부터 지원 약속을 받았던 것이다.
박기우가 말을 이었다.
“1차로 200만 달러입니다. 그 돈으로 조직을 강화시키고 영업장을 늘리세요.”
자리에서 일어선 박기우가 방 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먼저 숙소부터 만드셔야겠습니다. 잠자리가 편해야 피로가 풀립니다.”
박기우가 나가자 김광도는 쪽지를 펴고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외우려고 했지만 무수한 잡념이 떠올랐다.
이제 자신이 망망대해로 떠밀려온 배처럼 느껴졌다.
파도가 높았고 바람이 세 돛이 잔뜩 부풀어 있다.
앞으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쪽지를 주머니에 넣은 김광도가 묻자 문이 열리고 장현주가 들어섰다.
“아니, 웬일?”
30분쯤 전에 장현주는 숙소로 돌아갔던 것이다.
조금 전에 박기우가 앉았던 의자에 앉으면서 장현주가 웃었다.
“웬일은요? 남편한테 오는 게 이상해요?”
“피곤할 텐데 가서 쉬어야지. 왜 돌아왔어요?”
“저, 오늘 여기서 자도 되죠?”
김광도가 먼저 장현주의 얼굴부터 보았다.
장현주의 시선이 떼어지지 않는다.
“불편할 텐데.”
“우리, 결혼한 지 한 달이 넘었어요.”
어깨를 늘어뜨린 김광도가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장현주가 몸을 파는 줄로만 알았다면 이 말에 후끈 달아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더 서늘해진다.
{706) 34장 남과 북의 꿈-8
“그럼 여기서 잡시다.”
이윽고 김광도가 말하고는 눈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먼저 자요. 난 조금 있다가 잘 테니까.”
장현주가 시선을 내렸다.
같이 침대에 들어가자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몸을 돌린 김광도가 방을 나왔을 때 홀에서 얼쩡거리던 백진철이 다가왔다.
불을 끈 홀은 어두웠지만 백진철의 윤곽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형님 갑자기 왜……?”
다가선 백진철이 낮게 묻자 김광도가 입맛부터 다셨다.
“같이 자려고 왔다는군.”
“형님이 의심하실까 봐서 그런 겁니다.”
“잔다고 하는데 가라고 할 수는 없지.”
“그렇지요.”
“그런데 넌 왜 오줌을 마신 얼굴이냐?”
“아닙니다. 제가 언제…….”
김광도가 백진철의 팔을 잡고 홀의 구석으로 데려갔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의자를 내려서 둘이 마주 보고 앉았을 때 김광도가 입을 열었다.
“네가 탈북 군인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아라. 우리도 조직을 갖추자는 말이다.”
긴장한 백진철이 몸을 굳혔고 김광도의 말이 이어졌다.
“난 업체를 늘릴 거다. 룸살롱, 직업소개소, 모텔까지 운영할 테니 조직원도 모두 채용할 수가 있어.”
“자금은요?”
백진철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을 때 김광도가 낮게 말했다.
“충분해.”
“알겠습니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백진철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김광도를 보았다.
“정예를 모으지요. 직장까지 보장이 되니까 얼마든지 모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랜드 정부가 직접 처리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거야. 쉽게 말하면 한랜드의 사조직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건 너만 알고 있도록.”
“물론입니다.”
백진철도 조금 전에 다녀간 박기우가 내무부 직원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지요.”
사기가 오른 백진철이 말을 이었다.
“우선 직업소개소부터 설립해서 병력을 모으겠습니다.
금방 몇 백 명이라도 모을 수가 있습니다.”
한랜드에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검은돈을 한랜드 정부에서 공개적으로 규제한다면
투자 열기가 순식간에 식는다.
따라서 한랜드는 김광도의 조직을 이용해 적절하게 규제 또는 제거하려는 것이다.
김광도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을 때 방 안의 불은 꺼져 있었다.
장현주는 이불을 둘러쓰고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숨소리가 고르다.
옷을 벗은 김광도는 소파에 누워 모포를 덮었다.
그때 장현주의 숨소리가 멈췄다.
“미안해요.”
장현주의 목소리는 자다가 깬 것 같지가 않다.
“미안하긴 뭐가?”
“갑자기 자자고 해서.”
“뭐, 당신 말도 맞지. 내가 먼저 그랬어야 했는데.”
“생각나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그럽시다.”
모포를 끌어당기면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서로 좋을 때 하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돈 내고 하는 것이나 같지.”
장현주는 대답하지 않았고 방 안에 잠깐 정적이 덮였다.
그래서 막 잠이 들려던 김광도가 장현주의 말을 듣는다.
“저는 언제든지 받아들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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