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 33장 개척자 [9]
(695) 33장 개척자-17
컨테이너 2개를 붙여놓고 인력공급업체를 운영했던 조형채가 체포된 것은 그 다음 날 오전 10시경이다. 내무부 소속의 치안대가 조형채와 정기필 등 5명을 마약법, 밀입국법 등의 혐의로 체포했고
여러 곳에 분산시켜 숨겨둔 마약 100㎏을 압류했다.
체포 전에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치안대 본부에 구속되어 있습니다.”
노브스키의 보고를 받은 라진이 빙그레 웃었다.
아무르바의 사무실 안이다.
오후 2시 반,
라진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는 중이다.
“물류창고에 감춰둔 마약도 찾아냈습니다. 30㎏이나 되었습니다.”
“그놈들 이제 망했군.”
“일당 네 명을 수배 중인데 곧 잡힐 것 같습니다.”
“여기선 도망치지 못해. 나갈 방법이 몇 개뿐이거든.”
말을 뱉고 나서 라진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자신이 수배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노브스키가 테이블 앞으로 바짝 다가와 섰다.
“보스, 한국에서 사업가들이 왔습니다.”
“무슨 사업가 말이냐?”
“유통업, 금융업, 부동산업이라고 숙박 명부에 적혀 있더군요. 모두 30명쯤 됩니다.”
“잘 왔군. 많이 와야 돼. 물론 돈을 갖고.”
“그런데요, 보스.”
머리를 든 라진의 눈을 노브스키가 똑바로 보았다.
“그놈들 모두 조폭입니다.”
“…….”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놔둬.”
라진의 회색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투자를 하도록 만들어야 돼.”
“선발대가 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규제가 심하니까 이곳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거다.”
의자에 등을 붙인 라진이 말을 이었다.
“그런 놈들이 꼬인다는 건 결국 이곳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증거지.
그것을 안 투자자들이 피할 것 같으냐? 천만에, 노련한 투자자들은 조폭의 돈을 먹는다.”
그 시간에 부산호텔의 스위트룸에서 10여 명의 사내가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상석에 앉은 사내는 대전 유성파 회장 박기호, 좌우에는 고문 유충섭과 전무 고복진이 앉았다.
그 아래쪽 간부들의 말석을 차지한 사내가 바로 조상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북한 약장사들이 소탕되었구먼.”
박기호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아새끼들이 하는 짓거리가 꼭 우리들 70년대에 놀았던 꼴하고 같다니까.”
50대 초반의 박기호는 이제 운수업과 유통회사, 신용금고를 운영하는 경영인이다.
중소기업회 간부도 지냈고 자선사업도 계속하는 지방 유력자가 되어 있다.
그때 조상규가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아직 바닥 세력은 남아 있습니다. 원체 밀입국자가 많아서요.”
“너는 시발놈아, 입 닥쳐.”
박기호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지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숨을 들이켠 조상규가 입을 딱 다물었을 때 박기호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시발놈이 그것 하나 마무리를 못 하고 쫓겨나? 야, 이 새꺄, 넌 여기서 한 일이 뭐냐?
떡이나 치고 술집에서 이야기나 들으면서 경비 썼어?”
머리를 돌린 박기호가 유충섭에게 말했다.
“내가 있는 동안 사업체 만들어 놓도록 해. 금융회사하고 인력회사, 룸살롱 개업식은 보고 갈 테니까.”
이미 준비를 다 해놓고 온 것이다.
조상규는 정보원 역할이었을 뿐이다.
(696) 33장 개척자-18
혼인신고는 했지만 잠을 자지는 않았다. 장현주를 말하는 것이다.
실크로드를 개업한 지 열흘이 지났을 때 김광도는 가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식음료는 제대로 공급되었고 종업원도 제 몫을 했으며 이익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장사를 하다 보면 겉으로는 이익이 났지만 안으로 골병이 드는 경우가 많다.
뜯기는 돈이 많았을 때 가장 그렇다.
그런데 한랜드는 아직 그런 면에서 김광도와 장현주 사이처럼 깨끗했다.
오늘도 4시에 가게 문을 닫은 김광도가 먼저 장현주를 숙소로 보내고는 내부 정리를 했다.
“형님, 먼저 들어가시지요.”
바닥을 닦는 김광도에게 백진철이 다가와 말했다.
로스토프는 바를 정리하는 중이고 남 종업원 셋이 일을 거들고 있다.
대걸레를 쥔 채 허리를 편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왜? 네 형수 혼자 두지 말라고?”
“그것도 그렇지만 이 바닥에서는 소문이 빠릅니다, 형님.”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왜? 내가 발기불능이라고 소문이 났어?”
“형수가 숙소로 남자를 끌어들인다는 소문이 났어요.”
바짝 다가선 백진철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용삼이가 사흘 전에도 직접 보았답니다.
오전 5시에 어떤 놈이 숙소에 들어갔다가 6시에 나왔답니다.”
“…….”
“용삼이가 우연히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이상해서 그놈이 나가는 것까지 보고 뒤를 쫓아갔다는데요.”
“…….”
“밀입국자 합숙소로 들어갔는데 얼굴을 보면 알아볼 것 같다고 합니다.”
“그전에도 소문이 났어?”
“예, 그건 애들이 합숙소에서 들었다는 것이라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릅니다.”
“몸 파나?”
퍼뜩 눈을 치켜떴던 백진철이 입맛을 다셨다.
“에이, 형님도 참.”
“그럼 내가 방값을 받아야 될 것 아니냐? 내가 빌린 집이니까 말이다.”
“형님, 그것이…….”
“우린 서류만 그렇게 되어 있잖아? 서로 필요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그 여자 몸까지 내 것이라고 할 염치는 없는 거지. 안 그러냐?”
“하긴…….”
“장사 잘되나?”
“예?”
“너도 한번 돈 갖고 내 숙소 가봐라. 받아주는가.”
“에이, 형님도 참.”
이맛살을 찌푸린 백진철이 한걸음 물러서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은근히 화가 났는지 김광도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말입니다,
형님. 떡을 치려면 딴 데 가서 치든지 해야지. 왜 형님 숙소에서…….”
“얀마, 내가 안 가는데 뭐하러 딴 데로 가? 내 방이 얼마나 푸근하다고.”
“…….”
“침대 쿠션도 좋아.”
백진철이 몸은 돌렸으므로 김광도는 다시 걸레질을 시작했다.
“지기미.”
저절로 욕이 뱉어졌으므로 김광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 열심히 일을 한다.
로스토프는 유리잔을 닦다가 먼지가 있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보았고,
밀입국자 종업원들은 제각기 쓰레기를 버리고 의자를 쌓아 놓는다.
김광도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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