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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33장 개척자 [8]

오늘의 쉼터 2015. 8. 27. 15:39

<349> 33장 개척자 [8]

 

 

(693) 33장 개척자-15

 

 

 

‘실크로드’ 개업식은 오후 4시에 했다.

한국에서야 개업식에 ‘돈 세다가 주무시기를’ 등의 덕담인지, 악담인지 모를 글까지 적힌

화환이 즐비했겠지만 한랜드는 다르다.

사장 김광도가 입구에 걸린 테이프를 끊는 것으로 끝났다.

둘러선 여종업원들이 박수를 쳤고 기다리던 손님들이 들어갔다.

 40피트 컨테이너 6개를 3개씩 두 줄로 붙이고 안을 터서 만들었지만

작은 방이 6개에 홀과 바까지 갖춰진 룸살롱이다.

종업원 20명이 모두 한복 차림에 짙게 화장을 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바람

개업 손님 대부분이 러시아인이었다.

밖에서 개업식을 구경하다가 들어온 것이다.

박색은 면한 여종업원들이 한복으로 둔한 몸을 감추었지만 마담 장현주의 자태는 눈부셨다.

몸매가 날씬하면 한복도 더 멋있게 보이는 것 같다.

홀과 방에서 손님들이 부르는 바람에 장현주는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어서 오세요.”

문 쪽에서 종업원 아가씨들이 합창하듯 외치는 소리가 계속 울렸고 ‘실크로드’ 안은

손님으로 바글거렸다.

“오늘 매상 좀 오르겠다. 벌써 보드카가 27병이나 나갔어.”

바에서 일하던 로스토프가 감광도에게 신바람이 난 얼굴로 말했을 때다.

“어서 오세요.”

보통보다 좀 큰 인사 소리가 들렸으므로 김광도가 머리를 돌려 입구 쪽을 보았다.

그 순간 김광도가 숨을 들이켰다.

한랜드 장관 서동수가 들어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동수는 내무부장 안종관과 비서실장 유병선까지 대동했는데 뒤를 따르는 사내들은 경호원 같다.

“아이고.”

장관을 발견한 백진철이 놀라 뒤쪽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김광도가 심호흡을 했다.

놀랐지만 죄지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순간 기쁨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졌던 것이다.

서둘러 다가간 김광도가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을 했다.

“제가 이곳 사장 김광도입니다, 장관님.”

“어, 그래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지나다가 개업 간판을 보고 들른 거요.”

“잘 오셨습니다, 장관님.”

“방 남았소?”

서동수가 한쪽 눈을 조금 감으며 물었다.

“퇴근 시간도 되었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마시고 싶은데.”

“예, 장관님.”

펄쩍 뛰듯이 반긴 김광도가 앞장서서 빈방으로 안내했다.

방으로 들어가면 아가씨들을 앉혀야 하고 기본이 보드카 세 병에 안주 세 접시가 필수다.

방에 들어간 손님은 장관을 포함한 셋. 그때 상황을 알아차린 마담 장현주가 달려왔다.

방에 앉은 서동수가 들어선 장현주를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마담이 미인이시군. ‘실크로드’가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영광입니다. 마담 장현주라고 합니다.”

장현주가 머리가 땅에 닿을 것처럼 인사를 했다.


“마담, 여기 술 좋은 것으로. 안주도 알아서 가져오시고.”

주문도 서동수가 했다.

“그리고 아가씨들도 셋 데려오고, 팁을 받아야 될 테니까.”

“예, 영광입니다. 장관님.”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앞에 나란히 선 김광도와 장현주를 번갈아 보았다.

“자, 술 가져오면 두 분이 들어오세요. 내가 축하주를 한 잔씩 드릴 테니까.”

“예, 장관님.”

감동한 김광도의 목소리가 먹먹해졌다. 둘이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아무래도 남자가 벅차겠군.”

 

 

 

(694) 33장 개척자-16

 

 

 

“제 처입니다.”

술을 한 잔씩 마셨을 때 김광도가 옆에 앉은 장현주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엊그제 행정청에 신고를 했습니다.”

“어, 그래요?”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남자가 좀 처지는 것 같은데, 마담이 큰 결심을 하신 것 같군.”

“아닙니다, 저는…….”

얼굴이 빨개진 장현주가 한쪽 손으로 볼을 덮었을 때 유병선이 덕담을 했다.

“남자가 조금 떨어져야 부부간에 금실이 좋다고 합니다.”

“그건 처음 듣는 소린데, 여자가 똑똑하면 집안이 어떻게 된다는 말도 있어요.”

서동수가 말했고 안종관이 중재했다.

“양보하고 덮어준다는 말씀이지요.”

다 어폐가 있는 말이지만 당사자인 둘은 모른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장현주를 보았다.

각각 옆에 앉은 아줌마급 아가씨들은 몸만 굳히고 있다.

“내가 김 위원장님하고 각별한 사이인지는 알고 있지요?”

“네, 장관님.”

여전히 몸을 굳히고 있지만 장현주는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김 위원장님은 나를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그건 모르시지요?”

“네.”

특급 정보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세 아줌마를 통해 한랜드 전역으로 이 말이 퍼져나갈 것이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 김동일 위원장이시지.

난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분의 희생정신과 용기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술잔을 든 서동수가 긴 숨을 뱉었다.

“이렇게 북한에서 여러분들이 밀입국해 오셔도 김 위원장께서는 나한테 아무 말도 하시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의미겠소?”

서동수의 시선이 아줌마들을 훑고 지나갔다.

“오죽하면 탈북해 나갔을까 하고 생각하고 계시는 거요. 이유는 그것뿐이오.”

셋 중 왼쪽의 가장 나이 든 아줌마가 숨을 들이켜더니 머리를 숙여버렸다.

눈물이 쏟아진 것 같다. 장현주는 숙연해졌고 김광도는 조금 어리둥절해했다.

그때 안종관이 말했다.

“자, 이제 술 드시지요. 장관님.”

“어, 그래야지요.”

술잔을 든 서동수가 김광도를 보았다.

“어려운 일 있으면 여기 내무부장이나 나한테 연락을 해도 돼요.”

“그, 그렇게까지…….”

당황한 김광도가 상체를 세웠을 때 이번 중재는 유병선이 했다.

“장관께서는 실무를 다 맡겨 놓으셔서 실제로는 할 일이 별로 없으시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마시고 다니는 것이지.”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아줌마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장현주에게 말했다.


“자, 이제 아가씨들하고 놀게 두 분 나가 보시지요.”

장현주와 김광도가 서둘러 방을 나갔을 때 서동수가 파트너에게 물었다.

“숙소가 어디야?”

“아직 합숙소에 있는데 사장님이 곧 숙소를 만들어 주신다고 했습니다.”

파트너가 고분고분 대답했다.

“그렇군, 그럼 이차는 어떻게 나가나?”

“마담한테 허락을 받으면 됩니다.”

넓은 얼굴에 코와 입이 작고 피부에 크림을 너무 발라서 번들거렸지만 여자가 성실하게 대답했다.

나이가 40이 넘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셋 중에서 가장 나았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물었다.

“이차 값은?”

“다른 곳은 500달러라고 들었는데 여기는 250달러입니다, 장관님.”

다시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지갑을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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