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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3장 개척자 [2]

오늘의 쉼터 2015. 7. 31. 16:37

<343> 33장 개척자 [2]

 

 

(681) 33장 개척자-3

 

 


“전 감독, 이것 좀 봐요.”

김광도가 부르자 전용수가 마지못한 표정을 짓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섰다.

오전 10시 반, 작업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반쯤 지난 후다.

지금 김광도는 5번 컨테이너 안에 들어와 있다.

전용수가 다가오자 김광도가 쥐고 있던 쇠파이프 끝으로 천장을 부쉈다.

그러자 멀쩡한 천장이 찢어지더니 테이프가 벗겨졌고 길게 쪼개진 틈이 드러났다.

“이게 뭡니까? 왜 이런 걸 납품했죠?”

“아니, 누가.”

눈을 치켜뜬 전용수가 어깨를 부풀리더니 김광도와 천장을 번갈아 보았다.

“누가 이걸…….”

“지금 무슨 말을 하시는 거요? 누가 이걸 알려 주었느냐고 하는 거요?”

“아니, 도대체…….”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해도 그런 말은 대놓고 못한다.

얼굴을 부풀린 전용수가 김광도에게서 시선을 뗐다.

“아이, 씨…….”

“당장 이거 바꾸세요. 이런 건 검사를 하고 나서 받았어야지.”

전용수가 어깨만 부풀리고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김광도가 말했다.

“바꾸지 못하겠다면 감독 그만두시든지. 이젠 내가 바꿀 테니까요.”

“그럽시다.”

전용수가 머리에 쓴 안전모를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참, 잊었는데. 난 지금 당장 행정청에 부정행위로 고발할 겁니다.

이 컨테이너가 증거니까. 당신하고 컨테이너 납품업자 둘이 책임져야 할 거요.”

“어디 해보시지.”

하지만 말을 뱉고 난 후 전용수의 기세는 절반쯤 시들었다.

한랜드 행정청은 공사 부정과 제품규격 미달은 엄격히 체크했기 때문이다.

준공검사를 맡기 전에 신고해서 감독이 벌금을 내고 추방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30분쯤 지났을 때 컨테이너 업자가 새 컨테이너를 교환해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전용수는 그날 오전 일당까지만 받고 해임되었다.

10일 공사였으니 감독도 일당제로 고용한 것이다.

그날 오후 2시 반이 되었을 때 백진철이 새 감독을 데려왔는데 40대의 북조선 출신 밀입국자다.

그러나 공사를 지휘하는 모습을 본 김광도는 만족했다.

전용수보다 두 배는 나은 것이다.

“어휴, 며칠이면 공사 끝나겠네요.”

오후 5시쯤 되었을 때 최은영이 현장으로 찾아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검정 털코트를 입은 최은영의 미모가 현장 분위기를 바꾸었다.

노동자들이 힐끗거렸고 길을 돌아 옆으로 지나갔다.

“오늘 저녁에 술 한잔해요.”

김광도 옆에 바짝 붙어 선 최은영이 코 먹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촌 오빠가 이곳에 투자할 데가 있는가 보려고 왔는데 부동산 부자예요. 같이 한잔 마셔요.”

“사촌 오빠?”

“응, 이모 아들. 어제 왔어요.”

그때 백진철이 뒤에서 김광도에게 물었다.

“사장님, 내부 테이프 봐 주십시오.”

김광도가 백진철이 들고 있는 노란색 테이프 두 개 중 하나를 골라 주었다.

다시 김광도가 몸을 돌렸을 때 최은영이 말했다.

“참, 오빠가 호텔 방을 오늘 비워 줘야 한다는데,

내 방을 주고 난 거기 방에서 자면 안 돼요? 오늘 하루만.”

최은영이 눈웃음을 지었다.

뒤쪽에서 테이프를 고르던 백진철이 서둘러 컨테이너를 나갔고 최은영이 말을 이었다.

“상관없어요. 오빠는 이미 우리 둘 사이가 그렇고 그런 줄 알아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지 뭐.”

최은영의 밝은 얼굴을 본 김광도가 숨을 들이켰다.

 

 


(682) 33장 개척자-4

 

 

조상규가 웃음 띤 얼굴로 김광도를 보았다.

넓은 얼굴이 술기운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럼 지금부터 김 사장은 내 매제야. 사촌 동생 애인이니까 말야.”

“아니, 그건…….”

김광도가 쓴웃음을 지었지만 불쾌한 기색은 아니다.

한 모금에 소주를 삼킨 조상규가 말을 이었다.

“누가 결혼하라는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싫증 나면 헤어지는 거야.”

“아유. 오빠는, 참.”

최은영이 조상규의 빈 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나중에 우리 사업에 투자나 좀 해.”

“그건 두고 봐야지.”

정색한 조상규가 머리를 저었다.

“난 친척이라고 무조건 돈 대는 놈이 아니다. 그랬다간 벌써 거덜 났다.”

“누가 무조건 돈 대라고 했어? 싫으면 관둬.”

그때 조상규가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으므로 최은영이 생각난 듯 말했다.

“참 오빠, 방 비워줬지?”

“응, 오늘 하루만 예약을 못 했다니. 기가 막혀서, 한랜드는 호텔 방이 문제다.”

그때 최은영이 키를 내밀었다.

“그럼 짐은 호텔에 맡겨 놓았겠네? 내 방을 써.”

“오늘 밤만 자면 내일은 다시 그 방을 준단다.”

키를 받은 조상규가 김광도를 향해 웃어 보였다.

“다음에는 컨테이너 하우스라도 만들어놓고 와야겠어.”

“저한테 말씀하시면 예약해 놓지요.”

김광도가 말했을 때 조상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9시 반이 되어가고 있다.

“나 더 추워지기 전에 호텔로 돌아갈게.”

최은영의 호텔방으로 간다는 말이다.

호텔 현관까지 조상규를 배웅하고 다시 바로 돌아오면서 최은영이 김광도의 팔짱을 꼈다.

오늘 밤은 최은영이 이곳 서울호텔의 김광도 방에서 자게 된 것이다.

바로 들어서던 김광도가 문득 옆쪽을 보더니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최은영에게 말했다.

“은영 씨, 바에 들어가 있어요.”

최은영이 바 안으로 들어서자 김광도가 뒤쪽에 서 있는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너, 웬일이냐?”

백진철이었던 것이다. 김광도가 다가서자 백진철이 서두르듯 말했다.

“조금 전 형님이 배웅한 남자, 그 남자하고 저 여자는 애인 사이였습니다.”

“무슨 말이야?”

“며칠 전에 저 여자하고 그 남자가 둘이서 공사현장에 왔었지요.

둘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애인이더라고요.”

“…….”

“오늘 저 여자가 형님한테 하는 말을 듣고 뭔가 수상해서 와 봤던 것입니다.”

“…….”

“둘이 애인 사이인데 어떻게 형님하고 같은 방에서 자려고 하지요? 수상합니다.”

“알았다.”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 좀 찜찜했다.”

김광도가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백진철에게 내밀었다.

“너도 내 방에서 자자.”

“예?”

“너도 방을 비워줄 일이 있어서 오늘 밤 내 방에서 재워야겠다고 할 테니까 셋이 자자.”

백진철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내막이야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날 생각해줘서 고맙다. 방에 소주 있으니까 마시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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