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347> 33장 개척자 [6]

오늘의 쉼터 2015. 8. 12. 16:25

<347> 33장 개척자 [6]

 

 

(689) 33장 개척자-11

 

 

 

그날 저녁, 아직 개업을 하지 않은 룸살롱 ‘실크로드’의 컨테이너 방 안에서 김광도와 로스토프가

나란히 앉아 장현주가 데려온 북한 아가씨 면접을 보았다.

6시 반부터 시작된 면접은 8시 반이 되어서야 끝났는데 무려 30여 명이나 지원했기 때문이다.

모두 돌아간 후에 서류를 정리하면서 로스토프가 웃었다.

“미스 한랜드 심사를 한 것 같군.”

방 안에는 백진철과 장현주까지 넷이 남아 있었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로스토프가 데려온다던 러시아 미녀는 없던 일이 되었는데

소개업자가 다른 러시아 가게와 계약했기 때문이다.

최은영과도 그렇게 헤어진 터라 오늘 면접을 본 북한 아가씨 중에서 15명을 뽑아야 한다.

그때 장현주가 김광도에게 물었다.

“좀 수준이 낮지요?”

머리를 든 김광도가 장현주를 보았다.

“좀 그렇구먼요.”

“한국 아가씨하고는 비교가 안 되겠지요.”

넷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로스토프는 한국어가 서툴러서 눈만 껌벅였고 백진철은 서류만 고르고 있다.

과연 그렇다. 아가씨들은 평범했다.

아니, 아가씨라고 부르기 민망한 30대, 40대 여자도 있었다.

장현주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는 여자들이죠.”

백진철은 시선을 더 내렸고 김광도는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할 거예요. 그리고 가격은 절반으로 깎으셔도 돼요.”

김광도의 눈이 깜박였고 백진철은 머리를 들었다.

“합의했습니까?”

김광도가 묻자 장현주는 머리를 끄덕였다.

“네, 계약서에 그렇게 쓰셔도 됩니다.

러시아 가게 기준으로 50퍼센트 받겠습니다.”

“해볼 만하네요.”

마침내 김광도가 말했다.

로스토프의 외상 거래도 막혀있는 상황이라 자금이 부족했던 것이다.

“자, 그럼 15명, 아니, 20명만 골라봅시다.”

서류를 펴면서 김광도가 말했고 백진철은 로스토프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백진철의 러시아어는 김광도의 영어만큼은 된다.

“브라보!”

설명을 들은 로스토프가 김광도를 위해 그렇게 소리쳤다.

36명 중 20명을 고르게 되었으니 절반 이상이 합격이다.

그날 밤, 선별 작업을 마친 넷이 컨테이너 안에서 보드카와 소시지를 놓고 파티를 했다.

술잔이 서너 번씩 비었을 때 로스토프가 영어로 장현주에게 말했다.

“마담, 밀입국자 신분으로는 마담 노릇 하기가 불안한데, 관리들도 상대해야 하니까 말이야.”

김광도와 백진철의 시선이 옮아왔고 장현주는 웃음만 띠었다.

“내 생각인데 사장하고 결혼 신고를 하는 것이 어때?

그럼 신고와 동시에 한랜드 시민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까지는…….”

당황한 장현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술잔을 내려놓은 장현주가 로스토프를 보았다.

“신경 써줘서 고맙지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글쎄, ‘실크로드’를 위해서 그런다니까.”

이맛살을 찌푸린 로스토프가 장현주와 김광도 자리를 번갈아 보았다.

“누가 같이 잠자래? 서류만 그렇게 만들라는 것이지. 사장도 생각해봐.

그 여자한테 당한 것도 옆에 여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만.”

손을 펴서 말을 막은 김광도가 웃었다.

“말도 안 돼. 내가 여자가 없어서 그랬다니.”

그때 장현주가 헛기침을 했다.

 

 

690) 33장 개척자-12

 

 

 

“그렇게 하지요. 내일이라도 행정청에 신고하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장현주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럼 오늘 밤이 처녀로서 마지막 밤이 되겠군요.”

“훌륭해.”

로스토프가 술잔을 들면서 칭찬했다.

“‘실크로드’가 환하게 뚫린 것 같군. 당신은 우리한테 축복이야.”

김광도가 따라 웃으면서 한 모금에 보드카를 삼켰고 백진철은 다시 건배를 제의했다.

“제가 장현주 씨를 데려왔으니 중개인인 셈입니다.

중개인한테는 대가를 주는 것 아닙니까?”

한랜드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갖가지 사연을 품고 들어온 군상들을 안은 채 별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장현주를 김광도가 불렀다.

장현주가 다시 컨테이너로 들어서자 안에 있던 백진철이 자리를 피해주었다.

장현주가 눈으로 묻는 시늉을 했더니 김광도가 고무줄로 둥그렇게 묶은 지폐 뭉치를 내밀었다.

“2000달러인데 이 돈으로 옷하고 생필품을 사도록 해요.

선금으로 주는 것이니까 부담 느끼지 말고.”

“그렇다면 받지요.”

돈을 받은 장현주가 입술 끝을 올리고 웃었다.

장현주는 밀입국자 숙소에서 나와 내일부터 실크로드 근처의 새 숙소로 옮기게 된 것이다.

몸을 돌렸던 장현주가 머리만 비틀고 김광도를 보았다.

“내일 몇 시에 만나지요?”

“오후 1시에 내가 숙소로 찾아갈 테니까 짐을 싸놓고 기다려요.”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차에 짐을 싣고 행정청에 가서 신고한 다음에 새 숙소로 갑시다.”

장현주가 방을 나갔을 때 엇갈려서 백진철이 들어왔다.

“넌 방에 있지 왜 자리를 피하는 거냐?”

김광도가 묻자 백진철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형님이 같이 자자고 하실 것 같아서요.”

“미친 놈.”

“말씀 안 하셨어요?”

“시끄럽다. 이 자식아.”

“남자 숙소에서 노리는 놈들이 많았지요.

저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가 이번에 가게 일로 처음 말을 걸었습니다.”

보드카에 얼굴이 붉어진 백진철이 앞자리에 앉았다.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다. 장현주는 버스를 타러 떠났는지 밖에서 기척이 끊겼다.

로스토프는 옆쪽 컨테이너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다면 조형채 일당이나 다른 조직에서 손을 뻗쳤을 것입니다.

장현주 씨가 여자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어서 함부로 손을 못 댔지만 말입니다.”

“그랬군. 생존력이 강한 여자구나.”

“재빠르지요. 혼자 있었다면 벌써 놈들이 채갔을 것입니다.”

“…….”

“가게에 나와도 모임 회장은 그대로 유지할 것 같습니다.”

“그건 상관없어.”

“당원이어서 조직력이 강합니다.”

“당원이라니?”

“장현주 씨는 공산당원이었지요.”

“…….”

“여기선 북한과는 다른 공산당이지요.

제각기 조직을 만들고 끼어 있는 것이 사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너도 그러냐?”

“예, 저도 탈영자들 모임의 회장입니다.”

백진철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언제 써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형님.”

 

 

'소설방 > 서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9> 33장 개척자 [8]  (0) 2015.08.27
<348> 33장 개척자 [7]  (0) 2015.08.27
<346> 33장 개척자 [5]  (0) 2015.08.12
<345> 33장 개척자 [4]  (0) 2015.08.12
<344> 33장 개척자 [3]  (0) 201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