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352> 34장 남과 북의 꿈 [1]

오늘의 쉼터 2015. 8. 27. 16:16

<352> 34장 남과 북의 꿈 [1]

 

 

{699) 34장 남과 북의 꿈-1

 

 

 

“어제 학습 참가 인원은 252명이었습니다, 회장님.”

강영만이 말을 이었다.

“밤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했는데 출강률이 82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지난주보다 떨어졌네요.”

장현주가 출석자 명단을 보면서 말했다.

“회원은 24명이 증가했군요.”

“예, 회장님.”

강영만의 검게 탄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42세, 공산당원 사상교육 목적으로 파견된 이론가, 평양의 중학교 교사였다가 차출되었다.

“올해 안에 500명은 채울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노조 결성 준비를 해놓아야 됩니다.”

“그건 조직 담당 천 동무가 잘하고 있습니다.”

“아직 나설 때는 아니니까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인원 확보에 주력하시고.”

“예, 회장님.”

“여기 어제 도착한 공작금.”

장현주가 강영만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3000달러가 들었어요. 동무들 7명 생활비와 공작금으로
모자라겠지만

앞으로 회원이 제대로 확보되면 회비로 운영될 테니까 그때까지 견딥시다.”

“한랜드가 이제 공산당의 희망입니다.”

결연한 표정이 된 강영만이 장현주를 보았다.

“이제는 북조선도 남조선과 똑같이 부패했고 한랜드를 공산당의 낙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머리를 끄덕인 장현주가 숙소로 사용하는 20피트 컨테이너 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김광도의 숙소다.

그래서 벽에 김광도의 방한복이 걸려있고 문 옆에는 부츠도 놓여있다.

벽시계가 오전 4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손님이 오시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이만 합시다.”


장현주가 말하자 강영만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정중하게 목례를 하고 방을 나갔다.

장현주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영만이 나가고 5분쯤이 지났을 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문을 연 장현주는 방한복 차림으로 눈만 내놓고 서 있는 사내를 보았다.

장현주가 잠자코 비켜서자 사내가 찬 기운과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기다리셨겠네.”

“예, 5분쯤.”

짧게 말한 사내가 방한복 지퍼를 열더니 방수지로 싼 뭉치를 꺼내어 내밀었다.

“1㎏을 가져왔습니다.”

사내는 아직 방한복 모자를 눌러쓴 데다 마스크까지 벗지 않아서 눈만 드러났다.

장현주가 재빨리 뭉치를 받더니 제 가방에 넣고 나서 말했다.

“조형채 일당이 일망타진되고 나서 마약값이 폭등했어요.

1㎏이면 3㎏ 가격으로 팔 수 있어요.”

장현주의 두 눈이 반짝였고 목소리도 밝아졌다.

“수고했습니다.”

“그럼 저는 일주일쯤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사내가 앉지도 앉고 몸을 돌리더니 방을 나갔다.

사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장현주는 방문을 잠그고는 가방에 넣었던 뭉치를 꺼내 방수지를 젖혔다. 그러자 꼼꼼하게 포장된 작은 비닐 뭉치 더미가 눈앞에 펼쳐졌다.

1g짜리 비닐 뭉치가 1000개일 것이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물량이다.

이것을 판 돈을 공작금으로 써야 하는 것이다.

조금 전에 강영만에게 준 돈도 마약을 판 돈이다.

강영만에게 평양에서 온 공작금이라고 했지만 다 이곳에서 마약을 팔아 조달한 것이다.

 

 

 

 

{700) 34장 남과 북의 꿈-2

 

 

“두 놈이나? 그것도 한 시간 동안에?”

로스토프가 어깨를 부풀리며 바샤를 보았다.

바샤는 로스토프의 러시아인 조수다.

바샤가 장현주를 미행하고 돌아온 것이다.

오전 6시 반, 바샤가 지친 얼굴로 로스토프와 백진철을 번갈아 보았다.

실크로드의 홀 안이다.

깨끗하게 치워진 홀 안에는 그들 셋뿐으로 모두 자러 들어갔다.

김광도도 안쪽 룸에서 잔다.

“아유, 피곤해 죽겠네.”

추운 곳에서 떨었다가 따뜻한 곳으로 오면 온몸이 늘어지는 법이다.

하품을 한 바샤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나중에 들어간 놈을 미행했어요.

그 새끼, 숙소 건너편에서 기다리다가 앞에 들어간 놈이 나오고 나서 들어갔는데 금방 싸고 나오더군.”

“금방? 몇 분이나?”

로스토프가 어김없이 물었더니 바샤가 머리를 기울였다.

“10분 정도?”

“10분?”

로스토프가 혼자 떠들었다.

“젠장, 그 시간 갖고는 바지도 못 벗겠다.

그 새끼 외상값 갚으러 왔나?”

“잠깐.”

로스토프의 입을 막은 백진철이 바샤에게 물었다.

백진철의 러시아어는 수준급이다.

“그놈 미행했다고?”

“예, 그놈이 부산호텔 뒤쪽의 아무르 모텔 204호실로 들어갔소.”

“아무르 모텔 204호…….”

혼잣말로 복창한 백진철이 다시 물었다.

“얼굴 보았어?”

“그놈이 눈만 내놓았지만 동양인이야.”

“수고했다.”

로스토프가 바샤의 어깨를 넓은 손바닥으로 토닥이며 말했다.

“이 이야기 누구한테 하지 마, 바샤.” 


바샤가 돌아가자 로스토프가 눈썹을 모으고 백진철을 보았다.

“어떻게 할 거냐?”

“뭘?”

생각에 잠겨 있던 백진철이 눈동자의 초점을 모았다.

“뭐라니? 네 보스의 와이프가 저 지랄을 하도록 놔둘 거냐?”

“보스는 나더러 돈 갖고 가서 뛰라던데.”

“어?”

숨을 들이켠 로스토프가 눈을 치켜떴다.

“농담이지?”

“보스가 그랬어.”

“나한테도 그럴까?”

“미친놈.”

숨을 들이켠 백진철이 로스토프의 어깨를 툭 치고는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잠이나 자.”

잠시 후, 옆쪽 홀로 다가간 백진철이 종업원 사이에 끼어 자고 있는 안기춘을 깨워 밖으로 나왔다.

밖은 아직 어두웠고 영하 45도다.

자욱한 얼음 안개가 끼어 있어 5m 앞도 보이지 않았고 몸을 움직이면 대기 흐름에 따라

안개 덩이가 흔들렸다.

백진철과 안기춘은 안개를 헤치며 걷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아무르 모텔까지는 500m쯤 거리였지만 이런 추위에서는 5㎞를 걷는 것만큼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러나 추위에 익숙해진 둘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둘이 모텔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는 20분이 지난 후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프런트 앞은 일 나가려는 노동자들로 소란했다.

대부분이 러시아인이다.

둘은 그들 사이에 끼어 서서 잠시 몸을 녹였다.

“형님, 어떻게 하시려고?”

겨우 언 입이 풀린 안기춘이 묻자 백진철이 힐끗 계단 쪽을 보았다.

“그 자식 얼굴이나 확인하자.”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4> 34장 남과 북의 꿈 [3]  (0) 2015.09.02
<353> 34장 남과 북의 꿈 [2]  (0) 2015.08.30
<351> 33장 개척자 [10]  (0) 2015.08.27
<350> 33장 개척자 [9]  (0) 2015.08.27
<349> 33장 개척자 [8]  (0) 201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