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 32장 시베리아 [6]
(669) 32장 시베리아-11
“과연 KGB 출신답습니다.”
서동수의 말을 들은 유병선이 감탄했다.
“그랬군요. 카타리나가 우리 상황을 전달해줬군요.”
“오히려 도움이 되었지요.”
웃음 띤 얼굴로 안종관이 말했다.
“푸틴이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카타리나를 보낸 것 아니겠습니까? 카타리나가 많이 도와준 셈입니다.”
그때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이젠 효용가치가 떨어진 것인가? 카타리나의 신분을 밝혀준 것이 말이야.”
“그것보다 회장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시지요.”
다시 안종관이 말했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군. 과연 푸틴은 한랜드의 대통령을 꿈꿀 만한 인물이야.”
둘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헬기로 발을 떼었다.
“돌아갑시다.”
한시티로 가려는 것이다.
한시티에 서동수의 숙소가 있다.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이 이어지는 시베리아에 지금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헬기에서 동토를 내려다보던 서동수가 옆에 앉은 유병선과 안종관에게 말했다.
“이곳은 순수한 땅이야. 신의주하고도 다른 땅이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야.”
그렇다. 아무도 발을 딛지 못했던 동토에서 시작한다.
헬기가 한시티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두 시간쯤이 지난 후다.
“다녀오셨습니까?”
숙소 겸 사무실로 컨테이너를 이어 만든 건물에서 카타리나가 나와 서동수를 맞았다.
“조금 전에 자재 3차분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무실로 들어선 서동수가 파카를 벗으면서 카타리나를 보았다.
“카타리나, 하바롭스크와 야쿠츠크에 연락해서 러시아 인력을 공급시켜 달라고 부탁해.
우선 러시아 인력부터 고용할 테니까.”
“예, 회장님.”
카타리나가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몇 명이나 요청할까요?”
“모이는 대로. 러시아 인력은 제한 없이 고용할 테니까.”
몸을 돌린 서동수의 시선이 유병선과 마주쳤다. 유병선이 얼른 외면했다.
카타리나가 서둘러 사무실을 나갔을 때 구석에서 꾸물거리던 안종관이 머리를 들고 서동수를 보았다.
“회장님, 지금부터 치안 문제를 확실하게 해놓으셔야 합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한국 동성에서 전·현직 군경을 치안요원으로 모집하고 있어. 곧 1차 병력이 선발될 거야.”
힐끗 카타리나가 나간 문 쪽에 시선을 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하나씩 주고받는 것이지. 신의주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돼.”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고 유병선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푸틴은 알겠는데요.”
“알겠지.”
이제는 정색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한랜드에 한민족만 채울 수는 없어. 또한 대부분을 한민족만 채운다고 해도
고려인, 조선족, 남북한, 해외 동포까지 갖가지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야.”
“그렇습니다.”
안종관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거기에 신천지에서 한탕을 노리는 온갖 군상까지 몰려들어 올 것입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신천지에 활기가 일어날 거야.”
(670) 32장 시베리아-12
LA 코리아타운에 서울식당은 3개나 되어서 이정만이 운영하는 서울식당은
‘현대빌딩 서울식당’이라고 부른다.
오후 4시,
식당 구석 자리에서 이정만과 고복길, 박수동 셋이 둘러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안주는 갈비, 셋은 50세 전후의 나이로 이정만과 부동산을 운영하는
고복길이 열 살 무렵 이민을 왔고 어학원을 하는 박수동은 10년쯤 되었다.
“난 결심했어.”
술잔을 내려놓은 이정만이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곧 이주신청을 하고 내년 초에 갈 거야, 일찍 가서 자리 잡아야지.”
“가서 식당 하게?”
고복길이 묻자 이정만이 머리를 저었다.
“여행사. 난 한랜드 주민을 상대하지 않고 외국에서 손님을 끌어올 거야.”
“포부가 대단하군.”
박수동이 활짝 웃었다.
“가능성이 있겠어. 한랜드를 관광지로 개발시키면 볼거리가 많을 테니까.”
“우리 부동산의 미스터 김도 한랜드로 간다던데. 와이프하고도 이야기가 되었다는 거야.”
“가서 뭘 한다는데?”
이번에는 이정만이 묻자 고복길이 입맛을 다셨다.
“미스터 김이 미 해병대 출신 아냐? 거기 경찰로 지원한다는군. 서울에 연락해서 지원서를 받았어.”
“허, 참.”
박수동이 둘의 눈치를 보다가 외면했다.
부도를 내고 미국으로 도망온 박수동은 천신만고 끝에 시민권을 받았지만 아직 한국에는 못 간다.
그러니 제약이 있다.
그때 술잔을 쥔 이정만이 말을 이었다.
“한랜드가 내년까지 인구 100만 명이 되고 그다음부터는 두 배씩 늘어나게 될 거야.
그러니 초창기에 가서 기반을 굳히는 것이 중요해. 먼저 가면 기회가 많거든.
우리쯤 되면 어지간한 것은 다 보이는 법이지.”
“기회의 땅이지.”
마침내 고복길이 동의했다.
“동성은 물론이고 한국 자본이 쏟아져 들어갈 테니까,
그럼 세계 투자가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지.”
“벌써 한국에는 건설경기가 일어나서 올해 성장률을 8%로 잡고 있어.
25년 만의 기록이라는 거야.”
“하긴.”
어깨를 늘어뜨린 박수동이 식당을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이 식당 정리하면 부동산까지 300만 달러는 받겠지?
그걸 갖고 갈 테니 한랜드에 투자금이 쌓이겠구먼.”
“이 친구가 300만 되나? 500만도 넘어.”
고복길이 정정하더니 문득 박수동에게 물었다.
“정기배 알지?”
“알지.”
대답은 했기만 박수동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기배는 박수동과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한국에서 도망쳐 나와 동가식서가숙하면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닮았다.
미국으로 도망온 지 6년, 아직 밀입국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되었는데? 잡혔어?”
박수동이 묻자 고복길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 지금 한랜드에 있어. 나도 어제 들었어.
한랜드에 있는 건설회사 전산관리로 취직이 되었다는 거야.
건설회사의 초청장을 보이니까 대번에 미국에서 한랜드로 빠져나갔다는군.”
“그럼 나도.”
마침내 어깨를 편 박수동이 말했다.
“나도 한랜드로 갈 거야, 가서 내 마지막 인생을 시작할 거야.”
박수동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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