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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33장 개척자 [7]

오늘의 쉼터 2015. 8. 27. 15:25

<348> 33장 개척자 [7]

 

 

(691) 33장 개척자-13

 

 

 

아무르 바 안쪽으로 통로를 따라 20m쯤 들어가면 끝에 사무실이 있다.

붉은색 양탄자가 깔린 통로여서 위압감이 느껴지고 실제로 그곳을 통행하는 인물은 극소수다.

바로 라진의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밤, 라진의 사무실에는 바의 사장 마르비와 은발에 검은 눈동자의 백인이 둘러앉아 있다.

“북한놈들이 서두르는군.”

라진이 쓴웃음을 짓고 말하더니 은발의 사내에게 물었다.

“판매책이 고려산업의 조형채란 말이지?”

“예, 보스.”

사내는 라진의 심복 노브스키다.

노브스키는 지금 한랜드의 마약 공급 실태를 보고하는 중이다.

노브스키가 말을 이었다.

“마약은 필로폰으로 북한 내부에서 제조된 것입니다.

조형채는 직접 북한에 들어가 필로폰을 받아오는데 평양에서는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라진이 보드카 잔을 쥐면서 웃었다.

“김동일이 서동수가 있는 한랜드에 마약을 넣을 리가 있나?”

노브스키가 머리를 끄덕였다.

“예, 보스. 그런데 그 필로폰이
러시아 지역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술잔에 입을 붙였던 라진이 내려놓았다.

“우리 지역에?”

“북한 측에서 필로폰을 받아 소매로 팔려던 두 놈을 어제 잡았습니다.”

“러시아인이냐?”

“예, 보스.”

“이런 개새끼들.”

쓴웃음을 지은 라진이 노브스키를 보았다.

“추궁했어?”

“예,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됩니다.

둘 다 열흘 남짓인데 필로폰이 너무 싸서 꽤 많이 팔았다고 합니다.

5만 달러 정도…….”

“…….”

“몇 놈이 소매업을 하는지는 모릅니다. 점조직으로 관리해서요.”

“…….”

“두 놈은 다 털어놓게 하고 오늘 새벽에 눈구덩이에다 묻었습니다.”

그때 마르비가 나섰다.

“보스, 고려산업 놈들을 잡지요. 조형채부터 잡아서 족치는 것입니다.”

라진이 시선을 주자 마르비의 목소리가 열기를 더했다.

“그리고 남아 있는 필로폰을 모두 압수하는 것이지요.

그놈들은 항의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라진이 머리를 돌려 노브스키를 보았다.

“카타리나한테 조형채와 북한 고위층과의 필로폰 거래를 서동수에게 전하라고 해.

내가 전하라는 말까지 말이야.”

“예, 보스.”

“네가 그놈들한테 들은 이야기도 다 말해 주도록.”

“알았습니다. 보스.”

라진이 이제는 마르비를 보았다. 정색한 얼굴이다.

“마르비, 넌 나에게 꼭 필요한 놈이다.”

“예, 보스.”

“네 말을 들으면 영감이 떠올라.”


“감사합니다. 보스.”

“네 의견과 반대 방향이 문제 해결의 답이 될 때가 많아.”

마르비가 숨을 들이켰을 때 라진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마약은 계속 들어온다.

이번에 북한놈들이 시범 케이스로 당하겠지만 중국놈, 그리고 우리까지 계속 들어올 테니까.”

그때 노브스키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마르비도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었다.

의자에 등을 붙인 라진이 다시 술잔을 들었다.

“이곳은 엄청난 시장이라 먼저 신용을 얻어야 돼.”

 

(692) 33장 개척자-14

 

 

 

“알고 있었습니다만, 아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동수의 말을 들은 행정청 내무부장 안종관이 말했다.

동성 기조실 사장을 겸하고 있는 안종관은 이제 한랜드의 치안과 행정을 맡고 있다.

“라진이 그 정보를 주다니 좀 놀랐습니다, 사장님.”

안종관은 서동수를 사장으로, 때로는 장관이나 청장으로도 부르는데

아직 한랜드의 체제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성이 임차한 한랜드는 이제 러시아연방의 일부로 한랜드 행정청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그리고 행정청의 수반은 한랜드 행정장관 서동수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라진이 신뢰를 쌓으려는 거야. 희생양으로 조형채를 내놓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안종관이 여전히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하지만 가만둘 수는 없습니다. 내일 고려산업을 수색하겠습니다.”

“난 따로 이 내용을 김동일 위원장에게 연락할 테니까, 북한 내부에서도 조사할 거요.”

조사가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숙청 작업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때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북한 밀입국자 숙소에 핵심 당원이 심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핵심 당원이라니?”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이 쓴웃음을 지었다.

“북한 당국에서 밀입국자로 위장시켜 파견한 공산당원입니다.”

“아니, 왜?”

“이곳에서 공산당의 정통성을 수립해 보려는 의도겠지요.”

“…….”

“북한은 이제 신의주의 자유지대 개방과 남북한연방제 합의로 어쩔 수 없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제, 한랜드에…….”

“그렇습니다. 장관님.”

안종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북한에는 아직도 순수한 공산주의 신봉자가 존재합니다.

그들의 새로운 땅 한랜드에 새로운 공산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그러면 김 위원장도…….”

“모르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크게 나무라실 것 같지 않습니다.”

서동수가 심호흡을 했다.

공산주의는 북한을 건립한 기본 이념이다.

그들이 한랜드를 현재 북한식 통치 체제가 아닌 새로운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열망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누구요?”

서동수가 묻자 안종관이 들고 있던 서류철에서 서류를 꺼내 서동수 앞에 놓았다.

“장현주라는 여자입니다.

김일성대를 졸업하고 선전선동부에 근무하다가 석 달 전에 밀입국자로 위장해서 잠입했습니다.”

서동수가 서류에 붙은 사진을 보았다.

 미인이다.

낡은 방한복을 입었지만 눈이 맑고 야무진 입술에 키도 크다.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북한 밀입국자 숙소에서 여자들을 모아 ‘희망회’라는 조직을 결성, 회원이 200명이 되었습니다.

매일 모여서 어려운 일도 상의하고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았습니다.

“…….”

“그런데 장현주가 어제 행정청에 결혼 신고를 했습니다.

상대는 한국인으로 김광도, 곧 ‘실크로드’라는 룸살롱을 개업할 청년입니다.”

다시 서류 속 사진을 본 서동수가 머리를 기울였다.

“아니, 이 친구 얼굴이 낯이 익은데? 어디서 보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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