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31장 후계자 [10]
(657) 31장 후계자-19
카타리나는 러시아에서 대학을 나와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후에 하바롭스크 지방정부에서 장관 경제고문으로 근무했다.
나이는 36세, 정부관리였던 남편과 4년 전에 이혼하고 자식은 없다.
이번에 서동수는 동성의 기획실 자문역으로 카타리나를 채용했다.
하지만 실물은 오늘 처음 만나는 셈이다.
“박사, 미인이십니다.”
서동수가 정색하고 말했더니 카타리나의 눈동자가 더 짙어진 것 같다.
붉은 입술이 꽉 닫혔고 높은 콧날은 마치 조각칼로 깎은 것처럼 미끈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카타리나가 다시 정중하게 답례하자 서동수는 소주잔을 쥐었다.
공과 사를 분명하게 가리는 것은 처음 인사로 회장님이라고 불렀을 때 느꼈다.
지금 동성 회장으로 카타리나를 만나고 있다.
한 모금 소주를 삼킨 서동수가 카타리나가 빈대떡을 다 삼키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박사, 시베리아의 발전 가능성은?”
그것 때문에 카타리나를 채용한 것이다.
시베리아는 광대한 땅이다.
중국 대륙과 버금갈 만한 대륙에 인구는 1300만 명이 조금 넘을 뿐이다.
북아시아의 대부분이 시베리아다. 그때 카타리나가 대답했다.
“단기적으로 계획하면 안 됩니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다. 기업은 몇 백 년을 내다보고 경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주 듣던 말이지만 카타리나의 입에서 나오자 신선하게 들렸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카타리나가 말을 이었다.
“동성이 진출한다면 하바롭스크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사하공화국 전체도 반길 것입니다.”
사하공화국은 하바롭스크 북쪽의 러시아 극동연방 관구다.
서동수가 카타리나의 잔에 소주를 채워주며 물었다.
“한국은 한반도 남쪽 절반이 영토지.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하바롭스크 지방정부 영토 면적은?”
“약 79만㎢에 인구는 100만 명 정도죠.”
한반도 면적이 22만㎢이니 3배 이상 되는 땅에 100만 명이 사는 셈이다.
술잔을 든 카타리나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서동수를 보았다.
“지방의 전체면적 중 98%가 숲이고, 숲의 78%가 삼림지대지요.”
서동수는 한 모금 소주를 삼켰다.
시베리아. 그곳에 한민족의 피도 섞여 있다.
일제강점기에 넘어간 동포들이 그곳에도 있다.
그래서 신의주 있을 때도 시간 나면 조사를 시켰다.
뻗어 나갈 곳은 한반도 북쪽 아니겠는가?
신의주로 남북한이 연방제로 통일될 테니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기업가다.
기업가는 국가의 첨병 역할까지 해야 한다.
“하바롭스크가 유라시아, 아시아를 잇는 물류거점이 될 가능성은?”
서동수가 묻자 카타리나는 바로 말을 받는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장관께서 그 구상을 하실 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앉은 유병선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둘의 대화가 흥미롭다는 표정이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카타리나가 말을 이었다.
“장관께서 시베리아에 자리 잡으시면 한반도를 신의주에 이어서 더 확장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대기업 동성을 발판으로 시베리아를 한국과 연결시키면 거대한 서클이 형성됩니다.”
그때 서동수가 소리 내어 웃었다.
(658) 31장 후계자-20
자신의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유병선도 따라 웃었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우리가 사람을 잘 만난 것 같군.”
한국어였지만 둘의 분위기를 본 카타리나의 표정도 밝아졌다.
동성이 시베리아에 기반을 굳힌다면 중국에 이어서 북아시아 지역까지
경제 영역을 넓힌 상황이 될 것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카타리나를 보았다.
“잘 오셨어요. 박사, 당신은 내 꿈을 실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소.”
카타리나의 흰 얼굴이 상기되었고 눈이 반짝였다.
술잔을 쥔 손가락도 섬세했고 갸름한 손톱은 분홍색이다.
숨을 들이켠 서동수가 한입에 소주를 삼켰다.
카타리나는 한국 동성 본사의 적응교육이 끝나면 중국 동성의 기조실로 배치될 것이었다.
그날 밤 카타리나와 헤어진 서동수가 성북동 안가의 응접실에서 전영주와 마주앉아 있다.
전영주는 8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카타리나와의 약속에 이어서 밤늦게까지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전영주는 이곳에서 서너 번 묵고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행동이 자연스럽다.
아래층 방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
전영주가 입을 열었다.
“위원장께선 남한이 썩었다고 하셨답니다.
조선자동차 인력 스카우터 비리에서부터 이번 박세중 씨 사건을 보고받으시고
신의주가 오염될 뻔했다고 하셨다는군요.”
전영주는 북한에 다녀온 이야기를 한다.
이제 전영주는 북한 지도층과 김동일 주변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을 지운 전영주의 말끔한 얼굴을 응시하던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전영주 씨는 내가 장관을 그만두어도 비서실에 있겠지?”
“제가요?”
되물은 전영주가 눈을 치켜떴다.
“진심이세요?”
“그럼 농담하는 것 같나?”
그러자 전영주가 시선을 내리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까지 전영주는 북한 측 입장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아왔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균형 감각이 뛰어난 성품이어서 양측의 신임을 받은 것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남북한 부장관 체제가 되면 전영주 씨 역할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전영주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동성 비서실에서 북한관계 업무를 맡아.”
“감사합니다.”
전영주의 얼굴이 상기되었고 두 눈이 반짝였다.
그러나 곧 눈을 흘기는 시늉을 했는데 교태다.
“방금 일부러 그러신 거죠?”
“뭐가?”
“신의주에 남으라고 하신 것.”
“신의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으니까 그런 거야.”
“제가 그랬잖아요? 제 꿈이 기업을 하는 것이라고.”
기억이 나지 않았으므로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다.
벽시계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소파에 등을 붙인 서동수가 지그시 전영주를 보았다.
“동성은 시베리아 개척 사업에 집중하게 될 거야.”
전영주가 숨을 죽였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국가 발전은 기업이 해 나가는 거야.
옛날에는 왕이 군사를 이끌고 영토를 늘렸지만 지금은 기업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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