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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32장 시베리아 [8]

오늘의 쉼터 2015. 7. 22. 13:23

<339> 32장 시베리아 [8]

 

 

(673) 32장 시베리아-15

 

 

 

 

“하바롭스크에서 한랜드를 통과해 시베리아 철도를 잇는 제2 시베리아 철도를 개통시키겠습니다.”

서울호텔 1층 로비의 TV 화면에 나온 서동수가 발표했다.

오후 6시, 로비에 있던 모든 시선이 TV에 집중됐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제2 시베리아 철도는 3년 후까지 완공시킬 예정입니다.”

화면에 제2 시베리아 철도가 나타났다.

선으로 표시됐지만 하바롭스크에서 한랜드까지 북상했다가 다시 시베리아 철도와 합쳐지는

3500㎞의 철도 노선이다.

화면에서 시선을 뗀 라진이 마르비에게 말했다.

“저 봐라, 이제 고속철이 완공되면 이곳으로 동서양의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온다.

시베리아 관광시대가 열린단 말이다.”

“과연.”

마르비가 감탄한 듯 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한시티가 시베리아의 중심이 되겠습니다, 보스.”

“이곳은 신의주하고는 달라. 남북한 체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새 땅이야.”

라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입은 꾹 다물었고 초점이 멀어진 회색 눈동자가

마르비의 얼굴을 지나 뒤쪽을 응시했다.

라진은 60세. 마피아 보스였지만 역사에 해박했고 젊었을 때 사제였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잔인한 데다 배신자는 가차 없이 처단해 별명이 처형자다.

다시 라진이 말했다.

“내가 행정장관 서동수의 계획을 읽을 수 있어. 서동수의 머릿속을 말이야.”

서동수는 이제 한랜드의 행정장관이다.

신의주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즉시 한랜드에도 행정청이 설립됐는데

비서실장 유병선과 특별보좌관 안종관이 양팔 노릇을 했다.

마르비의 시선을 받은 라진이 말을 이었다.

“한랜드는 지구상 최대의 환락도시가 될 거다.

마약지대와 도박, 부정한 자금을 흡수하는 유흥도시.

그렇게 자금과 인력을 끌어모아 번성시킨 후에 정비를 하겠지.”

라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신의주는 생산 중심 도시일 수밖에 없었어. 유흥은 2차적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그 반대야. 한랜드는 유흥과 관광, 소비와 동서양을 잇는 물류 이동 중심지가 된다.”

마르비가 어깨를 펴고 라진을 봤다.

“곧 검은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겠군요.”

“그렇지. 나만큼 머리 좋은 놈들이 어디 한둘이냐?”

이미 TV에서 서동수의 발표는 끝나고 자막이 깔린 한국 연속극이 방영되고 있다.

라진이 시선을 옆을 지나는 동양인에게 옮겼다가 떼었다.

“중국 자본도 들어올 거다. 그놈들의 검은돈은 막대하니까.”

그 소리를 들은 것은 김광도다.

자신을 중국인으로 알고 한 말이었는데 어떤 뜻인지 짐작이 갔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한 러시아인 정체도 알 것 같았다.

김광도가 다가가자 로비 끝 쪽에 앉아 있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긴 털코트를 입었어도 큰 키가 드러났다. 미인이다.

“최은영 씨지요?”

다가서서 묻자 여자가 눈웃음을 지었다.

입술 끝이 따라 올라가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어제 도착하셨지요?”

자리에 앉으면서 다시 물었더니 여자가 대답했다.

“네, 오늘 취업 신고를 마쳤어요.”

최은영, 28세. 앞으로 김광도와 동업할 여자다.

김광도와는 전화 통화만 한 터라 오늘 처음 대면한다.

김광도가 다시 물었다.

“저기, 결혼하셨어요?”

남자가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674) 32장 시베리아-16

 

 

 


“안 했어요.”

바로 대답한 최은영이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흰 이가 조금 드러났다.

“그것이 일하는 데 상관이 있어요?”

“저한테는 없는 것이 나아서요.”

솔직하게 대답한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몇 명 데려올 수 있지요?”

“일곱 명.”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러시아 여자를 여섯 명 데려오기로 했으니까 처음에는 그 정도로 시작하죠.”

“건물은?”

“컨테이너 6개를 붙여서 만들 테니 시간은 별로 안 걸려요. 컨테이너만 오면 되니까.”

최은영은 신의주에서 룸살롱 마담을 했고 서울에서는 룸살롱 아가씨였다.

경력 6년. 최은영도 신의주에 있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이제는 최은영이 물었다.

“팁은 얼마로 돼 있죠?”

“지금 술집이 세 곳 생겼는데 하룻밤 팁이 300달러에서 400달러,

잠자는 데 600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곧 내려가겠지요.”

머리를 끄덕이며 최은영이 말을 이었다.

“신의주에서도 그랬으니까요. 나중에는 업소끼리 협상해서 기준을 정하게 되지요.”

“늦어도 20일 후에는 영업을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까 준비해 두세요.”

“이런 경험 없으시죠?”

불쑥 최은영이 물었으므로 김광도가 쓴웃음을 지었다.

“다 처음이 있는 겁니다.”

“신의주에서 식당을 하셨다면서요?”

“그것도 처음이었죠.”

“그전에는요?”

“건설회사 자재 담당, 한국에선 자동차 판매사원, 영어학원 강사, 보육원 버스운전사,

나이트클럽 주차요원…….”

손가락을 꼽던 김광도가 정색하고 최은영을 봤다.

“지금은 룸살롱 사장 준비 중.”

“그만하면 경력 되세요.”

역시 정색한 최은영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오늘 저녁 같이 식사하실 거죠?”

“아, 그래야죠.”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밥 먹고 클럽 한 곳에 가봅시다.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고급 클럽이어서 귀빈들 단골이에요.”

따라 일어선 최은영이 김광도의 옆에 바짝 붙어 섰다. 주위의 시선이 쏠렸다.

여자가 드물고 미인은 더욱 드문 곳인 것이다.

로비 옆쪽의 한식당으로 들어간 둘은 방으로 들어가 마주 앉았다.

이제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방 안이다.

코트를 벗은 최은영의 몸매는 예상대로 날씬했다.

김치찌개가 35달러나 됐지만 둘은 30달러짜리 소주까지 시켰다.

“자본금은 얼마나 되지요?”

최은영이 묻자 김광도가 입맛을 다셨다.

“신의주 식당에서 까먹었지만 내가 지금까지 모은 전 재산을 투자할 겁니다.”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러시아 동업자도 내놓을 거니까 모두 합쳐서 1억5000만 원.”

“그걸로 돼요?”

“동업자가 6개월간 술과 식품류는 외상으로 공급해 주겠다고 했어요.”

그때 최은영이 말했다.

“룸살롱 경영은 경리가 철저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남고 뒤로는 빚지게 된다고요.”

최은영이 김광도를 똑바로 봤다.

“저도 5000만 원쯤 투자할 테니까 지분 주고 저한테 경리를 맡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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