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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3장 개척자 [1]

오늘의 쉼터 2015. 7. 31. 16:27

<342> 33장 개척자 [1]

 

 

(679) 33장 개척자-1

 

 

 

“북한에서 밀입국자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씩 들어옵니다.”

행정청장실에서 안종관이 보고했다.

안종관은 이제 행정청 내무부장을 맡고 있다.

한랜드를 임차한 ㈜동성의 기조실 사장 겸임이다.

안종관이 앞에 앉은 서동수를 보았다.

“청장님, 북한 당국에서는 아직 한랜드 측에 항의를 해오지는 않았습니다만

김 위원장께서도 알고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알면서도 가만 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북한 주민의 한랜드 이주가 밀입국 방식이긴 하지만 강력하게 저지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주민의 한랜드 이주는 본래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사항이다.

안종관이 말을 이었다.

“북한 밀입국자 중에는 아이를 데려온 부모도 있고 영양실조나 병든 사람들이 꽤 있어서

긴급 구호동과 숙소를 늘려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서동수가 바로 승인했다.

“밀입국자라도 공사 현장이나 업소에 취업할 때 규제를 하지 말도록.”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임금 차별도 하면 안 돼요.”

“감독하고 있습니다.”

“얼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국경에서 순찰을 늘리고.”

“예, 청장님.”

마침내 쓴웃음을 지은 안종관이 서동수를 보았다.

“그렇게 소문이 나면 결국 북한 정부에서 국경을 막을 것 같은데요.”

“그때는 우리가 나서야지, 행정청은 그래서 있는 것 아닌가?”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다.

“곧 연방제가 되면 풀리지 않겠습니까? 김 위원장께서도 적극 협력을 해주시니까요.”

서류를 넘긴 안종관의 얼굴이 다시 차분해졌다.

“현재 러시아 마피아가 3개 조직, 중국계 조직이 3개, 야쿠자는 2개, 한국 측은……”

머리를 든 안종관이 서동수를 보았다.

“한국은 대부업을 간판으로 내세운 3개 조직이 진출했는데

그 외에 일반 투자자에 끼어든 군소 조직도 있습니다.”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안종관이 서류 한 장을 넘기고 말을 잇는다.

“예를 들어서 대전 유성파 같은 경우는 중간보스의 애인을 투자자에 접근시켜

공동 투자자가 되었는데 곧 명의를 가로채게 되겠지요.

한국에서 자주 써먹던 방법이니까요.”

“…….”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장이 되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활기는 일어날 것입니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안종관으로부터 서류를 받아 펼쳤다.

“조폭이라면 통 크게 투자를 해야지, 러시아 마피아처럼.”

서동수가 혼잣말처럼 말한 것은 제 말의 모순을 알기 때문이다.

러시아 마피아 라진은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다.

서동수가 방금 안종관이 보고한 서류를 들쳐보고는 머리를 기울였다.

“이 친구 어디서 본 얼굴인데?”

“네? 아시는 분입니까?”

놀란 안종관이 상체를 숙여 서동수가 가리킨 사진을 보았다.

젊은 사내의 사진이다.

“예, 그 친구가 대전 유성파에게 명의를 빼앗기게 될 가능성이….”

“아, 며칠 전에 ‘아무르’에서 본 청년이군. 꽤 멋있는 여자하고 같이 있었는데….”

바로 김광도다. 옆에 있던 최은영이 미인이어서 서동수가 기억한 것 같다.

 

 


(680) 33장 개척자-2

 


 

 

다가선 노동자의 모습은 싸구려 방한복을 입고, 해진 방한화 차림이었지만 키가 컸고 눈빛이 강했다.

검게 탄 얼굴, 덥수룩한 수염의 이 사내는 북한 밀입국자다.

조선족이나 고려인 출신은 이보다 입성이 낫고 얼굴도 윤기가 흐른다.

“사장님이십니까?”

사내가 물었으므로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오후 8시였지만 아직 밝다.

그러나 추위가 심해져서 벌써 영하 28도, 공사를 끝내고 노동자들을 귀가시키는 중이다.

김광도가 곰털 코트의 깃을 올리면서 사내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룸살롱 공사 현장이다.

 40피트짜리 컨테이너 6개가 다 들어왔고 붙이는 외관 공사가 어제부터 시작되었다.

공사장 인부는 모두 14명, 그중 11명이 북한 밀입국자다.

차를 대기시켜 놓았으므로 김광도가 힐끗 차 쪽에 시선을 주고 나서 사내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저, 5번 컨테이너 바닥과 천장까지 4곳이 찢어졌습니다.

그곳을 테이프로 붙이고 칠을 했는데 감독이 알면서도 컨테이너 업자한테서 받았습니다.”

놀란 김광도가 지그시 사내를 보았다.

자세히 보니 또래 같다. 김광도가 물었다.

“어디서 왔어요?”

“전 북조선에서 왔습니다. 밀입국자입니다.”

“지금 숙소는 어디인데?”

“임시 수용소에서 일 나갑니다.”

“북조선에선 뭘 했는데요?”

“군 복무를 했습니다. 상사였습니다.”

그러더니 어깨를 펴고 덧붙였다.

“예, 탈영했습니다.”

“나한테 그걸 말해준 이유를 들읍시다.”

“감독이 컨테이너 업자에게 돈을 받는 현장을 보고 분했기 때문입니다.”

“왜?”

“북조선에서도 제가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마음을 굳힌 김광도가 발을 떼면서 말했다.

“나하고 같이 저녁이나 먹읍시다.”

차에 탔을 때 김광도는 사내의 이름을 들었다.

백진철, 28세. 국경지역인 9군단 소속 국경경비대 상사였다가 탈북한 지 4개월,

그동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막노동하다가 한랜드로 들어온 지 2개월째라고 했다.

호텔 식당에서 김치찌개에 밥을 세 그릇이나 먹고 난 백진철에게 김광도가 물었다.

“내일 공사감독을 쫓아내도 일이 될까?”

“제가 북조선 출신 공사감독들을 압니다.

기술도 좋고 수당도 남조선 출신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그럼 네가 내 동생 할래?”

“목숨을 바쳐 모시겠습니다.”

목숨이란 말에 김광도가 풀썩 웃었다가 백진철의 표정을 보고는 숨을 들이켜면서 웃음을 지웠다.

“좋아, 지금부터 형님이라고 불러.”

“예, 형님.”

“내일 새 감독 골라 오고 네가 부감독을 맡아라.”

“저는 그대로 일하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백진철의 위아래를 훑어본 김광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방으로 가자. 너, 나하고 사이즈도 비슷한데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다.”

“아닙니다. 형님.”

“시끄러워. 시발 놈아.”

김광도가 앞장서서 식당을 나가면서 말을 이었다.

“잘되었어. 나도 믿을 만한 조수가 필요했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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