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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32장 시베리아 [7]

오늘의 쉼터 2015. 7. 21. 00:11

<338> 32장 시베리아 [7]

 

 

(671) 32장 시베리아-13

 

 

 


동토에 인구가 적은 것은 당연히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식량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자족률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랜드의 가장 선결 문제가 식량 공급이었다.

그래서 한랜드 남쪽 지역은 대단위 농경지로 지정했고 추위에 강한 작물의 개량사업에 집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350여 명이 1차로 이주 신청을 해왔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보는 서동수에게 카타리나가 말했다.

전용기는 하바롭스크를 지나 북상하고 있다.

이곳은 검은 흙이 드러난 대지다.

한랜드의 농경지가 될 땅이다.

“우크라이나 이주민이 저곳으로 입주하게 될 것입니다.”

전용기의 창 아래쪽을 가리키면서 카타리나가 말했다.

“주택은 이미 완공되었으니까 바로 입주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이주민 대부분은 가족 단위다.

스탈린에 의해 시베리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쫓겨났던 고려인 가족들이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대단위 농장을 일궈 대부분 성공했지만 유랑민이었다.

이제 한랜드가 자리 잡자 우크라이나는 물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흩어졌던 고려인들이 모이고 있다.

이주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카타리나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길게 숨을 뱉은 서동수가 눈을 감았다.

20인승 전용기의 앞부분은 서동수의 전용실이다.

옆자리에 앉은 카타리나가 말을 이었다.

“중국인 투자 이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신원을 위장한 사람이 많습니다.

조회해보았더니 부정하게 축재한 자금을 한랜드 은행에 예치하려는 폭력조직, 기업가,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서동수가 눈을 감은 채 쓴웃음을 지었다.

한랜드가 그야말로 말뚝부터 꽂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 중의 하나가 은행 유치다.

그래서 눈만 쌓인 한시티의 동토 위에 세계 각국의 100여 개 은행 지점이 세워졌다.

건설회사가 길도 닦기 전에 은행 임시 건물부터 지은 셈이다.

그다음이 은행원 숙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카타리나가 물었다.

“회장님, 어떻게 할까요?”

“다 받아들여.”

서동수가 단호하게 답했다.

“투자금 제한 없고 체크하지도 말 것,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한랜드의 은행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한다.”

“한랜드로 온갖 부정한 자금이 다 쏟아져 들어올 텐데요.”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이야.”

“너무 더러운 물에서도 그렇죠.”

“적당히 조절하면 물고기가 살이 찌지.”

눈을 뜬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카타리나를 보았다.

카타리나도 서동수를 보는 중이다. 정색한 시선이 마주쳤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카타리나, 모스크바 근교에 40만 달러짜리 별장이 있더군.”

카타리나가 숨을 들이켰고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모스크바 시내에 28만 달러짜리 아파트에 6만 달러짜리 승용차,

작년 말에는 부모님 집 고치는 데 5만 달러를 드렸지?”

“들켰군요.”

쓴웃음을 지은 카타리나가 어깨를 추어올렸다가 내렸다.

“이제 모스크바로 돌아갈까요?”

“저기 탁자 위의 가방에 현금 100만 달러가 들어 있어. 카타리나.”

서동수가 눈으로 탁자 쪽을 가리키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앞으로는 나한테 받아. 카타리나.”

 

 

 

(672) 32장 시베리아-14

 

 

 

 

김광도가 한시티의 선술집 ‘우라’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6시 정각이다.

선술집이라고 했지만 식당 겸 바를 혼합한 형식으로 한쪽은 한국식 김치찌개에서부터

스테이크까지 파는 식당이고, 옆쪽은 술을 마시는 카페다.

넓이가 100평쯤 되는 선술집 안은 각국에서 모인 노동자, 영업사원으로 가득 차 있다.

김광도는 한 달 전에 ‘극동건설’의 취업비자를 받고 한랜드에 입국했으니 노동자 군상에 든다.

입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본 김광도는 안쪽에서 손을 든 로스토프를 보았다.

다가가 앞자리에 앉았을 때 로스토프가 빈 잔에 보드카를 따라주며 물었다.

“알아봤어?”

“3지구 끝에 1000㎡ 정도는 임차할 수 있어. 도로변이지만 주변은 황량해.

가장 가까운 건물이 1㎞쯤 떨어진 은행가 건물이야.”

김광도가 말하자 로스토프가 긴 숨을 뱉었다. 로스토프는 갈색 머리에 눈이 파란 거인이다.

35세. 하바롭스크 출신으로 한랜드에 온 지 한 달째.

역시 건설회사 근로자 비자로 입국했다.

“건설현장이 모여있는 1지구나 2지구가 좋은데.”

로스토프가 혼잣소리처럼 말했을 때 김광도가 머리를 들었다.

“로스토프, 시작하자.”

로스토프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의 목소리에 열기가 더해졌다.

“여긴 신의주보다 조건이 좋아. 신의주는 여건상 제약이 많았지만 이곳은 아냐.

시내에 호텔과 카지노, 유흥 시설부터 짓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어.”

“…….”

“은행들이 떼 지어 몰려온 이유가 뭔지 알아? 불법자금도 다 받아들이는 것.

한랜드는 곧 향락, 관광, 도박의 도시가 될 거라는 소문이 났어.”

“나도 들었지만 괜찮을까?”

“시작하겠어.”

김광도가 한 모금에 보드카를 삼키고는 로스토프를 보았다.

“임차계약을 할 테니까 넌 하바롭스크로 돌아가 준비해.”

김광도가 로스토프를 만난 것은 1년쯤 전 신의주에서였다.

신의주에서 건설회사 자재 담당 직원으로 근무하던 김광도는

1년 만에 식당을 차렸다가 6개월도 안 되어서 망했다.

첫 사업의 실패다.

그때 신의주 유흥업소에 술을 대던 로스토프를 만난 것이다.

로스토프와 함께 주류 수입 판매사업을 하던 김광도는 한랜드가 개발되자 함께 옮아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3년 동안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지 못했다가 건설회사의

신의주 현장에 입사한 후부터 김광도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시작된 셈이다.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로스토프가 마침내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하자. 동업자.”

동업자라고 했지만 김광도가 이끌어가는 셈이다.

한랜드행도 김광도가 제안했고 한랜드 행정청에 대한 접촉도 모두 김광도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시 술잔을 든 김광도가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자가 있어야 돼.”

“여자 뒤에 마피아가 따라오는 것이 문제야, 김.”

로스토프가 말하자 김광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쯤은 알아.”

어깨를 부풀린 김광도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웃었다.

“난 이곳에서 기반을 굳힐 거다. 로스토프, 이곳은 나에게 희망의 땅이야.”

이제 나이 29세. 3년 동안 한국에서 갖은 일을 다 했다.

나이트클럽 주차요원, 퀵서비스도 했다.

이곳은 인간이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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