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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31장 후계자 [8]

오늘의 쉼터 2015. 6. 26. 10:51

<329> 31장 후계자 [8]

 

 

(653) 31장 후계자-15

 

 

 

“어서 오십시오.”

서동수가 박세중의 손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오전 9시 반, 박세중이 성북동 안가로 서동수를 찾아온 것이다.

응접실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박세중이 정색하고 말했다.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서동수도 정색했다.

“이제야말로 자리에 맞는 분이 오신 것이지요.”

박세중은 한국 정부로부터 신의주 장관으로 추천받았고

이제 북한 정부의 승인을 남겨 놓은 상황이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김동일 위원장께서도 곧 승인해 주실 겁니다. 제가 약속을 받았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박세중의 얼굴이 환해졌다.

서동수로부터 그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때 응접실로 유병선이 들어섰다.

유병선도 서울에 함께 온 것이다.

머리를 숙여 보인 유병선이 소파 끝자리에 앉더니 박세중에게 물었다.

“의원님, 북한 측에 후임 장관님의 신의주 행정청 주요 보직자 명단을 보여야 하는데 가져오셨지요?”

정권이 바뀌면 새 내각으로 바뀌는 것과 같다.

박세중이 들고 온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예. 여기 가져왔습니다.”

서동수가 탁자에 놓인 서류를 집어 유병선에게 넘겨주었다.

장관은 행정청 부장관과 한국 측 몫인 각 부(部)의 간부를 임명하되

북한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북한 측도 마찬가지다.

유병선이 서류를 들고 나갔을 때 서동수가 박세중을 보았다.

“장관 승인을 받으시면 상황 브리핑을 해드리지요.”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박세중이 웃음 띤 얼굴로 겸손하게 머리를 숙여 보였다.

여당인 한국당 원내총무를 지낸 박세중은 원만한 성격이지만

인내심이 강했고 때로는 저돌성도 보이는 정치인이다.

서동수가 신뢰하는 정치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결정에 이의를 붙이지 않았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남북연방이 되면 신의주는 연방의 자유무역 특별시가 될 것입니다.

상하이 이상 가는 대도시로 발전하겠지요.”

“모두 서 장관께서 이루어 놓으신 것이지요. 저야 후계자일 뿐이니까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지요.”

덕담을 주고받은 박세중이 만족한 얼굴로 떠나간 것은 30분쯤이 지난 후였다.

다시 응접실로 돌아와 앉은 서동수를 따라 들어온 유병선이 말했다.

“장관님, 안 특보가 드릴 말씀이 있다는데요.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입니다.”

이번 서울 방문은 안종관도 함께였으므로 서동수가 머리만 끄덕였다.

안종관까지 셋이 신의주를 꾸려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안종관은 신의주 내부의 남북 간 갈등 사항과 대북 관계에 대해 발군의 조정 능력을 발휘했다.

서동수는 기업인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전문가에게 맡겨 책임과 권한을 주었다.

그것이 신의주의 성공 비결이기도 했다.

잠시 후에 도착한 안종관이 소파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박세중 씨 처남이 TS건설과 프린스그룹, 대광유통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증거 자료가 저한테 있습니다.”

안종관이 충혈된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그런데 그 자료를 전해준 것이 북한 당국입니다, 장관님.”

시선을 내린 안종관의 목소리가 떨렸다.

 

(654) 31장 후계자-16

 

 

 

안종관이 내놓은 증거 자료는 완벽했다.

박세중의 처남 황문규가 해당 업체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의 사진에다 대화 녹음테이프,

입출금 계좌 내용을 첨부했고 당사자의 신상정보까지 정리해놓았다.

장소는 모두 신의주였고 시간은 서동수가 장관직 사의를 표명하고 박세중이 후임자로

거론이 되던 한 달 전부터 시작되어 닷새 전까지 계속되었다.

이윽고 자료에서 시선을 뗀 서동수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황문규가 받은 돈은 모두 25억 원 가깝게 되었는데 이것은 선수금이었다.

신의주는 광대한 지역 전체가 아직도 개발 중이다.

관급공사 비용만 수조 원이다.

수백억, 수천억의 자금이 황문규에게로 쏟아질 것이었다.

“박세중 씨는 알고 있나?”

마침내 서동수가 입술만 달싹이며 물었다.

가라앉은 목소리다.

그때 심호흡을 하고 난 안종관이 봉투에서 성냥갑 만한 녹음기를 꺼내더니 탁자 위에 놓았다.

“이건 사흘 전에 박세중 씨 승용차 안에서 녹음한 내용입니다.”

안종관이 버튼을 누르자 곧 사내의 목소리가 울렸다.

“형님, 돈은 모두 버진 아일랜드로 송금시켰습니다. 여기서는 전혀 자료가 남지 않습니다.”

황문규일 것이다. 서동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그쪽만의 생각이다. 준 쪽에서는 어떻게든 근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받고 오리발을 내밀 때 따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안종관이 가져온 근거 자료는 모두 준 쪽에서 캐내었다.

그때 박세중의 목소리가 들렸으므로 서동수는 숨을 죽였다.

“서둘지 마라, 시간은 충분해.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조심하고.”

“염려하지 마십시오.”

황문규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져 있다.

“형님한테 절대로 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신의주로 갈 사람들한테 지금 나서면 안 돼. 가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해.”

“알고 있습니다. 신의주에서 근무한 후에 이야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때 버튼을 눌러 테이프를 끈 안종관이 충혈된 눈으로 서동수를 보았다.

“신의주로 갈 사람들이란 박세중이 임명할 신의주 행정청이나 기타 관계기관 임직원들입니다.”

“…….”

“장관이 임명할 주요 보직이 수백 명이니 거기서도 거금이 걷힐 것입니다.”

“도대체.”

어깨를 늘어뜨린 서동수가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이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예, 철저했기 때문입니다.”

안종관이 손가락을 갈퀴처럼 만들어 머리칼을 쓸어 올리더니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이것도 북한 측이 조사해주었는데 박세중은 바하마에 황문규의 처남 고춘식의 계좌로

4000만 불 정도를 숨겨놓고 있었습니다.”

해외계좌에 돈 넣고 빼는 것은 북한 측이 더 도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강한 한국기관의 정보력과 그 많은 정예 언론기관을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때 안종관이 또 다른 서류를 꺼내 읽었다.

“박세중은 대인관계가 좋아서 각계에 인맥이 있습니다.

박세중의 도움을 받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요.

박세중에 대한 의혹이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시작부터 무산된 이유가 그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북한 측에는 통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서동수는 무의식중에 손바닥으로 볼을 쓸었다.

부끄러웠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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