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 32장 시베리아 [5]
(667) 32장 시베리아-9
“어서 오시오.”
푸틴이 활짝 웃는 얼굴로 서동수를 맞았다.
크렘린궁의 회의실, 푸틴은 사하공화국 대통령 야체슬라프 슈티코프,
하바롭스크 지방장관 유리 마르첸코와 비서실장 바실리 아르코프를 대동하고 있다.
서동수가 푸틴이 내민 손을 잡았다.
“각하,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서동수는 비서실장 유병선, 기조실사장 안종관과 자문역 카타리나를 데려왔다.
인사를 마친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푸틴이 말했다.
“이제 한민족이 유라시아를 바라볼 때가 되었지요. 난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푸틴을 보았다.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푸틴이 서동수의 시선을 받더니 빙그레 웃었다.
“서 회장, 시베리아 철도가 예전의 실크로드 대역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각하.”
푸틴의 상담술은 통쾌했다.
감추지 않고 다 내민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고 흥정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만큼 주겠다는 자세이다.
푸틴의 시선이 슈티코프와 마르첸코를 훑고 지나갔다.
“자, 말씀해 보시지요. 서 회장, 우리한테 뭘 내놓을 것이며 뭐가 필요하신지를.”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이것은 상담이 아니다. 국가의 대사(大事)인 것이다.
“시베리아에 한반도에서 유라시아로 뻗어 나갈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동수가 굳어진 얼굴로 말했고 유병선과 안종관은 긴장했다.
다시 서동수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한국과 북한 정부는 동성의 시베리아 개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자본과 기술, 인력까지 전폭적으로 시베리아에 투입될 것입니다.”
이제 푸틴과 슈티코프 등은 시선만 주었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또한 시베리아 개발에는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까지 적극 가담하게 될 것이니
개척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를 것입니다.”
그때 푸틴이 물었다.
“얼마만 한 면적을 원하시오?”
“하바롭스크 북쪽과 사하공하국 남부까지 50만㎢를 임차해 주십시오.”
“기간은?”
“100년이 적당하지 않겠습니까?”
“그곳의 이주민은 얼마 정도가 될 것으로 보시오?”
“1000만 명 정도일 것입니다.”
“고려인, 조선족, 남북한 이주민까지 오겠군.”
“투자 이민이 될 것입니다.”
“자치주를 원하시오?”
“사하공화국처럼 연방국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러자 푸틴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크라이나처럼 독립국이 되면 우린 영토만 잃는 셈이 되겠군.”
푸틴이 말하더니 마르첸코에게 물었다.
“마르첸코, 그렇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정색한 마르첸코가 말을 이었다.
“우크라이나보다 더 위험합니다.
이쪽 시베리아 한민족은 배후에 남북한이 있지 않습니까?”
“슈티코프, 당신 생각은 어때?”
푸틴이 묻자 슈티코프가 붉은 얼굴을 들었다.
“동성이 한민족을 이끌고 시베리아에 들어오면 시베리아가 동북아의 중심이 됩니다.
이것은 러시아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때 푸틴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지, 그것이 정답이야. 나나 당신들이 다 죽고 없어졌을 때
시베리아의 한민족이 독립하건 말건 맘대로 하라고 해.”
668) 32장 시베리아-10
본래 30여 만㎢를 임차하려고 계획했지만 푸틴과의 첫 번째 대담에서 50만㎢를 허락받았고,
1개월 후에 정식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는 52만㎢의 엄청난 면적이 임차지로 되었다.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면적이 22만㎢이다.
한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땅인 것이다.
하바롭스크 지방의 북쪽과 사하공화국 남쪽을 포함한 임차지의 명칭은 ‘한랜드’다.
한민족의 땅이라는 뜻이다.
“추위가 문제로군.”
동토 한복판에 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도 한랜드를 헬기로 시찰 중이었는데 끝없는 동토가 펼쳐져 있다.
광대한 땅이다.
옆에 선 유병선이 지도를 펼쳐 들고 말했다.
“현재 7곳에 탐사단이 작업 중이고 건설 노동자 2만 명을 위한 주택 공사가
다음 달 5일부터 시작됩니다.”
대규모 공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75개 건설사가 한랜드 건설에 참여해서 제각기 선발대를 보내고 있다.
북한도 한랜드 건설 인력 1차분으로 5만여 명을 대기시켰는데 대부분 군병력을 투입한다고 했다.
동성의 인력이 부족했으므로 한국과 북한 정부는 기술지원 인력으로 3000명을 파견해 주었다.
우선 동토의 3곳에 임시 비행장이 건설되는 중이며 수도 예정지로 지정된 ‘한시티’의 도시 설계도
진행 중이다.
그때 뒤쪽에 서 있던 안종관이 말했다.
“한랜드에 지금까지 3만5000여 명이 입국했습니다. 모두 건설 인력이지요.”
“동토가 놀라겠군.”
서동수가 파카의 깃을 올리면서 말했다. 신의주 건설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건설회사 대부분도 신의주 건설을 경험한 터라 속도가 빠르다.
구릉에 선 그들 아래쪽으로 수십 대의 차량이 자재를 나르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1단계 10년 동안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이상이 될 것이었다.
벌써 한국은 물론 해외의 한국계 주민으로부터 투자·이민 문의가 폭주하는 중이다.
한랜드는 한국인만의 새로운 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계의 원주민이 있고 이주민도 받을 것이지만 시베리아의 인구는 희박하다.
사하공화국만 해도 310만㎢의 광대한 면적에 주민 수는 95만여 명인 것이다.
그때 유병선이 휴대폰을 넘겨주며 말했다.
“회장님, 푸틴 대통령 전화입니다.”
놀란 서동수가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서동수가 응답하자 곧 푸틴의 목소리가 울렸다.
“서 회장, 한랜드를 임차한 동성의 소유주니까 당신은 한랜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뜸 물었으므로 서동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한랜드 시민이 생기고 나서 선출을 해야지요.
지금은 한랜드를 개발하는 동성 직원과 각지의 노동자들뿐입니다.”
“지금부터 선거운동을 하셔야겠군.”
푸틴의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섞였다.
“내가 러시아 대통령 끝나면 한랜드 대통령으로 출마할지도 모르니까 조심하시오.”
“환영합니다. 각하.”
“내가 선거에는 전문가요.”
그러다가 푸틴이 생각났다는 듯이 억양을 바꾸고 물었다.
“서 회장, 카타리나는 잘 있습니까?”
“예, 각하.”
서동수의 눈동자 초점이 멀어졌다.
카타리나는 한시티 공사 현장의 숙소에 있다.
그때 푸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이야기하지만 카타리나는 내가 서 회장에게 보낸 전달자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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