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 33장 개척자 [3]
683) 33장 개척자-5
“눈치 챘나?”
조상규가 눈썹을 모으고 물었다.
눈이 가늘어지면서 저절로 어금니가 물려졌다.
오전 10시,
최은영이 호텔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말한 것이다.
“방에 와 있던 놈은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였어. 내가 얼굴을 알아.”
“그놈이 방이 없어서 찾아왔다고?”
“숙소가 꽉 찼다고…….”
“참 내. 그 자식 운이 없는 건지, 뭔지…….”
다시 눈을 가늘게 떴던 조상규가 어깨를 부풀렸다.
“어쨌든 우린 이곳에 진출하기로 결정을 했어.
며칠 후면 형님들이 오실 것이고 대규모 투자가 될 거다.
그 자식 김광도의 사업장은 시범 케이스야.”
그러고는 조상규가 최은영의 위아래를 훑어 보았다.
어느덧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너, 정말로 어젯밤 온전했어? 그럼 거기 부어 있겠다?”
그 시간에 김광도는 하바롭스크에서 돌아올 로스토프를 만나고 있다.
서울호텔의 로비 안이다.
“벌써부터 하바롭스크에는 구매 전쟁이야.
한랜드를 겨냥하고 가게들이 선금을 내지 않으면 물품을 내주지 않아.”
어깨를 늘어뜨린 로스토프가 말을 이었다.
“난 겨우 보드카 1000병밖에 구하지 못했어. 주류 도매상은 모두 마피아가 장악한 상태라고.”
“야단났는데.”
믿고 있던 로스토프의 상황을 듣자 김광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은영이 자기도 투자하겠다면서 5만 달러를 내놓았어.”
“잘 되었군.”
로스토프가 반색을 했으므로 김광도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동안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았다고.”
김광도가 백진철을 만난 일부터 작업감독을 바꾸고 어젯밤 조상규와 최은영과 만난 일,
그리고 방에서 셋이 자고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마쳤을 때 로스토프가 긴 숨을 뱉었다.
곰이 한숨을 쉬는 것 같다.
“전쟁이군.”
“최은영이 꺼림칙해.”
“그럼 돈을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해.”
“그렇게 되면 여자는 어떻게 구하지?”
말문이 막힌 로스토프가 숨만 쉬었을 때 백진철이 다가왔다.
“로스토프 씨다. 인사해라.”
김광도가 말하자 백진철이 머리를 숙이며 러시아어로 인사를 했다.
“잘 부탁합니다.”
“어, 잘 만났어. 이제 남북한과 러시아가 한랜드에서 제대로 합작을 하는구먼.”
로스토프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제대로 된 놈들이 합작을 해야 할 텐데 말이야. 벌써부터 온갖 놈들이 꼬이는군.”
“너, 무슨 방법이 없겠냐?”
불쑥 김광도가 물었으므로 백진철이 머리를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최은영하고 계약을 파기하면 여자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
최은영은 한국에서 여자를 데려오기로 했거든.”
그러고는 김광도가 로스토프 들으라고 영어로 말했다.
“로스토프가 러시아 여자는 7∼8명 구해오기로 했지만 말이다.”
“숙소에 여자들이 많습니다.”
대번에 백진철이 말했으므로 김광도가 숨을 들이켰다.
한국말이어서 로스토프는 눈만 껌벅이고 있다. 백진철이 말을 이었다.
“탈북한 여자들 중 군 출신도 있고 몸매 좋고 예쁜 여자들도 많단 말입니다.
제가 여자 숙소에 가서 구해 보겠습니다.”
김광도가 숨을 들이켰다.
로스토프에게 설명을 해주려고 했지만 가슴이 벅차서 심호흡부터 했다.
(684) 33장 개척자-6
서동수가 들어서자 한수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고 있다.
물결치듯 흘러내린 머리칼은 풍성했고, 목에는 진주 목걸이가 반짝였다.
“야, 눈이 부시구나.”
눈을 좁혀 뜬 서동수가 다가가 한수정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한수정이 놀란 듯 잠깐 몸을 굳혔다가 곧 짧게 웃었다.
“오빠, 달라졌어.”
“그래, 신의주 때와는 달라졌지.”
한수정의 허리를 당겨 안은 서동수가 입을 맞췄다.
한수정이 두 팔로 서동수의 목을 감아 안더니 혀를 내밀어 준다.
짙게 루주를 칠한 입술에서 박하 맛이 났다.
시베리아, 한랜드의 한시티, 둘은 지금 부산호텔 양식당 방 안에 들어와 있다.
오후 6시 반,
창 밖으로 눈 덮인 한랜드가 보인다.
이윽고 몸을 뗀 둘이 자리에 앉았을 때 한수정이 상기된 얼굴로 웃었다.
“아유, 오빠. 못 말린다니까.”
“널 보면 성욕이 불끈 일어나.”
“정말 달라졌어. 오빠는.”
한수정은 이제 경성건설을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20위권 건설회사로 성장시켰다.
신의주에서 적극적으로 오더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랜드에서도 선발 주자로 진출해서 맹렬하게 활동 중이다.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나갔을 때 한수정이 지그시 서동수를 보았다.
“오빠한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연락도 안 했는데 오늘은 웬일이야?”
“네가 고마워서.”
“뭐가?”
“한시티에 경성호텔을 세우기로 한 것.”
그때 한수정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경성건설은 한시티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경성호텔과 카지노,
레저타운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그것이 지난달이다.
한수정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나도 사업가야. 가능성이 없으면 안 해.”
“그렇겠지.”
“한랜드는 한민족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세계 인류의 미래라고.”
“옳지.”
“새로운 땅에서 새 역사가 기록되는 거지.
이곳에 모여드는 모든 군상은 제각기 꿈이 있다고. 도둑놈들도 말이야.”
“도둑놈…….”
“여긴 전 세계에서 온갖 범죄자들이 다 몰려 와. 오빠도 알지?”
“그럼.”
“그것이 기회의 땅이라는 증거라고. 깨끗한 도시는 발전이 없고 시들어. 거긴 노인들의 도시야.”
“너, 섹시하다.”
“오빠는 그것을 알고 판을 벌여 놓은 것이고, 난 기꺼이 동참한 거지.”
“너, 몸에 기름 뿌리고 해봤어?”
“그래서…….”
말을 이으려던 한수정이 서동수의 물음에 다음 말을 잊어버린 것 같다.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어깨를 늘어뜨렸다.
“기름이라니?”
“식용유 같은 건데 몸에 바르는 거야. 거기에다도 넣을 수 있어.”
“…….”
“넣어 봤는데 달콤해. 끈적거리지도 않고. 그걸 바르고 빨아 먹는 거야.”
그때 긴 숨을 뱉은 한수정이 서동수를 보았다.
“오빠, 요즘 외롭지?”
“뭐가?”
“기름만 먹고 살기가.”
그때 종업원이 요리를 들고 왔으므로 둘은 자리를 고쳐 앉았다.
바이칼호에서 잡힌 생선 절임과 송어, 캐비아도 놓였다.
종업원이 나가자 서동수가 나이프를 들면서 말했다.
“배부르면 게을러져. 그게 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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